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식, 세계 최강의 팀을 만드는 힘
야스다 유키 지음, 곽지현 옮김 / 에이지21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Q: 밀짚모자에 원피스, 뭐가 떠올라?

A: ‘빨간머리 앤’이 쓰고 다니던 모자, 맨날 입는 옷? 지극히 여성스러운 소품들 아냐?

 

이 모든 편견을 한꺼번에 완벽하게 깨트린 만화가 있으니, 원피스ONE PIECE입니다.

‘밀짚모자 해적단’이라는, 몽키 D 루피와 그 친구들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죠.

지금 소개하려는 책-<원피스식, 세계 최강의 팀을 만드는 힘>은

그 ’원피스‘속에 숨겨진 대인관계의 기술- 동료 파워를 설명해주는 책입니다.

 

저자 야스다 유키는 간사이 대학 사회학부 교수랍니다.

대인관계, 의사소통, 네트워크, 관계 등을 연구하는 학자이죠.

그래서 그의 눈에 비친 ‘원피스’를 따라가다 보면

‘그랬군, 그랬어’ 고개를 끄덕이며 대인관계의 핵심 이론을 깨닫게도 됩니다.

 

책을 읽기 전의 저는, 하고 싶은 것들의 목록 중에서

 ‘봉사하는 삶’에 있어서 큰 밑그림을 하나씩 그려가겠다고 결심하던 상태였습니다.

궁극적인 목적은 ‘함께 돕고 사는 삶’이라고 간단하게 생각하였지만 꾸준하게 그려가긴 힘든 그림입니다.

제 나이 또래의 이삼십대들은 -아시다시피- 현실을 일궈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찬 시기를 보내고 있으니까요.

지금 당장 시작하려면 저는 엄청나게 돈이 많아야 하고,

어르신들을 돌보고 아이들을 챙기고 또 아픈 분들까지 챙겨야 하므로 재주가 많아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이 많아야 합니다. 절대 지금 당장은 이룰 수 없는 꿈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동료란 ‘혼자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꿈을 공유하는 사람들’(p.013)'이라고요.

조로의 꿈은 세계 제일의 검객이 되는 것,

나미의 꿈은 전 세계를 항해하고 온 세상의 해도를 그리는 것,

쵸파는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는 의사가 되는 것,

상디의 꿈은 전설의 바다 올블루에 가는 것,

우솝의 꿈은 용감한 바다의 전사가 되는 것,

그리고 루피의 꿈은 해적왕이 되는 것입니다.

메리호에 함께 몸을 실은 밀짚모자 해적단은, 루피와 함께 하면 본인의 꿈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 있고

루피 역시 그들이 있어야만 해적왕을 꿈꿀 수 있는 것이죠.

 

꿈을 공유할 수 없는 사람은 친구가 될 수 있지만 동료는 아닙니다.

동료라는 존재에서 꿈의 공유는 절대 조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꿈을 꾸고 있지는 않습니다. 바로 이 점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p.071

 

제가 생각하는 큰 꿈이 확실하다면 그리고 그것이 진심이라면,

그 뜻을 통해 ‘동료’들을 모을 수 있다고 저자는 조언합니다.

게다가 올곧은 동료를 만나기 위해 무엇을 유심히 살펴야 하는지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해선

어떤 점에 신경을 써야 하는지 까지 꼼꼼히 설명하지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만화 속의 장면을 인용하듯 설명해주시니까요.

저는 원피스 만화를 전부 다 본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밀짚모자 해적단’에 속한

아홉명의 특성만큼은 통달(?)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남자친구의 주변의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저자가 설명하는 ‘동료파워’가 무엇인지 적용해 볼 수도 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해가 훨씬 더 잘 되었습니다. 만화 원피스를 핑계삼아 남자친구에게 조언을 해줄 생각입니다. ^^;;)

 

밀짚모자 해적단은 동료의 균형이 잘 잡혀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균형이 잘 잡힌 동료 관계는 개개인의 능력을 단순히 더한 것 이상의 힘을 발휘합니다. p.179

 

저는 아직 큰 그림을 작성 중입니다.

