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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는 후기를 남기지 않는다 - 여덟 해 동안 만난 일곱 의사와의 좌충우돌 현재진행형 우울증 치료기
전지현 지음, 순두부 그림 / 팩토리나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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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는 어떤 곳일까, 우울증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그 과정은 어떨까 - 한창 궁금하던 찰나에 이 책의 표지만 보고 냅다 기대를 안게 되었다. 일곱 명의 정신과 의사, 즉 무려 일곱 개의 정신과를 찾아간 후기이니 분명 내가 궁금해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아가게 될 수 있을것이라는 기대. 


하지만 이 책은 내가 궁금해하던 그 어떤 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매우 간단한 책이며 거의 30분만에 다 읽었다. 


한번 쯤 들어본 '우울증은 감기 같은 것이니 약을 먹으면 낫는다'라는 설에 대한 반대된 후기가 조금 인상적이긴 했다. 이렇게 약물에 의지해 살아가는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간혹 스스로 '나 우울증인가?'하고 진지하게 고민해본 나름 힘들었던 감정의 시간이 민망할 정도로 저자의 정신과 후기를 보니 약물에만 의존해야 살아가지는 정도의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 정도 알게 되었다. 


본문 중 : "우울증 치료를 받기 시작한 지 8년이 된 지금은 '마음의 감기'라는 표현을 볼 때마다 굵고 시뻘건 펜으로 벅벅 긋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뇌의 고혈압'이나 '뇌의 당뇨병' 정도로는 부족하다. '뇌의 심근경색'쯤 되어야 어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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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받을 생각은 없었지만, 내가 위로하는 시간이 될 줄을 몰랐다.

내 일상에도 패턴이 생겼고 남들처럼 내일을 계획할 수 있는 여유도 가지게 되었다.

우울증 환자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기로 했다. 좋아지고 싶다는 미련을 버리고 더 나빠지지 않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내 자신과 주변을 파괴하지 않을 정도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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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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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힘이 있지. 시대를 초월한 오래된 책에는 큰 힘이 담겨 있단다. 힘이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읽으면, 넌 마음 든든한 친구를 많이 얻게 될 거야. 


책에는 마음이 있지. 소중히 대한 책에는 마음이 깃들고, 마음을 가진 책은 주인이 위기에 빠졌을 때 반드시 달려가서 힘이 되는 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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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을 그다지 선호하는 편은 아니라 1장까지 읽고 난 뒤 긴가민가했다. 책에 관한 단순한 판타지인가 보다,하며. 하지만 절대 단순하지 않았다. 이 책은 매우 중요한 메세지를 담고 있으며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인 것이 분명하다. 특히나 옮긴이의 말을 읽고 나서 더욱이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옮긴이 이선희의 말 : 셰익스피어, 뒤마, 프루스트... 우리는 지금까지 참 많은 책을 읽어왔고 앞으로도 읽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책을 읽는 걸까우리 안에도 네 가지 유형의 모습이 조금씩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 때로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때로는 줄거리만 읽기도 하고,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베스트셀러에 손을 내밀기도 하고, 때로는 일그러진 마음으로 책을 읽기도 한다. 그러면서 왜 책을 읽는지 생각지도 않고 습관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다음 책에 손을 내민다.  


나 또한 요즈음 책에 임하는 자세가 많이 뒤틀렸던 것 같다. 무의식중 많이 읽는 것이 좋은 것이라 생각하여 1장이라도 더 읽어나가려고 애썼었다. 손에 쥔 책을 다 읽기도 전에 다음으로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했었다. 책 속 좋은 구절들을 기록하기에 바빴지, 한 구절을 두고 오래 묵상해보지 못했다.


나는 왜 책을 읽을까. 중학교 때부터 도서관에 가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일상을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책이 선사해주는 다른 세계와 감정에서부터 힘을 받았으니까. 대학생이 되어서는 전공 서적도 못 읽어나가고 있는데 무슨 독서냐,는 생각에 책에 거의 손을 대지 못했고. 직장인이 되어서야 책을 다시 읽게 된 것은, 사회에 나와보니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깨달아서였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책을 읽는 나는 과연 올바른 방법으로 책을 읽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이 말해주는 네 가지 유형의 사람을 잊지 말자 : 

1. 읽은 책의 수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그래서 읽은 책은 다시는 안 꺼내 보는 사람. 

