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이중섭 - 전2권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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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의 리뷰와 2권의 리뷰는 따로, 1-2권 묶음의 리뷰를 빌어 책 전체에 대한 소감을 적을까 한다.)


“그만해라, 영진아. 태성의 반딧불이 눈, 그 샛눈만 있으면 됐어.”

그 시인에게도 몇 번인가 그 이야기를 했다. “글쎄 그 어린 녀석이 샛눈을 뜨고 사인을 하더라고요.” “그래요? 거 참 영민하고 예쁜 녀석이군요.”

“삼촌, 그 이야긴 열 번도 더 들은 것 같아요.”해서 모처럼 크게 웃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감은 눈시울에 엉기는 어머니의 소복치마저고리, 몸뻬바지를 입고 꿇어앉은 남덕의 통통한 손등의 이미지가 자꾸 눈에 밟혔다. 둥실 날아올랐다. 두 아들녀석의 얼굴은 너무 멀어서, 너무 희미해서 자꾸 가물거렸다. 한국의 애들이 아니었다는 것, 반바지에 무릎까지 올라온 영말에 깍듯한 인사가 그녕 그렇게 너무 아득했다.(2권 p.300)


‘남덕 여사님, 대향이 평생 동안 지향했던 그 순연한 가지를 나는 한 글자 성誠에 의미를 둡니다. 선과 악이나 그 어떤 이데올로기와도 무관한, 생태계의 모든 생명체는 저마다 가치로 존재하며 서로의 간극을 조율하는 자연의 섭리를 지닌다고 역설했던 대향을 존경했습니다.’ (2권 p.330)


소설 1권과 2권을 다 끝내고 나니 마음이 참 허탈했다. ‘문학’은 ‘인물’을 기본으로 하였기에 ‘인문학’과도 통한다고도 했던가, 문학을 통해 독자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게 된다 하던가. 


소를 그려온, 민족의 아픔을 고스란히 그림에 담아낸 민족의 작가 이중섭을 사랑하게 되고 한 남자의 아내이자 일본에서 자라는 한국인 교포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어미 이남덕을 사랑하게 되고 존경과 사랑으로도 모자라 시기와 질투의 끝을 달리던 허수를 이해하게 되고 예수에 비할만한 성인으로 그려지는 따뜻한 구 시인을 존경하게 되고 과부인 딸들을 지켜내느라 강철여인이 되는 마사코의 엄마를 알게 되는 것... 이 소설이 내게 너무 많은 생각을 심어줄 수 밖에 없었던 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평전이 아닌 소설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대향의 성誠, 그 고결한 마음을 아름다이 담아낼 수 있었던 것도 소설이기 때문일 것이다.



화가 이중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한 여인의 일생을 바라보는 여자의 본능으로 읽었기에...이 소설은 참 쉽기도 어렵기도 했다.



 

게와 아이들과 황소, 순수한 모순의 사랑... 책의 소제목과 책 표지에 있는 그림을 소설을 읽으며 몇 번이고 곱씹었다. 화가 이중섭의 작품들이 철저히 우리를 뒤흔들면서도, 때때로 사람들에게 오해받는 것은 그의 아내가 ‘일본인’이어서 그런걸까? (처음 소설을 읽기 시작하던 나와 비슷한 마음으로?) 그의 사상이 의심스러워서? 벌거벗은 그림 속의 그들이 외설스러워서? (실제로 소설 속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힐난하는 여론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놀라운 붓놀림에 시기심이 일어서?

 

그가 어떤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건 그것이 끝없는 모순을 낳았건(마사코로 인한 오해, 그리고 태성과 태현 두 아이들의 모순적인 태생...) 그의 작품마저 우리네들의 삶이나 눈물과 동떨어져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황소는 바라본다, 있는 그대로의 성(誠)의 마음으로 아프고 힘들고 짐진 자들을.

바라보는 이가 어떤 나라 사람이건 무엇을 선택했건 누구를 사랑했건 까맣게 타오르는 검은 눈동자로 말없이 바라봐 준다.