‘한번이라도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p.145)’을 찾거나

‘누군가를 소중히 여기고 있는지(p.081)'를 살펴봐야겠다는 첫 단추는 꿰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동료가 되기 충분한 사람이라면 무조건적인 사랑을 줘야겠다고 믿고 그렇게 행하고도 있습니다.

 

메리호는 이렇게 속삭입니다.

“미안해. 좀더 먼 곳까지 모두를 데려다주고 싶었어...(44권 430화 ”쏟아져 내리는 추억의 눈송이“) (p.039)

 

모쪼록 먼 길을 함께 할, 소중한 사람들을 차근차근 모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년’ 뒤를 기약하고 다시 만나도 한결 같을 수 있는 밀짚모자 해적단처럼요.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해내야한다고 버둥거리는 청춘들에게 조심스럽게 이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가볍게 -그리고 깊이- 읽을 수 있으니까 언제든 도전해보셔도 좋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아줘서 고마워요 - 사랑PD가 만난 뜨거운 가슴으로 삶을 껴안은 사람들
유해진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1.

노오랗고 오돌토돌한 표지,

예쁜 그 책을 펼쳐 들었다.

살아줘서 고맙다며 꽃 한송이가 피어있다.

서점 한 켠, 사람들은 책을 읽는다.

슬며시 자리를 잡고,

체온이 금세 전해지는 색지의 표지를 아주 조심히 펼쳤다.

 

잠시 뜸을 들이던 은서가 의외의 말을 꺼냈다.

“엄마, 우리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p.085)

 

 

- 풀빵엄마 최정미씨와 아이들(은서, 홍현) -

 

올라왔다. 순간이었다.

붉게 오르는 눈물의 온기를 애써 삼켜야했다.

갑자기 만난 슬픔을 어디에 담아야 할지 몰라 낯설어 하며 서점을 나와야 했다.

 

 

 

# 2.

지난 번에 후르륵 넘기듯 훑어보던 책 속에서

웃고 있던 소녀가 불쑥 떠올랐다.

노오란 책은 또 꽃을 내밀어줬다.

“친구들도 저를 마녀라고 놀려요. 제가 우리 엄마 아빠를 죽였대요.” (p.209)

 

원장 수녀가 나오미를 안아준 순간, 갑자기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내전으로 두 살 때 부모를 잃고 처음 안겨보는 따뜻한 품이었던 것이다. 고작 포옹 한 번에 참아온 눈물을 흘리는 아이를 보면서 생각했다. (p.212)

 

 

- p.215  콩고민주공화국의 나오미 -

 

책은 다시 접혀야 했다.

갑작스러운 그 무엇의 방문은

또 다시 나와 내 손을 버벅거리게 만들었다.

 

 

 

# 3.

유해진 피디는 16년차 다큐멘터리 피디다.

난 다큐멘터리를 싫어한다.

우린 만날 수 없는 인연이었다.

당장 이웃집이나 학교에

힘들고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굳이 긴 시간을 들여 그들의 적나라함을 만나야 할 이유를,

먼 나라에 사는 다른 피부의 사람들의 모습을 만나야 할 필요를,

나는 갖고 있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나는 책으로 그의 길을 보았다.

이제 그의 마음을 알 수 있다.

40대의 나는 안다.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 꾸준하고 질기게 노력하면 조금씩은 움직인다는 것을. 그리고 TV가 강력한 혁명의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혁명, 관계의 올바름을 모으는 혁명, 세상의 부조리를 닦아내는 혁명......나는 오늘도 TV에 혁명을 담는다. p.223

 

그의 글은 눈을 돌려 내게 묻는다.

당장 네 앞에 있던 이들에게 손을 내밀면서

너는 얼마나 진실했고 참된 마음이었는지.

내가 만났던 아름다운 사랑의 주인공들 또한 100퍼센트 무결점의 존재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이었고,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보통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다소 수다스러운 면이 있을 수 있고 담배를 좀 많이 피우는 결점이 있을 수도 있으며 운전습관이 많이 과격할 수 있다. 또, 같은 실수를 자주 반복할 수도 있고 남의 말에 별로 귀 기울이지 않는 고집이 있을 수도 있으며 불량식품을 좋아할 수도 있다. p.278

그들이 ‘아프기 때문에’

혹은 ‘어렵게 살기 때문에’

마땅히 그 고난을 대가(代價)로

착하고 순수하며 맑은 것을 얻었다고

착각을 하고 싶어한 것은 아닌지

문득 그런 생각들이 나를 파고 들었다.

