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렛 핌퍼넬
엠마 오르치 지음, 이나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파트릭 모디아노의 책을 읽다가 넘어오게(?) 된 책이다.
(원래는 파트릭의 책을 따라 쭈욱 갔어야 했는데, 그때 약간 이상한 노선을 탔다;;)

파트릭 모디아노가 쓴 동화책 중
그 녀석 슈라에겐 별별 일이 다 있었지』의 주인공 슈라가 
즐겨 읽었다는 책의 저자-따르고 싶었던(?) 
오르치 남작이 실존 인물이 아닐까
-어떤 내용의 책이었기에 소설과 영화까지 챙겨보게 되었을까-
생각하던 중에 찾아내서 읽은 책.



이름만 인간일 뿐, 저급한 욕망과 복수심, 원한에 따라 움직이는, 야수처럼 보이고 들리는 자들이 몰려들어 으르렁거리고 있다. 일몰을 조금 앞둔 시각, 장소는 서쪽 바리케이드. 10여 년 뒤에 어느 긍지 높은ㅇ 독재자가 이 나라의 영광과 자신의 허영을 기리는 기념비(1806년 나폴레옹이 기공한 개선문을 가리킴-옮긴이)를 세우게 되는 바로 그 자리다.

첫머리에 등장하는 표현이다. 
순간 좀 멈칫했다, 1792년 프랑스 혁명 전쟁...하면 떠오르는 건,
뜨거운 민중의 입김, 자유와 우애 같은 것들을 쉽사리 떠올리니까.
'저급한 욕심과 복수심, 원한', '야수'....'자들'이라고?

1905년 소설로 출간된 작품이다,
모든 슈퍼 히어로의 원조 격인 영웅담.
영웅은 영웅인데, 프랑스의 귀족들을 구해주는 영웅이다.
그 설정에 놀라 새롭다(?)는 느낌으로 읽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민중을 배신했던 귀족들이 
기요틴 부인(단두대를 가르키는 표현)의 품에 줄줄이 안기는 나날, 
왕당파에 속하는 프랑스의 귀족들은 살기 위해서 어떻게든 
자신의 고향을 벗어나야 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영운-스칼렛 핌퍼넬.


아름답고 지혜로운 여인- 마그리트와 신출귀몰하게 프랑스와 영국을 오고가는 영웅의 이야기,
설정이 꽤 매력적이다, 이 가련하고 멋진 여인이 처한 비극적인 상황도 꽤 몰입이 되었다.

한때는 사랑했던 부부가 왜 틀어졌지?
어쩌다가 마그리트는 프랑스를 떠나 영국에서 살고 있지?
그녀의 오빠는 어떤 사람이지?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무사히 돌아와야 하는데?
스칼렛 핌퍼넬은 누구지? 어떻게 귀족들을 빼내는 거지?
많은 게 궁금했는데 제법 빠른 시간 내에 그 비밀들이 풀린다.

이 책이 재미있게 읽히는 포인트는 아마도 저런 소소한 궁금증에 있는 게 아닌 듯.ㅎㅎㅎㅎ




즐겁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작년에 무대에 올랐던 뮤지컬의 원작이기도 하다는데 

원작 소설과 뮤지컬은 설정에서 약간 차이가 있다고도 한다.^^


스칼렛 핌퍼넬 시리즈는 총 11편이라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어디까지 출간되었을까, 

출간되었다면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펼칠 수 있을 것 같다.

(11편 시리즈라고 해도, 

딱히 어려운 설정도 아니고 

주인공들도 흥미롭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라 도전 가능?!ㅎㅎㅎ)




쓸데없는 질문인데,

아름답고 지혜로운 여인에게 

여성 독자들은 몰입하게 되는 거겠지?

오르치 남작 부인은 그런 거 노린 거겠지? ㅋ




p.s.

엘릭시르에서 출간된 엠마 오르치의 

『구석의 노인 사건집』도 눈여겨 보고 있다.

스칼렛 핌퍼넬 시리즈와는 좀 다른 구성이지 않을까,

제법 팽팽하게 사건들을 풀어가지 않을까.


