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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1 - 게와 아이들과 황소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11월
평점 :
(1권의 리뷰와 2권의 리뷰는 따로, 1-2권 리뷰를 빌어 책 전체에 대한 소감을 적을까 한다.)
“이남덕 여사님을 소개합니다. 대향 선생님께서 일본의 유명한 지유비주쓰카교카이에서 수여하는 태양상을 수상하실 때 부상으로 받은 팔레트를 육십여 년간 보관하셨다가 대향기념관에 기증하시겠다는 통보를 주셨습니다.”
태성의 부축을 살짝 뿌리치고 그녀가 일어섰다. 사회자가 마이크를 손에 쥐어주었다. 주춤거리지 않았다.
“이중섭의 아내, 이남덕입니다. 지금도 나는 이남덕으로 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허리를 깊숙이 숙인 다음 남덕이 마이크를 사회자에게 넘겼다.(p.34)
이중섭의 아내가 누구이기에 사람들은 그녀 뒤에서 수근거릴까, 기증식이 있던 날 맨 몸에 이중섭의 그림으로 수의를 지어입고 죽은 사내는 또 누구란 말인가. 소설 1권의 첫 시작은 그런 흥미진진함으로 시작되었다. 친절하지 않아서 더욱 더 빠져드는 이야기였다.
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도서관에 가서 이중섭이 그의 아내에게 주었다는 편지글들을 찾아 읽었다. 편지 속에서 보이는 대향 이중섭은 말도 안될 정도로 달콤하고 다정하고 섬세한 남자였다. 민족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긴 소를 주로 그린 남자, 화가 대향. 편지와 사진 속에서 보이던 샤프하고 멋진 얼굴이 그 섬세한 ‘예술혼’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았다.
읽던 소설 속의 그녀-이남덕은 어쩌다 그렇게 자신을 끔찍이 아끼는 남자를 만났던 건가, 부럽기도(?) 했다. 도서관에서 돌아와 마저 읽게 된 소설의 1권에서 다시 만난 이남덕이 슬몃 미워지기도 했다. 왜 남편이 아플 때도 찾아오지 못했던 건지.. 아니 그녀는 왜 ‘이남덕’이 아니라 ‘야마모토 마사코’란 일본인이란 말인지.. 마음에 들지 않은 이야기만 가득 했다.
1~2권을 다 읽고 나니 소설의 1권은 ‘그들이 사랑하기까지’로 주제를 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랑하고 행복하고 따뜻한 가정, 네 식구가 제주도 바닷가에서 게를 잡고 밤이면 남몰래 부부가 나와 부인의 나체를 그리는 풍광이 그득하게 담겨 있는 완벽한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