 

'그들'도 '나'이고, '나'도 '그들'이기에

때론 착할 수도 있고

때론 나쁜 생각을 품을 수도 있는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고.

하지만 그들이 아름다운 것은

나와 같은 ‘평범함’을 가졌고,

-게다가 ‘고난’까지 가졌지만

그것들을 무기로 ‘씁쓸한 현실’들을

이겨내고 막아내고 견뎌낸 존재들이기 때문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삶을, 그들의 사랑을 모두가 ‘아름다운 것’으로 판단하는 이유는, 다양한 모습 속에서도 아름다운 모습이 절대적으로 주요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을 두고 ‘아름다움의 순도純度’라고 표현하고 싶다. p.278


- p.279  '그래서 이 책을 쓰고자 했다'라는 마지막 줄 전후에 주목 - 

 

 

 

# 4.

책을 덮어

급습하는 슬픔을 외면하고 싶었어도

꿋꿋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던 새싹.

 

그 새싹은, 아름다운 꽃이 되어

부는 바람에 꽃잎을 널리 널리 보내고 싶은 건 아닐까.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는 걸,

세상 널리 알려 주려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는,

아름다움 순도 100퍼센트의 새싹이 책 속에 숨어 있다.

 

 

 

 

- 겉옷(?)을 벗기고 나면 뒷표지 제일 뒤에 새싹이 자라나고 있다 -

숨지 마라, 숨기지 마라.

아름다운 그들이 존재했음을 알아만 다오.

 

 

 

 

 

 

 

 

p.s.

이 책에는 실리지 않았지만 

다큐멘터리 '사랑'에서 나온

<로봇다리 세진이>...동화책으로도 나와 있다지요.

 

 

궁금합니다. 세진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입 꿀떡 요술떡 초승달문고 26
오주영 지음, 오윤화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러분은 학교는 누구의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선생님의 것? 아이들의 것? 교장 선생님의 것?

<한입 꿀떡 요술떡> 속의 학교는 아이 고양이들이 다니는 학교랍니다.

그렇지만 주인공 달로는 학교에 가기 전과 다니게 된 지금이 너무 다르답니다.

쉽게 말해 달로는 학교에 가기 너무 싫어졌어요.

툭하면 교칙을 새로 만들어 내는 교장 선생님 때문이었죠.

한번은 교장선생님께서 벌로 “나는 쓰레기 같은 고양이입니다.”라는 말을 따라 외치라고까지 하셨습니다.

얼마나 충격적인 벌인가요.

어떤 매보다 어떤 기합보다 더 폭력적입니다.

제가 달로 부모님이었으면 그런 벌을 주는 학교는 가만히 두지 않을 텐데,

달로는 아직 어려서 그런지 모든 이야기들을 부모님께 다하지 못했나봅니다.

하긴, 부모님께서는 대부분 학교를 좋은 곳으로 여기기만 하시죠.

 

 

 

교장선생님의 괴팍함 때문에 학생들만 힘든 게 아닙니다.

선생님들도 얼마 안가 쫓겨나곤 하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토 선생이 학교에 부임합니다.

고양이 학교에 온 토끼 선생님이라.

저는 토 선생님이 무척 힘들 거라 생각했어요.

교장 선생님을 잘 모르는 것 같아서요.

아이들 모두 그런 걱정을 한 모양이예요.

하지만 곧, 조마조마해하면서도 토 선생님을 따르게 됩니다.

토 선생님은 예전 선생님은 물론 아이들도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수업’을 이끌어가거든요.

달로와 주리, 세오, 점코 모두 친구들 앞에서 자기의 취미를 당당히 얘기하고

아이들은 친구의 장점을 발견하는 수업을 하기도 해요.

자습 시간과 수업 시간 모두가 새롭죠. 아이들에게 학교는 무척 즐거운 곳으로 바뀌어 갑니다.

 

토 선생님의 놀라운 수업들은 교장 선생님 눈 밖에 나는 것 같아요.

걸 토 선생님은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꿋꿋하기까지 합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협박을 하셔도 겁을 먹는 분은 아니더군요.