기회가 되면 꼭 읽어봐야지.^^

(우선은 빠른 시일 내에 파트릭 모디아노의 다른 책들을 마저 정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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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기제거 건강법 - 여성 건강 365일, 히에토리 건강법
신도 요시하루 지음, 고선윤 옮김 / 중앙생활사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손과 발이 차다.

난 손과 발에 땀이 잘 나는 체질인 거다-

그 땀이 금방금방 식어서 증발되어서 차가워지는 거지

막 이렇게 우기는 편이다.





굉장히 오래된(2008년 책) 책.

일본 저자 특유의 노골적인(?) 색감이나 전달력....거부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


그렇지만, 바쁘게 도서관을 나오다가 

우연처럼 마주친 이 책을 냉큼 책을 집었다.

시어머님이 어디서 얘기를 듣고 오셔서는...

 어디가 차지 않냐고, 마음 같아서는 한약 해먹이고 싶은데...라고 말씀을 흘리신 게 기억이 나서;;;

( + 낭군이 내게 얼굴이 노오랗~다며 놀린 것도 한 몫 했고.ㅋㅋ)


내가 정말 몸이 차기는 한 건지, 

그래 차다고 치면 뭘 어떻게 하면 그 냉기가 제거되는 건지 

(황인종이 황색 얼굴인 게 문제가 있긴 한가, 그런 것도 살짝 확인해보고 싶었고)

알고 싶어졌으니까.


책의 핵심은 다음의 다섯 가지 방법이다.

두한족열(頭寒足熱)을 하고,

식사는 자기 양의 70% 정도만 한다.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병의 독은 모두 내보내고,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않는다.

너무 흔하고 쉬운 것이라고? 

(근데 쉽지가 않잖아.;;;;)


상반신과 하반신의 미묘한 체온 차이가 몸 전체의 혈액순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병의 원인이 됩니다. 그래서 상반신과 하반신의 온도 차이를 옷으로 보완해서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몸을 다스리는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상반신과 하반신의 체온 차이, 그런 걸  '냉기'라고 두고 없애는 실천법을 실어놓은 책이다.




반신욕이나 족욕을 실천하고,

발이나 하체가 차갑지 않도록 양말이나 속옷을 챙겨 입도록 권한다.

나쁘지 않은 실천법이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권하는 것도 참 좋은 조언이다.^^



-건강에 대한 '상식'은 잘못 된 것이 많다

-보이는 쪽으로 나타나는 건강상의 문제는 오장육부를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경고 장치다

: 적어도 이런 류의 주장은 내가 생각하는 바와 비슷하기도 하다. 

(그래서 괜히 따라보고 싶은 것인지도;;)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영 없지는 않지만,

저자가 직접 실천을 해온 결과 좋아졌다고 말하고 있어서

(직접적인(의학적인) 원리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단점1,

약간 과다하게 '다 좋아졌다'의 케이스가 일방적으로 많이 실렸다는 단점2

이런 게 보이기도 하지만... ^^;;;;)


그냥 믿고 꾸준히 실천해 볼까 생각해보고 있다.


정말, 따라해보고도 나아지지 않으면 

저자의 주장이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비판을 하건 말건 할 테니까.





 암튼, 세상에는 알 것 천지다. 
특히 건강과 과학/의학에 대해서는 호기심이 ↑.
더 나아지려나? 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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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5.1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추운 날씨, 꼼짝도 못하고 집에 틀어박혀 라디오를 듣는다. 

때마침 배철수 아저씨의 프로그램이 막 시작했다. 

이런 날씨가 춥다고 걱정이 많다지만, 본질은 추위의 문제가 아니라 ‘걱정의 문제’라며. 

걱정을 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즐기는게 어떨까 묻고는 첫 곡을 띄웠다, 

‘I'll survive'란 팝송이 흘러나온다.



유쾌한 2015년의 시작이 이와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다고 사라질 게 아니라면 두려워도 말고 생각도 말고 자연스럽게 즐긴다면?


해오름달, 1월의 특집은 <나를 바꾼 만남>이었다. 

힘들던 시절, 철없던 시절 무척이나 따뜻하게 다가왔던 소중한 만남들이 담겨있었다. 

사연이 실린 사람들은 그때의 그 소중함 덕분에 희망과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과 더 크게 나눌 수 있다 했다. 