그의 그림들을 보며 헤헤 웃을 수 밖에 없었던 이중섭의 성정을 한번쯤 떠올리게 된다. 어떤 마음으로 살았을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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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2 - 순수한 모순의 사랑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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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의 리뷰와 2권의 리뷰는 따로, 1-2권 묶음의 리뷰를 빌어 책 전체에 대한 소감을 적을까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어. 남에게 대접을 받고 싶으면 그 배로 베풀어야 한다. 안 그러면 죽어서도 그 빚을 안고 고생하는 거야.”

원망하는 마음은 해준 것에 값하는 대접을 받지 못했을 때 가슴에 생기는 섭섭함의 공동일 것이다. 그랬다. 남덕뿐만 아니라 구 시인이나 많은 화우들, 그리고 또 술잔을 부딪치며 어울렸던 그들에게 아무것도 되돌려주지 못했다. 늘 받기만 했다. 전생에 거지로 살았던가. 그들의 호의와 배려를 자신이 가진 무언가와 교감하고 교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얼마나 당차고 비열한 오만인가. 비로소 깨달았다. 사랑이 모든 것을 대신하는 보상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남덕에게는 그랬다. 그녀의 냉담한 탯거리에 섭섭함이 가중되었는지도 몰랐다. 심사가 꼬이고 뒤틀렸다. 그는 그런 자신의 내면의 얼룩을 보면서 문득 상처받은 남자의 남루에 진저리를 쳤다. (p.291)


소설의 1권이 ‘남덕과 대향이 사랑하기까지’였다면, 소설의 2권은 ‘마사코와 이중섭이 멀어지기까지’라 할 수 있다.


1권을 읽으면서 궁금해했던 인물, 극악스러운 마지막-알몸에 수의 하나를 걸치고 죽었던-을 보였던 한 남자의 정체도 이미 1권에서 충분히 드러났고 그 남자와 대향의 관계도 이해할 수 있었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건 ‘왜’ 남덕은 사람들의 수근거림을 듣고도 깊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던 것인가만 남았다. 왜 ‘남덕으로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는지.


소설의 2권은 이중섭이 사람들 앞에서 헤헤 웃을 때마다 두 아이를 돌보는 마사코의 손이 부르트는 과정을 하나씩 내보이고 있다. 그들은 충분히 서로를 아끼고 사랑했지만 다른 모든 것들이 그들을 헤집어 놓았다. ‘가정’을 이룬 조선의 남자와 일본의 여자는 편안하게 쉬어가며 하늘을 바라볼 수가 없었나 보다. 그래, 한때 같은 길을 걸었던 두 화공은 화가 이중섭과 생활인 마사코로 갈라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일제 치하의 하늘, 남북한이 대립하는 하늘, 그리고 전쟁 속에서 나날이 굶주려가는 사람들의 하늘...이중섭과 그의 가족을 내려다보는 하늘은 그렇게 그들을 내몰았다. 그리고 조금씩 그들을 찢기게 내버려 두었다. 섬세한 팔과 번득이는 눈을 가진 한 예술가는 일상의 삶을 꾸려가기에 부족했고 가족을 건사하는 것조차 짐이 되어갔고, 미술학도의 꿈을 내던져야 했던 한 사람은 휘청이는 그 예술가의 그늘이 편안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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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1 - 게와 아이들과 황소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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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의 리뷰와 2권의 리뷰는 따로, 1-2권 리뷰를 빌어 책 전체에 대한 소감을 적을까 한다.)


“이남덕 여사님을 소개합니다. 대향 선생님께서 일본의 유명한 지유비주쓰카교카이에서 수여하는 태양상을 수상하실 때 부상으로 받은 팔레트를 육십여 년간 보관하셨다가 대향기념관에 기증하시겠다는 통보를 주셨습니다.”

태성의 부축을 살짝 뿌리치고 그녀가 일어섰다. 사회자가 마이크를 손에 쥐어주었다. 주춤거리지 않았다.