 

아이들은 토 선생님이 싸오곤 하시는 요술 떡들이 참 좋습니다.

오그르르 오그랑 떡, 날아라 바람떡, 그리고 왕꼬리 떡까지.

 

모든 것에 엄격하고 자신의 가치관을 벗어나는 것이면

서슴치 않고 벌점을 매기시고 함부로 대하기도 하시는 

교장 선생님께서는 과연 이 학교에 불어온 바람을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고양이 아이들과 토 선생님을 가만히 두기만 하실까요?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해 쓰여진 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른인 저도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발을 동동, 마음이 두근두근, 얼굴을 찡그렸다 웃었다 정신이 없었어요.

 

어쩌면 작가 오주영 선생님은 이렇게

부르기에도 맛있고 상상만 해도 신기한 떡을 만들어낼 생각을 하셨을까요?

몸이 작아지거나 하늘을 날거나 마음껏 방귀를 뿡뿡 뀌는 고양이 아이들은 또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도 토 선생님 같은 분이 많으셨으면 좋겠어요.

그 나이에 맞게 뛰어놀 줄도 알고, 자신의 가치가 소중한 줄도 알고,

또 자기가 중요한 만큼 친구들도 귀한 줄 아는 아이들로 자랄 수 있게요.

요즘 우리 아이들은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 버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이 어색해서 옆에 서있던 꼬마에게 말을 걸었더니

처음 보는 아줌마가 묻는 질문에 별다른 의심없이 -마치 ‘발표하듯’ 거침없이

자신의 방과 후 학원 일정을 쏟아내더라는, 한 에세이에서 읽은 어떤 꼬마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아이들은 어떤 학교에서 어떤 것들을 배우며 어떻게 자라고 있을까요?

모쪼록 아이들에게 그 모든 순간들이 행복하고 의미 있는 시간들이길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호적인 무관심 바깥바람 7
최윤정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남자친구가 물었다, “이런 책을 왜 읽어?”

평소에 내가 읽는 책에 별 다른 관심을 주지 않던 그가 책을 한참을 뒤적거리다가 하는 말이다.

무슨 말인가 싶어 되물었다, “왜?”, 돌아오는 대답은 그대로다. “이상해.”

 

그러면서 읽었던 글, 책의 한 부분을 설명한다.

요리를 했는데 아들이랑 아들 친구가 와서 먹고 갔단다.

애들한테 쓰레기 봉지를 내주고 한다는 말이 바람이 차서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는 내용이 끝나더란다.

끝을 알 수가 없어 앞뒤 페이지를 오락가락 했단다.

듣는 나도 어안이 벙벙했다. 이 무슨 괴상한 글인가.

<우호적인 무관심>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로 내 마음의 문을 두둥- 두드렸다.

 

 

열정적인 관심이 아니라,

우호적인 무관심이다.

차이를 존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p.159)

 

간혹 나는 아이들 그림책이나 청소년 문학을 시간을 내어서 읽곤 한다.

읽다 보면 명확하고 깔끔한 즐거움을, 숨겨진 의미를 전해 받곤 한다. 이를 테면 마음이 깨끗하고 가벼워지는 기분.

‘바람의 아이들’ 역시 아동청소년을 위한 책들을 펴내는 곳이다.

그렇기에 <우호적인 무관심>을 두고 한참을 고민했다. 딱히 청소년을 타겟으로 두고 만들어진 책 같지 않아서였다.

(차라리 저자의 <뭐가 되려고 그러니?>란 책이 청소년에게 권할 만하다. 청소년들과 소통하듯이 쓰여진 책이니까.)

명확하게 안겨주는 즐거움이란 게 없다. 누구를 위한 책인 걸까?

책 한권을 읽고 나니 답을 한다.

뒤표지의 문구대로 ‘지도 없이 어딘가에 도착하고 떠나기를 반복하는 모든 이들에게’ 권한단다.

마음이 아직 덜 익은-어쩌면 나 같은- 그대에게 전하는 쪽지 같은 책이다.

 

 

 

저자는 덤덤하게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마치 부엌에서 따박따박 도마질을 하면서, 거들 일이 없는지 식탁에 대기 중인 내게

하루 중에 있었던 일을 찬찬히 늘어놓는 엄마같다.