방황이 절정을 치달리던 스무 살의 한 아가씨는 가출을 감행하고 떠난, 낯선 도시 춘천이란 곳에서 어떤 언니를 만난다. 

반신불수가 된 어머니를 모시며 살면서도 불평이 아닌 감사의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그 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얼어붙은 마음은 녹았고 집으로 편히 돌아갔다 한다. 편지할 거란 다짐을 하며 손을 흔들었지만 

주소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아 아직 편지를 쓰지 못한 독자. 

삶을 제자리로 돌려준 ‘김상순’ 언니에게 감사한다던 그 만남 이야기를 보며 

꽁꽁 언 마음을 녹일 수 있는 건 훈계나 잔소리가 아닌 진실한 자기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p.61)





며칠 전 답답하던 차에 버스를 타고 무작정 떠났다. 

위로하는 마음에 산책길을, 영화 한 편을 꿈꿨지만 

시린 날씨, 예상보다 슬픈 영화(샘터 1월호에선 ‘美친 영화(p.94)’로 꼽아준 <무드 인디고>였다), 낯선 사람들의 눈길들 속에서 마음은 소란해져 버렸다. 

돌아오는 차편을 기다리며 펼친 샘터 한 꼭지에서 

나 역시 운명적인 만남(!)을 맞게 되었으니 ‘무수옹(無愁翁)’의 이야기였다.


걱정 없는 늙은이라 불리우는 노인이 있었다. 

노인을 시험해보고 싶었던 임금은 그를 불러 

귀한 구슬을 선물로 주며 다음에 올 때 가지고 오라 명한다. 

그러나 뱃사공에게 시켜 강물에서 구슬을 빠트리게 한 왕은 

그 상태에서도 이 노인이 근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지 궁금해 한다. 

집에 돌아온 노인은 가족들에게 그 이야기를 털어놓고 가족들은 마음을 다해 위로한다. 

마침 저녁상을 차리기 위해 맏며느리가 사온 물고기 배 안에서 잃어버린 그 구슬이 나오며 이야기는 끝난다.


이 동화같은 이야기를 통해 신동흔 교수두 가지 상황을 가정하며 해설해본다.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온 가족이 하나가 되어 걱정하고 함께 움직인 게 핵심 원리였을 거라고.

그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고통은 자연스레 사라지고 즐거움만 커지며 

노인은 자연스레 ‘무수옹-걱정없는 노인’이 되었으리라고. 

혹은 노인이 어떤 상황에서든 꺼리거나 꿀릴 바 없는 달통한 사람이어서, 

늘 즐겁고 가벼운 사람이어서 그 맑고 밝은 마음이 만든 놀라운 사건 중 하나였으리라고.(p.50~51)


터미널에서 나도 모르게 웃음지었다, 

이 달통한 노인을 만나 참 다행이라며. ^^

 

새해엔 좋은 생각으로 주변을 편안하게 만드는 ‘마음의 힘’을 가진 사람이 되어보면 어떨까. 

쓸데없는 근심걱정 한다고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참. 내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선 ‘좋은 사람’을 귀하게 여길 줄도 알아야지 않을까? 

<정리의 달인>은 새해엔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행복감을 느껴보라고 권하며 다음과 같은 인맥정리 요령을 밝혔다.


<새해에는 인맥정리>

1.인맥 정리: 불필요한 연락처 5개 지우기

2.인맥 유지: 나만의 VIP를 정해 연락하기

3.인맥 채우기: 모임에서 한 명에게만 명함 건네기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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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경 - 우리는 통일을 이룬 적이 있었다
손정미 지음 / 샘터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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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서 신라는 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신라를 경주,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청소년기를 보낸 부산에서 꽤 가까웠던 도시라, 

훌쩍 떠나 기차를 타고 돌아오는 곳으로 참 익숙했던 지역이어서 그 소중함을 못 느낀 것도 사실이다.

혹은 찬란했다 하는 역사의 현장이 소박하게만 보여서 였을까.

(황룡사 9층 목탑 같은 웅장한 문화재가 사라지고 없어 '터'만 고이고이 간직한 나라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신라의 값어치를 낮추어 보았던 것 같다, 신비하지 않아 보이는 나라여서.