“이중섭의 아내, 이남덕입니다. 지금도 나는 이남덕으로 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허리를 깊숙이 숙인 다음 남덕이 마이크를 사회자에게 넘겼다.(p.34)


이중섭의 아내가 누구이기에 사람들은 그녀 뒤에서 수근거릴까, 기증식이 있던 날 맨 몸에 이중섭의 그림으로 수의를 지어입고 죽은 사내는 또 누구란 말인가. 소설 1권의 첫 시작은 그런 흥미진진함으로 시작되었다. 친절하지 않아서 더욱 더 빠져드는 이야기였다.


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도서관에 가서 이중섭이 그의 아내에게 주었다는 편지글들을 찾아 읽었다. 편지 속에서 보이는 대향 이중섭은 말도 안될 정도로 달콤하고 다정하고 섬세한 남자였다. 민족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긴 소를 주로 그린 남자, 화가 대향. 편지와 사진 속에서 보이던 샤프하고 멋진 얼굴이 그 섬세한 ‘예술혼’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았다.


읽던 소설 속의 그녀-이남덕은 어쩌다 그렇게 자신을 끔찍이 아끼는 남자를 만났던 건가, 부럽기도(?) 했다. 도서관에서 돌아와 마저 읽게 된 소설의 1권에서 다시 만난 이남덕이 슬몃 미워지기도 했다. 왜 남편이 아플 때도 찾아오지 못했던 건지.. 아니 그녀는 왜 ‘이남덕’이 아니라 ‘야마모토 마사코’란 일본인이란 말인지.. 마음에 들지 않은 이야기만 가득 했다.


1~2권을 다 읽고 나니 소설의 1권은 ‘그들이 사랑하기까지’로 주제를 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랑하고 행복하고 따뜻한 가정, 네 식구가 제주도 바닷가에서 게를 잡고 밤이면 남몰래 부부가 나와 부인의 나체를 그리는 풍광이 그득하게 담겨 있는 완벽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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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목표는


1) 다양한 장르

2) 최소 100권 이상

3) 리뷰는 -가능한 한- 미루지 말고 읽은 책들의 60% 이상

4) 시(詩)집을 특히나 꾸준히-적어도 월에 한 권 남짓은- '읽어보자' 