2. 책의 줄거리만 읽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3. 책을 팔아서 수익만 올리면 되기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책만 파는 사람, 즉 세상에 필요한 책이 아니라 세상이 원하는 책을 만드는 사람. 

4. 마음이 뒤틀린 채로 책을 읽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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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내게 힘과 마음을 준 책과 다시 한번 올바른 관계를 쌓아보자. 


*



소중한 책이 닳을 때까지 몇번이고 읽으며 책의 이야기속에 편안히 몸을 누이면서 만족스럽게 미소를 짓는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이 세상에는 이치가 통하지 않거나 부조리한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지. 고통으로 가득 찬 그런 세계를 살아갈 때 가장 좋은 무기는 이치도 완력도 아니야. 바로 유머지.

다정한 미소와 대조적인 날카로운 시선이 세련된 행동거지와 멋진 조화를 이루었다.

책을 많이 읽는 건 좋은 일이야. 하지만 착각해서는 안되는 게 있어. 책에는 커다란 힘이 있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책의 힘이지 네 힘은 아니야. 무턱대고 책을 많이 읽는다고 눈에 보이는 세계가 넓어지는 건 아니란다. 아무리 지식을 많이 채워도 네가 네 머리로 생각하고 네 발로 걷지 않으면 모든 건 공허한 가짜에 불과해. 책이 네 대신 인생을 걸어가 주지는 않는단다. 네 발로 걷는 걸 잊어버리면 네 머릿속에 쌓인 지식은 낡은 지식으로 가득 찬 백과사전이나 마찬가지야. 누군가가 펼쳐주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 골동품에 불과하게 되지.

책을 읽는 건 참 좋은 일이야. 하지만 다 읽고 나면 자기 발로 걸음을 내디뎌야 하지.

책과 음악은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둘 다 인간의 생활에 지혜와 용기와 치유를 안겨주는 훌륭한 존재지. 인간이 스스로를 위로하고, 스스로를 고무하기 위해 만들어낸 특별한 도구란 말일세.

책을 읽는 건 산을 올라가는 것과 비슷하지.

책을 읽는다고 꼭 기분이 좋아지거나 가슴이 두근거리지는 않아 때로는 한 줄 한 줄 음미하면서 똑같은 문장을 몇 번이나 읽거나 머리를 껴안으면서 천천히 나아가기도 하지.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어느 순간에 갑자기 시야에 탁 펼쳐지는 거란다 . 기나긴 등산길을 다 올라가면 멋진 풍경이 펼쳐지는 것처럼 말이야.

독서에도 힘든 독서라는 게 있지. 물론 유쾌한 독서가 좋단다. 하지만 유쾌하기만 한 등산로는 눈에 보이는 경치에도 한계가 있어. 길이 험하다고 해서 산를 비난해서는 안 돼. 숨을 헐떡이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는 것도 등산의 또 다른 즐거움이란다.

기왕에 올라가려면 높은 산에 올라가거라. 아마 멋진 경치가 보일 게다.

무턱대고 서두른다고 해서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크고 작은 부분들을 놓치는 게 인간이다. 기차를 타면 먼 곳으로 갈 수 있지만 그렇다고 식견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길가에 피어 있는 이름 없는 꽃도, 나뭇가지에서 지저귀는 작은 새들도 자기발로 걸어가는 우직한 산책자를 따르는 법이다.

계속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마음이 먼저 패배해.

서점에 틀어박히는 건 좋은 일이야. 우리가 걱정한 건 네가 ‘네 껍질‘안에 틀어박혔던 거지. 껍질을 깨뜨려.

고독에 지지마. 너는 혼자가 아니야.

괜찮아요. 전부 괜찮치는 않지만 나름대로 괜찮아요.

계속 밑을 향해 틀어박혀 있으면 안 돼. 노력한 만큼 대가가 따르지 않을지 모르지만 네 인생이니까.... 앞으로 보고 힘차게 걸어가.

-난 너무 어려워서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던데.

그거 잘됐네. 책을 읽고 어렵게 느꼈다면 그건 네가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게 쓰여 있기 때문이야. 어려운 책을 만났다면 그거야말로 좋은 기회지.

선택지가 없다는 말은 착각일 뿐만 아니라 변명에 불과했다는 걸 지금 린타로는 똑똑히 알고 있다. 선택하려고 하면 길은 사방팔방에 얼마든지 있다. 자신이 선택하느냐, 누군가에 의해 떠밀리느냐 그것뿐이다.