 

경주를 배경으로 쓰여진 역사 소설 『왕경』을 만났다. 

 

 

왕경은 경주의 옛이름이라 한다. 

제일 첫머리에 등장하는 건 고구려의 진수다. 

활쏘기를 잘 하는 건장한 장정, 

막리지 연개소문의 힘을 견제하기 위해선 

여러 부족을 아우르는 우두머리가 되었어야 했는데 진수는 아직 어렸다. 

 

아버지에 대한 오해를 풀지 못하고 훌쩍 사라져버렸다가 

아버지를 죽게 만든 나라 밖 정세에 무작정 분노하여 전쟁으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제대로 된 준비 하나 없이 계림에 노예로 붙잡히는 신세로

소설 안에는 고구려의 진수, 백제에서 오게 되었지만 다른 이들에겐 그 신분을 숨기고 싶어하는 소녀-정, 뛰어난 화랑으로 이름을 드높이고 있는 김유 이 젊은 청춘들이 등장한다.

 

김유는 한번 술을 마시면 끝을 모를 정도였지만 낭도들을 거느리고 무예를 닦고 글을 읽을 때면 완전 다른 사람이었다. 아무리 밤새 술을 마셔도 새벽이면 일어나 몸을 씻고 정신을 집중했다.

‘네 마음과 몸을 정결히 하고 온 정성을 다하도록 하여라. 네 몸과 정신이 온전히 하나가 되어 바위와 번개와 같은 힘을 갖지 않고서는 하늘에 닿을 수 없느니라.’(p.134)



고구려의 기운이 쇠하던 시기에 노예가 된 진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녀 정을 보면서 의심을 품고, 

아버지를 죽였을지 모를 그리고 조국을 무너뜨릴지도 모를 소년 김유에게 칼을 간다. 


청춘이라는 찬란한 빛의 시기를 

안으로부터는 혼돈을,  밖으로부터의 조국의 흥망성쇠에 따른 부침을 겪으며 

허망하게 태워버리는 이 세 사람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약간 아쉬운 건 이 세 인물들의 속내를 그리듯이 보여주는 게 아니라,

화자가 다 설명하는 듯한-너무 설명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

조금만 더 인물 각각에게 애정을 쏟아 부었으면 좀 더 매력적인 인물이었을 것 같은데, 살짝 부족해보였다는 점)




한편으론 신라를 다시 그려보았다. 

고구려처럼 넓은 땅을 차지하면서 기상을 넓혀 나간 나라가 아니어서 

‘삼국통일’이라는 빼어난 업적을 이루어 냈으면서도 미운 눈길을 한두 번쯤 받곤 하는 신라의 실제를 보게 된 것 같았다. 

백성들에게 불교가 어떻게 와닿았기에 화랑도의 마음 안에 전쟁에서 죽는 걸 두려워 하지 않게 되었는지,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는 불교가 얼마나 든든한 정치적 입지를 마련해주었는지. 

그 높고 화려한 황룡사 9층탑이 어떤 장관을 이루었을지를 떠올리며 

융성한 도시 계림을 미처 눈여겨 보지 못한 것을 안타까이 여겼다.

 



문득 3일 간 경주의 남산을 취재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그곳에서 고이 남아있는 신라의 흔적을, 그리고 그 역사를 고스란히 껴안고 사는 사람들을 보았다. 

나와 다른 마음 가짐을 가지며 역사와 ‘함께’ 살아내는 사람들.

 

이미 일어난 ‘역사’를 익히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살아내 듯 알기 위해서 

옛 시절이 고스란히 담긴 책들을 읽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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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노믹스 - 영화보다 재미있는 경제 이야기
조일훈 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Suddenly I see>라는 곡이다. 

평범한 출근길을 일종의 ‘런웨이’로 만들어 버리는 

주인공의 화려한 변신을 보면서 두근거렸던 기억,

묘하게 기분이 좋았던 장면으로 뚜렷하게 떠오른다. 


이 영화에 대해 생각하며 

화려한 볼거리, 다소 로맨틱한 주인공의 성공기로만(!) 기억하는 나와 다른 사람이 있다. 