힘내자, 이얍!!! ^-^



비고책 제목저자출판사
1유럽의 교육로맹 가리책세상
2영혼들의 여행마이클 뉴턴나무생각
3상징의 모든 것데이비드 폰태너사람의 무늬
4나무를 심은 사람장 지오노두레
5이중섭 1,2최문희다산책방
6내 아내에 대하여라이오넬 슈라이버RHK
7당신 없이 무척이나 소란한 하루멜바 콜그로브돋을새김
8결혼해도 똑같네 1,2네온비애니북스
9루나파크 사춘기 직장인홍인혜애니북스
10이중섭 1916-1956 편지와 그림들이중섭/박재삼다빈치
11배빵빵 일본 식탐 여행타카기 나오코애니북스
12약해지지 않는다면 괜찮은 인생이야세스애니북스
13티베트 밀교의 명상법소남 갈첸 곤다불광출판사
141일 2분 운동법닛케이 헬스 편집부로그인
15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요나스 요나손열린책들
1628정유정은행나무
17강신주의 감정수업강신주민음사
18지금 여기 하나뿐인 당신에게심영섭페이퍼스토리
19나를 보내지 마가즈오 이시구로민음사
20파란색은 따뜻하다쥘리 미로미메시스
21페르세폴리스 1,2마르잔 사트라피새만화책
22아스테리오스 폴립데이비드 마추켈리미메시스
23책을 처방해드립니다카를로 프라베티문학동네
24허삼관 매혈기위화푸른숲
25일곱개의 단어로 된 사전김소연문학과지성사
26이 시대의 사랑최승자문학과지성사
27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안토니오 알타리바/킴해바라기프로젝트
28런어웨이앨리스 먼로
29인포그래픽 프리젠테이션곽승원한빛미디어
30누비처네목성균연암서가
31수짱의 연애마스다 미리이봄
32미시시피 미시시피톰 프랭클린RHK
33에니어그램 성격유형Don Richard Riso학지사
34착한 딸 콤플렉스하인즈 피터 로어레드박스
35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마스다 미리이봄
36여행, 혹은 여행처럼정혜윤난다
37화차미야베 미유키문학동네
38흰 책정끝별민음사
39세상의 모든 뿌리는 젖어 있다강연호문학동네
40라일락과 고래와 내 사람김충규문학동네
41수학자의 아침김소연문학과지성사
42희다이향문학동네
43정원의 발견오경아궁리
44훔쳐가는 노래진은영창비
45다른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은희경문학동네
46유대인 스피드 수학야곱 트라첸버그아르고나인
47하루 당분 20g의 기적조희진아우름
48마이 시크릿 닥터리사 랭킨릿지
49투명인간성석제창비
50생명공학 소비시대 알 권리 선택할 권리김훈기동아시아
51역사가 있는 해석학이정근경문사
52철학이 필요한 시간강신주사계절
53한국인이 좋아하는 손님상유경아,김보은그리고책
54아나토미 복근 트레이닝마이클 건딜삼호미디어
55하타요가와 명상스와미 시바난다 라다정신세계사
56채식밥상신진영경향미디어
57잘 왔어 우리 딸서효인난다
58잠깐 저기까지만,마스다 미리이봄
59나라의 힘은 수학 수준에 비례한다김용운경문사
60프랑스 아이처럼파멜라 드러커맨북하이브
61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요나스 요나손열린책들
62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바바라 오코너놀(다산북스)
63대머리를 기만하지 마라방기호은행나무
64허벅지, 배, 엉덩이를 위한 기적의 휘트니스 30분브래드 쉔펠드보누스
65정글만리1조정래해냄
66탤런트 코드대니얼 코일웅진지식하우스
67오늘도 아침부터 계란말이모리시타 에미코애니북스
68오늘도 혼자서 할 수 있어모리시타 에미코애니북스
69나미야 잡화점의 기억히가시노 게이고현대문학
70카리스마 트레이닝게르하르트 H 등저샘터
71수학 유전자케이스 데블린까치
72재테크,30대에 끝내라한예경 외랜덤하우스
73자두 치킨마르잔 사트라피휴머니스트
74너는 모른다정이현문학동네
75두근두근 내 인생김애란창비
76바느질 수다마르잔 사트라피휴머니스트
77은행의 사생활박혜정다산북스
78안녕, 내 모든 것정이현창비
79뉴욕 삼부작폴 오스터열린책들
8030대 경제생활 완전정복최성우북스토리
81목소리 트레이닝북임유정원앤원북스
82나는 왜 쓰는가조지 오웰한겨레출판
83무지개 곶의 찻집모리사와 아키오셈터
84개인적인 체험오에 겐자부로을유문화사
85돈이 모이는 생활의 법칙짠돌이카페 슈퍼짠9인길벗
86월간 샘터 2014.11샘터사샘터
87월급쟁이 부자들이명로스마트북스
88도라브루더파트릭 모디아노문학동네
89스피드 공부법나카타니 아키히로소담출판
90시험에 강한 공부방법나리아이 히로시지상사
91How 공부법론 프라이청림출판
92딸은 딸이다애거사 크리스티포레
93야만적인 앨리스씨황정은문학동네
94위를 봐요!정진호은나팔
95행복을 파는 조각가서울산소먹은책
96동피랑아이이담원리젬 그림책
97(그림책)연어안도현 글/한병호 그림문학동네
98민들레가 들려주는 가족이야기박준일 글/장유진 그림도서출판 맑은샘
99다니엘의 특별한 그림 이야기바바라 매클린톡키다리
100아델과 사이먼바바라 매클린톡베틀 북
101귀머거리 너구리와 백석 동화나라백석웅진주니어
102지루한 씨의 까만 우산윤정선태동출판사
103통장의 눈물박연수율곡출판사
104(내 인생을 바꾼 재테크)부동산 경매정충진휴먼앤북스
105고종석의 문장-한국어 글쓰기 강좌1고종석알마
106Try again! 영어회화이근철길벗 이지톡
107그 고래, 번개류은샘터
108껌 좀 떼지 뭐양인자샘터
109출근길의 철학 퇴근길의 명상김용전샘터
110봉주르, 뚜르한윤섭문학동네 어린이
111우리 동네 전설은한윤섭창비
112그 녀석 슈라에겐 별별 일이 다 있었지파트릭 모디아노문학동네 어린이
113창고 라이브, 다섯개의 청춘송가지미세미클론
114기울어진 아이프랑수아 스퀴텐세미클론
115(어른을 위한 동화)인생은 한숨마르잔 사트라피휴머니스트
116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김영하문학동네
117붉은 꽃 이야기한강열림원
118발레소녀 카트린(우리 아빠는 엉뚱해)파트릭 모디아노열린책들
119책과 노니는 집이영서문학동네
120망할 놈의 수학카를로 프라베티문학동네
121눈먼 자들의 국가김애란 외 11인문학동네
122너, 살 빠졌지?와타나베 폰위즈덤하우스
123여자라는 생물마스다 미리이봄
124무엇을 생각하며 살 것인가제임스 앨런판미동
125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양양
126향기필립 클로델샘터
127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낀다남극성광창미디어
128자제력가오위엔인플루엔셜
129독소가 내 몸을 망친다아베 히로유키동도원
130내몸 대청소프레데릭 살드만김영사
131보다김영하문학동네
132왓칭김상운정신세계사
133리빙센스 2014.12
134꿈을 이루는 공부습관권혁도지상사
135수학으로 배우는 양자역학의 법칙 Transnational College of LEX Gbrain
136월간 샘터 2014.12샘터사샘터
137왕경손정미샘터
138내누나마스다 미리이봄
139잊지 마, 넌 호랑이야날개달린연필샘터
140시네마노믹스조일훈 등한국경제신문사
141월간 셈터 2015.01샘터사샘터
142소수의 음악마르쿠스 듀 소토이승산
143냉기제거 건강법신도 요시하루중앙생활사
144스칼렛 핌퍼넬엠마 오르치21세기북스
145체온면역력아보 도오루중앙생활사
146면역력을 높이는 장 건강법마쓰다 야스히데조선일보사
147만화 여드름 뿌리 뽑기유서례 외6인에디터
148뉴튼하이라이트-아기 탄생의 과학편집부뉴턴코리아
149에쎈 2015.01편집부서울문화사
150별이 빛나는 건 흔들리기 때문이야김제동 외샘터