"당신이 당신 자신을 믿지 않으면 어떡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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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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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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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읽었다. 예상은 했지만 매우 야하고(지하철에서 흠칫흠칫, 괜히 페이지를 빨리 넘기게 되는). 하지만 정말 재밌었다. 유명한 이유는 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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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발간. 하루키를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려놓은 이 책의 또 다른 이름은 <상실의 시대>. 나는 '상실의 시대'가 더 맘에 든다. '상실'이라는 단어가 이 책을 읽고 난 후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단어라서. 


상실하다 : 

1. 어떤 사람과 관계를 끊거나 헤어지다.

2. 어떤 것을 아주 완벽히 잃거나 사라지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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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필기하고 싶은 부분이, 꽂힌 부분이 많았는데, 계속 들고 다니면서 읽고 지하철에서 틈틈이 읽느라 원래 하듯이 일일이 다 필기를 못 했다. 그래서 다시 읽어봐야 한다. 다시 읽었을 때는 더 많이 이해하길. 열린 결말이고, 나는 열린 결말에 약하긔. 그래서 인터넷을 뒤졌다. 


이 책을 통해 하루키가 품고자 했던 것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의 의미라고 한다 : "사람이 사람을 진실로 사랑한다는 건, 자아의 무게에 맞서는 것인 동시에, 외부 사회에 무게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건 참 가슴 아픈 일이지만, 누구나 그 싸움에서 살아남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그럼 삼각관계의 이야기라는 면이 있다는 말이군요. '나'와 나오코와 미도리가 가장 큰 삼각관계라도 한다면, '나'와 기즈코와 나오고" 라는 질문에 하루키는 이렇게 답변하였다고 한다 : "아니, 그렇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나'와 나오코, '나'와 미도리는 평행 하는 흐름입니다. 삼각이 아니지요. 정말로 삼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나'와 나오코와 기즈키 군의 세 사람입니다. 그리고 '나'와 레이코 씨와 나오코의 세 사람입니다. 그리고 '나'와 하쓰미 씨와 나가사와 군의 세 사람이지요. 이것은 삼각관계 입니다. 세 사람이 일체가 되어서 이야기가 진행되어 나가니까요. 하지만 '나'와 미도리, '나'와 나오코는 평행하고 있습니다. 


열린 결말이 되려 허망하디 허망한 20대의 감정과 사랑, 그리고 그로부터 오는 모든 불안을, 더 잘 전달해주는 것 같다. 여운이 깊어도 너무 깊게 남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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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난 후 다시 앞장으로 가 20년 후 현시점의 남자 주인공 나레이션을 다시 읽었어야 했다. 정말로 그 생생했던 관계와 순간들의 기억이 가물가물해진 건가. 정말로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 "왜냐하면, 나오코는 나를 사랑하지조차 않았던 것이다"라고 믿는 것일까. 결국 목메게 하는 애달프고도 간절한 사람도, 관계도, 순간도, 시간 앞에서는 소용없는 것인가. 



연관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만 '노르웨이의 숲'은 비틀즈의 Norwegian Wood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비틀즈의 노르웨이의 숲의 가사는 원 나잇 스탠드를 실패한 존 레넌의 경험담이라고 한다. 여자 집에까지 놀러 갔으나 원하던 원나잇은 얻지 못하고 욕조에서 자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여자는 벌써 나가고 없어서 복수심에 여자가 아끼던 노르웨이산 가구에 불을 붙인다는 내용의 가사다. "I once had a girl, or should I say, she once had me. She showed me her room, isn't it good, norwegian wood?". 레넌이 아내와 알프스에 놀러 갔을 때 이 가사를 썼다고 하며 아내가 알아치를 수 없도록 가사에 연막을 쳤다 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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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주인공이 참 마음에 들었다, 물론 성생활은 동의하지 못했지만. 어떤 면에서 무덤덤하고 어떤 면에서는 감성적인. 감정 기복이 크게 있지 않고 행여 감정의 변화가 있더라도 외부로 티 내지 않는, 스스로 헤아리는. 들뜨며 기쁨을 표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만큼 슬픔과 좌절도 묵묵히 견뎌내는. 위스키 홀짝홀짝 마시며 책을 읽는. 대학강의와 알바 시간은 철저히 지켜가면서 친구들에게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는. 틈틈히 독일어 공부를 하는. 남을 쉽게 판단하지 않는, 일명 '그러려니' 및 '그럴수도 있겠다' 마인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써 내려가는, 그리고 답변이 오지 않아도 꿋꿋이 기다리는. 이 모든 것들이 내가 정말 지향하는 한 사람의 성향. 


