살짝 눈만 깜빡거려도 행복해질 수 있는 얼굴이 좋다.
입술을 쭈우욱 늘리기 운동이라도
해야만 웃어지는 얼굴로 살다
눈 코 뺨 턱 얼굴선 이마에서
사락사락 거리는 웃음기
그 아이는 얼굴이 모두 웃고 있다
보는 내내 쉼 없이
눈동자까지 훗훗훗
가슴이 설렌다
웃음기가 떠나지 않는 아이를 만나면
다시 살아나는 난다
죽은 줄 알았던 것이
지금 시작하려는 아이
어른이 되어 한 참 길을 가다가 주변을 둘러보면
아이는 보이지 않는 지점이 있다
언제나 어른 인 채 살아온 것 같은 때가
어른만 존재 하는 세상에 파묻힐 때가
붕어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때가
어른을 구해내는 것은 아이
첫 출발선이 어디였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아이
파블로브의 개가 되어 버리기 전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종소리을 들었을 뿐
침은 흘리지 않았음을
느끼게 해주는 아이
부부 사이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들
낯가림이 심한 아이였다
'처음'에 움찔해서는
가슴이 덜컥 주저앉는 소리가 들려오는 아이
두번째도 다음도 없는
언제나 처음 앞에서 서성이는 아이
오늘도 어제도 내일도 모른다.
첫날만 아는 아이
날마다 처음인 아이
처음인 채로 끝과 마주보며 산다.
어떤 어른이 될까
아이에서 노인으로 훌쩍 지나가고
처음을 잊어버리는 법을
늙어서 알아버렸다
끝은 처음처럼 망설이지 않는다.
낯가림이 심한 늙은이가 되어
짓는 한 숨 소리가
목에 걸린다
그 순간만 존재하는 세상에 몰두한 눈동자가 닿아 있는 그 곳은
만화책 미녀는 야수
밖은 한 밤 중 바다 위 바위섬만한 내 방의 불빛이 깜깜한 창에
부딛히고 섬이기도 하고 고래 뱃속이기도 한 방에
조용조용 라면을 끓여가지고 들어와
만날 수도 없는 사람들을 훔쳐보며 킥킥대며
후후 불어가며 먹는 라면가락
더 이상 뭘 바랄까?
배 부르다.
배 부른데 왜 순간 눈물 것 같은지
불 꺼진 세상에 불 켜진 세상 속에 있어서 그런가
하루에 몇 번씩 따끔 해서 보면
깨소금 보다 날씬한 개미가 붙어 있다.
어느새 손 아래서 먼지부스라기로
방 어디에 개미집이 있는 걸까
모기나 날것들이 죽으면 개미 청소부대가
다녀간다
지치지도 않는다
문제는 모든 개미가 똑같아 보여서
손가락 싸움으론 숫자가 전혀 줄지 않는다
가느다란 머리카락이 길게 이어져 보이는 길을
오가는 개미
내 방은 예전에 점령당해버린 거다
혼자만의 공간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