....분명 빠트린 책이 있는 것 같다. 찜찜하지만, 연말 결산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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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교육
로맹 가리 지음, 한선예 옮김 / 책세상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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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의사 트바르도브스키가 숲에 숨어 있는 소년에게 온다. 아버지는 아이에게 말한다. “체념하고 함부로 굴면 안 된다…… 늘 반듯해라. 엄마가 가르친 대로 따르거라.” 한 저택 안에 여인들이 슬픈 얼굴을 하고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주근깨 가득한 금발 소녀가 담배를 피우다가 군인과 함께 올라갔다가 내려와 다시 한 모금을 빤다. 소녀는 방 속의 여자들에게 웃으며 말한다, 군인들에게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방법은 간단하다고. 며칠 후 그곳으로 왕진 가방을 든 한 남자가 나타난다. 보초병들에게 서류를 내밀고 기다리며 그는 자연스레 기관총을 꺼낸다. 창문을 통해 쓰러져가는 군인들을 목격한 소녀는 후에 이 이야기를 다른 여자들에게 전한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슬로우모션처럼 펼쳐지는 이 장면들을 보면서 난 생각했다. 영화로 만들어져도 좋겠다고.

친절하지 않게 드러나는 첫장면들은 내 마음 속에 강렬하게 와닿았고 나는 이 소설 『유럽의 교육』이 궁금했다. 유럽의 ‘교육’이 이 상황과 어떤 관련이 있다고? 저 어린 소년과 소녀가 같은 학교에라도 들어가는 걸까?

