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2 - 순수한 모순의 사랑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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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의 리뷰와 2권의 리뷰는 따로, 1-2권 묶음의 리뷰를 빌어 책 전체에 대한 소감을 적을까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어. 남에게 대접을 받고 싶으면 그 배로 베풀어야 한다. 안 그러면 죽어서도 그 빚을 안고 고생하는 거야.”

원망하는 마음은 해준 것에 값하는 대접을 받지 못했을 때 가슴에 생기는 섭섭함의 공동일 것이다. 그랬다. 남덕뿐만 아니라 구 시인이나 많은 화우들, 그리고 또 술잔을 부딪치며 어울렸던 그들에게 아무것도 되돌려주지 못했다. 늘 받기만 했다. 전생에 거지로 살았던가. 그들의 호의와 배려를 자신이 가진 무언가와 교감하고 교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얼마나 당차고 비열한 오만인가. 비로소 깨달았다. 사랑이 모든 것을 대신하는 보상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남덕에게는 그랬다. 그녀의 냉담한 탯거리에 섭섭함이 가중되었는지도 몰랐다. 심사가 꼬이고 뒤틀렸다. 그는 그런 자신의 내면의 얼룩을 보면서 문득 상처받은 남자의 남루에 진저리를 쳤다. (p.291)


소설의 1권이 ‘남덕과 대향이 사랑하기까지’였다면, 소설의 2권은 ‘마사코와 이중섭이 멀어지기까지’라 할 수 있다.


1권을 읽으면서 궁금해했던 인물, 극악스러운 마지막-알몸에 수의 하나를 걸치고 죽었던-을 보였던 한 남자의 정체도 이미 1권에서 충분히 드러났고 그 남자와 대향의 관계도 이해할 수 있었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건 ‘왜’ 남덕은 사람들의 수근거림을 듣고도 깊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던 것인가만 남았다. 왜 ‘남덕으로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는지.


소설의 2권은 이중섭이 사람들 앞에서 헤헤 웃을 때마다 두 아이를 돌보는 마사코의 손이 부르트는 과정을 하나씩 내보이고 있다. 그들은 충분히 서로를 아끼고 사랑했지만 다른 모든 것들이 그들을 헤집어 놓았다. ‘가정’을 이룬 조선의 남자와 일본의 여자는 편안하게 쉬어가며 하늘을 바라볼 수가 없었나 보다. 그래, 한때 같은 길을 걸었던 두 화공은 화가 이중섭과 생활인 마사코로 갈라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일제 치하의 하늘, 남북한이 대립하는 하늘, 그리고 전쟁 속에서 나날이 굶주려가는 사람들의 하늘...이중섭과 그의 가족을 내려다보는 하늘은 그렇게 그들을 내몰았다. 그리고 조금씩 그들을 찢기게 내버려 두었다. 섬세한 팔과 번득이는 눈을 가진 한 예술가는 일상의 삶을 꾸려가기에 부족했고 가족을 건사하는 것조차 짐이 되어갔고, 미술학도의 꿈을 내던져야 했던 한 사람은 휘청이는 그 예술가의 그늘이 편안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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