(엄마라고 하기엔 실제 저자의 나이는 너무 젊다. 막내 이모쯤이라 생각하면 좋을까?ㅎㅎ)

혹은 방과후에 시간을 내어 두런두런 다과를 즐기며 오가는 수다같다.

 

집앞 슈펴 할머니들 얘기, 은행에서 들은 얘기, 딸아이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가서 느낀 얘기,

문학의 밤에서 만난 진짜 ‘프랑스 마초’ 얘기,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난 꼬마아이 얘기까지.

듣고 있다 보면 ‘그렇네요? 전 이렇게 생각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하고 깔깔거리면서 대화를 계속 해나가고 싶다.

읽다 보면 웃음이 삐죽삐죽 입가에 번지고 만다.

 

 

 

 

사이사이에 꼼꼼한 스케치와 메모도 들어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펜으로 꼼꼼히 그려낸 그림이다.

그림 옆에 적힌 짧은 글귀들은 ‘**에게’라고 콕집어 내게 남겨놓은 메모 같다.

메모같은 느낌이라고 해서 한 부분만 뭉텅 잘라내면

또 그녀의 이야기는 아무것도 아닌 글이 되고 그림은 그냥 자랑삼아 그린 그림이 되어 버린다.

책은 그렇게 빼곡하게 그들의 언어로 집을 짓고, 엄마 같은 그녀의 자상함이 우리들을 맞이한다.

 

 

 

‘악착같이’라는 말을 싫어하고 ‘목적 없이’라는 말을 좋아한다는 저자의 소개글이 그이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흰 머리를 있는 그대로 고수하고, 비판과 해방에 대해서만 말하는 요즘 어린이 청소년 책을 걱정한다.

그녀의 고지식함이 고맙고, 감사하다. 이런 분이 꿋꿋하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책을 엮어내고 계신다는 게 다행이다 싶다.

닮고 싶다.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믿음과 사랑뿐임을 깨닫는 부모이고 싶고,

넋두리와 자기과시를 하지 않는 문학을 담고 싶고,

차이를 존중하기 위해 우호적인 무관심으로 모든 것을 보고 싶다.

아니 어쩌면 ‘너무 많은 것을 담아두면 두통이 떠나지 않는다’는 그녀와 내가 이미 닮아 있기도 한건가. ^^

 

 

참! 남자친구가 읽었다던 그 미스테리(?)한 글은 사실 ‘창의력은 날마다 필요하다’란 제목으로 쓰인 글이다.(p.403)

제대로 읽고 나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글 같다는 감상평 대신

‘차가운 공기를 가르고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서 빙긋 웃는 엄마의 미소를 엿볼 수 있다.

 

너무 꽉 죄어버린 일상의 빼곡함이 버거울 때, <우호적인 무관심> 안에 잠시 놀러와 보면 어떨까.

따끈한 차 한잔과 이 책 한 권이면, 없던 여유도 마음 안에 들어와 둥지를 틀 듯 하다. 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볼텍스 - 관계에 대해 당신이 이해할 필요가 있는 모든 것!
에스더 힉스 & 제리 힉스 지음, 유영일 옮김 / 나비랑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저는 무신론자입니다. 교회, 성당, 절 그 어떤 기관에도 소속되지 않은 사람이지요. 올케언니는 모태신앙으로 성당에 다니고 돌아가신 할머니는 절에 무척이나 열심히 다니셨습니다. 엄마는 결혼 전엔 성당에, 그리고 제가 국민학교 2학년생이 되던 해부터 절에 열심히 다니게 되셨죠. 덕분에 여러 종교의 테두리를 훑고 지나가며 살아왔습니다. 어떤 종교에도 치우쳐 있지 않지만 전 그와 동시에 어떤 종교로건 마음이 기울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무엇으로 불리우는 존재이건- ‘어떤 존재’가 전해주는 지혜의 가르침을 믿으니까요. 그 누구이건 내 안에서 나를 깨우치는 신성한 무언가가 있다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믿는 유일한 맹신이지요. ^^;;

 