 

주인공 소년은 야네크다. 어느 날부터 아버지가 찾아오지 않게 되었다. 아버지의 당부대로 ‘빨치산’을 찾아간다. 야네크는 함께 지내는 그들이 비밀문서에 쓰는 ‘나데이다’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대학생들은 야네크에게 꾀꼬리처럼 노래 잘하는 사령관이라고 농을 던진다. 소녀는 조시아다. 소년과 처음 만나던 날, 다른 남자와 다르기 자길 대하기 때문에 야네크가 좋다고 한다. “일 끝내자마자 올게.”하고 조시아는 잠시 떠난다. 그는 춥고 어둡고 시린 숲에서 따스한 우정을 느꼈고 나무를 껴안으며 희망을 맛보았다.

둘은 어리다. 전쟁이 무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사여부를 알지 못하지만, 자신이 군인들과 무엇을 하는지 모르지만 그저 함께 있을 수 있어 행복하다. 심장이 함께 뛰면 서로 얘기를 나누며 행복해하는 것임을 배운다. 신이 잘못한 것 때문이 사람들이 힘든 건 아닐까하고 고민하는 두 사람의 대화는 아름답고도 슬프다.


소설을 읽으면서 두 소년 소녀가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을 보는 것이 하나의 큰 줄기라면, 또 다른 큰 줄기는 음악과 함께 읽혔다.

쇼팽의 음악은 소설 속에 배경음악처럼 흐른다. 처음 등장한 곳은 야블론스키의 편지를 전하기 위해 마을로 간 야네크가 야드비가 양을 만날 때였다. 그녀가 치는 쇼팽의 폴로네즈가 울려퍼지는 밤, 야네크는 무언가를 되찾은 것만 같았다(내가 느낀 감정은 그랬다). 그리고 소설 속에 실제로 음악이 등장하건 등장하지 않건 내겐 자꾸 쇼팽이 들렸다. 야드비가 양을 만나러 간 야블론스키를 교수대 밧줄에서 보던 찰나의 순간에도, 숲속에서 독서모임을 갖는 청년들의 모임 속에서도, 독일 감시병들과 함께 스케이트를 타던 순간조차도(야네크의 마음 속에서 어떤 불길이 타오르고 있는지를 생각한다면 쇼팽의 음악이 들리는 것이 굉장한 아이러니일 수도 있다) 자꾸 쇼팽이 들린다. 야네크가 삶을 ‘살아내는’ 과정 속에서 한없이 쇼팽의 선율은 흐른다. 그 음악은 야네크를 품어주던 숲과 닮아있기도 하다. 아름다운 음악은 깊은 숲은 늘 그대로인데 야네크만 변하고 있다. 아니 사람들만 변하고 있다.

감자 몇 개에 친구를 팔아 넘기고, 주린 배는 사랑을 허용하게 되고, 자기만큼은 아무 일 없기를 바랬지만 아내를 잃고 아들을 잃고 외로움 속에 스스로를 잃기도 한다.


 

얼마나 많은 꾀꼬리들이 필요한 건지 야네크가 던지는 물음은 내게 묻는 질문같다. ‘그곳은 어떤 것을 가르치는 ’학교‘니? 내가 사는 곳보다 나아진 곳이니?’하고. 쇼팽의 음악은 여전히 아름답고 숲은 예나 지금이나 희망을 품고 있어. 다만 개미떼들이 수많은 꾀꼬리들이 방향없이 움직이고 노래하고 있을 뿐이지. 분명 그 모든 것들의 방향을 바로 잡을 수만 있다면 신을, 이 ‘학교’를 우리는 원망하지 않아도 될 것이야. 야네크가 목도리를 두른 독일군에게 총구를 겨눌 때, 그리고 도브란스키가 ‘노래’하고 있을 때 마음이 흔들렸다. 스산한 바람을 느낀 건지, 봄결을 감지해낸 건지 아직도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 책 『유럽의 교육』이 좋을 뿐이다. 조시아와 야네크가 살아내는 그 시대를 내 것인양 느낄 수 밖에 없는 건 당연한 것이려나. 수없이 책의 부분들을 옮기고 또 옮겨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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