지하철에서 택시로, 단화에서 하이힐로 변하는 주인공의 작은 아이템 속에서도

 ‘경제’를 읽는 사람들, 바로 한국경제신문의 기자들이다.



도서 『시네마 노믹스』는 한국경제신문에서 연재하던 꼭지들을 잘 편집해서 출간한 책이다. 

딱딱한 경제 이야기를, 인상깊은 장면과 줄거리로 기억하는 영화와 자연스럽게 이어 냈다.

(용어와 설명 뿐 아니라 그래프도 꽤 성실히 채워넣었다.^^)


책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있는 경제 교과서(?)처럼 등장하는지 살짝 볼까.

앞서 말한 영화 <악마다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정상재normal goods'와 ’열등재inferior goods'를 구분 짓자면?

(평소에는 생각도 못했던 용어였다, 책에서 보며 체득했다. )

정상재는 다른 조건이 변하지 않을 때 실질소득이 늘어나면서 수요 또한 늘어나는 재화로 

주인공 주변에선 택시와 하이힐을 떠올릴 수 있고, 

열등재는 실질소득이 늘어날수록 수요가 줄어드는 재화로 대중교통 등을 떠올릴 수 있다. 


명품 가방을 사고 싶어하는, 절대 남자들이 이해하지 못할 여자들의 괴상한

-분명 주인공의 남자친구 역시 쉽게 이해하지 못했던- 습성은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로 설명한다. 

가격이 오르는데도 상품의 수요가 늘어나거나, 불황에도 명품 같은 비싼 제품이 잘 팔리는 현상

일종의 과시적 소비를 이해할 수 있었다. 명품 마케팅 분야에선 이런 대중 심리를 잘 이용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실제로 샤넬이나 에르메스는 재고 물량을 소각하기도 한다는데 놀랍지 않은가, 

베블런 효과가 더 유지될 수 있도록 고급재화를 마음껏 태워버리는 그들의 두둑한 배짱이!



상상만으로 섬뜩했던 ‘시간은 곧 돈’을 실제로 보여준 영화 <인타임>을 다시 보는 꼭지도 들어 있다. 

교환의 매개로서 회계의 단위로서 가치의 저장으로서 통용되는 ‘시간’이 

얼마나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지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겪었지만, 

영화 속이라고 웃고 넘길 수 없었던 부분이 있진 않았는가. 

물가가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은 시장에서 보는 채소와 과일값을 떠올리게, 

시간통 생산 공장의 모습은 한국은행의 존재를 떠올리게도 하지 않았던가. 

기자들은 영화 속에서 인플레이션의 진짜 비용을 꼬집어 낸다.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은 실질 구매력에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상황을 오랜 기간 버텨내기 힘들다고. 

하다 못해 ‘메뉴 비용’은? ‘구두창 비용’은? 

(이하의 용어가 뭘 의미하는지 아는 분들은 대단하신 분들, 

모르시는 분들은 경제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도 괜찮지 않을까? ^^나도 책을 읽기 전엔 몰랐으니까.)



기분 좋게 영화 이야기를 만날 수 있으려나 생각했다가 한편으론 심각해지기도 했다. 

정부가 판매세나 소비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별 다른 깊은 생각을 하지 않고  넘기곤 했는데, 기자들은 말해준다. 

정부가 생산자에게 판매세를 부과한다 하더라도, 

생산자가 실제 부담하게 되는 금액은 그 인상분의 전부가 아니며 결국 대부분의 부담은 소비자가 지게 된다는 점, 

예전엔 골똘히 생각하려고 조차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다. (‘한 걸음 더’라는 소제목으로 책 p.64~65에 실려 있다.)

나, 왜이렇게 무식하고 무던했던 걸까. 


영화를, 웃거나 울면서 줄거리만 기억하는 감성의 가상 세계가 아니라 

곳곳에 숨어 있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려 볼 수 있는 ‘거울’이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를 비춰보는 또 다른 거울이라는, 그 죽은 비유를 이 책을 통해 생생하게 체험했다. 

경제 초보 독자에게 이 책이 열어준 새로운 눈은 그런 것이었다, 

영화의 새로운 접근법과 일상을 바로 볼 수 있는 시선. 


유용하고 즐거운 독서였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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