제가 의지하는 지혜 중에 ‘마음을 비우라’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기억하는 것들이 결국 내 감정의 때가 묻어 변형된 것들일 수 있으니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되 그것에 얽매이지 말고 내려놓고 용서하고 감사하고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볼텍스>의 저자 힉스 부부는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처럼 보입니다. 그들은 ‘끌어당김의 법칙’을 끝없이 주장했거든요. 내려놓기는커녕, 무언가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그것을 끌어당기라는 욕심을 부리다니요! 때문인지 <볼텍스>를 펼치면서 처음에는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저자인 에스더 힉스와 제리 힉스 부부가 대화를 나누는 ‘아브라함’이 누군지 혹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도 꽤 오래갔습니다. 몇날 며칠을 고민을 하다가 ‘아브라함’을 제가 생각하는- 지혜의 가르침을 주는 ‘어떤 존재’ 혹은 ‘신성’으로 치환시켜 책을 읽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책이 무척이나 잘 읽혔습니다. 하나의 어려움은 넘어섰지요. 그렇다면 나머지 하나의 편견은 어떻게 되었을까요?-이들은 ‘끌어당김의 법칙’을 주장하는 욕심쟁이 이론가들이었을까요? 제가 받은 느낌을 설명하기에 앞서 책의 초입 부분을 인용하고자 합니다.

 

물질 세상에 태어나기 이전, 이 최첨단의 시공간 현실에 의식을 집중하겠다고 결정하면서, 당신은 그 과정의 매 순간을 즐기겠노라는 강한 염원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때 당신은 당신의 비물질적인 관점에서, 당신이 바로 창조자이며, 기쁘고 만족스러운 창조의 경험을 할 수 있는 막대한 잠재력의 환경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바로 창조자이며, 지구별에서의 체험이야말로 수없이 많은 기쁨에 넘치는 창조를 시작하게 될 완벽한 무대가 되어줄 것이었습니다. 당신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이 지금 여기에 있게 된 것입니다.

몸을 입고 태어나기 이전에, 당신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오게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에워싸이게 될 것이며,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당신 자신이 겪게 될 대조적인 체험의 근본 바탕이 될 것임을, 당신은 또 알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대조되는 관계가 당신 자신의 개인적인 확장은 물론 “영원한” 확장에도 엄청난 기여를 하게 될 것임을. 때문에 당신은 그들 모두와의 교류를 열렬히 환영했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이 지금 여기에 있게 된 것입니다. (p.21~22)

 

책 속에 등장하는 ‘신성’은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의 에너지 자체는 이미 대단한 창조자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마음을 쓰면 그것은 -긍정적인- 진동의 일치를 일으켜 하나씩 그것들을 끌어당겨줄 것이라고요. (이 책에서는 창조의 3단계로 설명하지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볼텍스’라는 것은 당신 내면이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끌어당김의 소용돌이입니다. ‘끌어당김의 법칙’이란 사실 ‘억지로 만들어 낸 욕심‘의 끝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내려놓음‘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요?

 

차례

시작에 앞서

제1장 볼텍스와 끌어당김의 법칙

제2장 짝찾기와 끌어당김의 법칙

제3장 섹스와 끌어당김의 법칙

제4장 부모자식 관계와 끌어당김의 법칙

제5장 감사와 끌어당김의 법칙

제6장 끌어당김의 법칙 워크숍 현장중계

 

이 책은 번역도 매끄럽지 못하고, 구성도 뒤죽박죽입니다. 2장과 3장의 제목이 확연하게 구분되어 있지 못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고, 5장의 내용은 1장의 내용을 반복해서 설명하는 것 같기도 하지요. 저자가 깨달은 것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여백이 그리 많지만은 않은- 360 페이지를 할애해가며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하지만 많은 이야기를 친절하지 않은 틀 안에 집어넣어 책을 만들어냈을지언정 그 안에 담긴 내용들은 곱씹으면서 생각해볼만합니다. 그리고 그 지혜들을 깨닫는 만큼 마음이 가벼워지고 편안해짐을 느낍니다.

 

‘볼텍스’라는 말을 들으면 소싯적에 배우던 유체역학의 악몽(?)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이젠 다른 의미로도 이해될 수 있을 겁니다. 불일치의 진동 에너지 대신, 긍정적인 진동이 일어나겠지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