태엽을 감는 생활을 하는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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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마지막 잠자리는 대체 왜 가진 건지 설명해줄 사람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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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만이 영원히 열일곱이었다.

무슨 말이든 좀 해봐, 미도리가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옹알거렸다. 너, 정말 귀여워 (이름 붙여서). 정말 귀여워, 미도리 (정말이라면 얼마나). 산이 무너지고 바다가 말라 버릴 만큼 귀여워. 네가 정말로 좋아, 미도리 (얼마나 좋아). 봄날의 곰만큼 좋아. 네가 봄날 들판을 혼자서 걸어가는데, 저 편에서 벨벳 같은 털을 가진 눈이 부리부리한 귀여운 새끼 곰이 다가와. 그리고 네게 이렇게 말해. ‘오늘은, 악씨, 나랑 같이 뒹글지않을래요.‘ 그리고 너랑 새끼 곰은 서로를 끌어안고 토끼풀이 무성한 언덕 비탈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하루 종일 놀아. 그런 거, 멋지잖아? 그 정도로 네가 좋아.

괜찮아, 아무 걱정 하지마. 모든 게 잘될 거야.

자신을 동정하지마. 자신을 동정하는 건 저속한 인간이나 하는 짓이야.

내버려둬도 만사는 흘러갈 방향으로 흘러가고,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사람은 상처를 입을 땐 어쩔 수 없이 상처를 입게 마련이지. 인생이란 그런거야.

난 이제 아무하고도 자지 않아. 네가 나를 어루만지던 때 그 느낌을 잊기 싫어서야. 그건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내게 중요한 일이야. 나는 늘 그 순간을 생각해.

우리는 살면서 죽음을 키워 가는 것이다.

삶의 한 복판에서 모든 것이 죽음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우리들이 이곳에 와 있는건, 그 비뚤어진 것을 교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비뚤어진 것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라고 했어. 우리들의 문제점 중 하나는, 그 비뚤어진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 있다는 거야.

사람이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럴 만한 시기가 되었기 때문이지, 그 누군가가 상대에게 이해해주기를 바랐기 때문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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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사계절 만화가 열전 13
이창현 지음, 유희 그림 / 사계절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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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30분만에 읽었나. 


그림체도, 개그 코드도 다 취향 저격. 빵빵 터질 정도는 아니지만, 독서라는 소중한 주제를 다루면서 이 정도의 재미를 줬다는 것에 매우 만족한다. 난 B급 취향인가보다. 


저런 독서 모임이 있다면 나도 참석하고 싶다 (물론 노마드 꼴이 날지도 모르지만). 일반적인 커피샵 같은 데서 하는 독서 모임이 아니라 진짜 익명의 알코올 중독자들 모임처럼 방 한곳에 원을 그려 끊지못하는 나쁜 습관을 얘기하듯이 독서와 책에 대해서 나누는 거, 맘에 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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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자신이 어떤 존재이고 또 어디쯤 서 있는지를 살피려고 우리 자신뿐 아니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읽는다. 우리는 이해하기 위해, 아니면 단서를 얻기 위해 읽는다. 우리는 뭔가를 읽지 않고는 배겨 내지 못한다. <알베르토 망구엘, 독서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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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들이 언급하는 책 다 읽어보고 싶다 (NTS : 첩보물은 '존르 카레'인가보다). 이렇게 만화로 툭툭 던질 정도면 작가는 정말 많은 책을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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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부적응자 컨셉으로 나오지만, 그냥 다 매력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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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도서관이 없으면요?) 이사를 가. 인간이 살 곳이 아니야!

(허들이 아예 없진 않았지. 이 주석들 말이야. 본문에서 주석, 다시 또 본문... 이렇게 왔다 갔다 시선 옮기는 거 좀 힘들지 않아?) 흠, 그 마음 알지. 읽던 흐름이 깨질 테지? 각주만 그런가. 미주는 책장을 넘겼다가 다시 돌아와야 하고. (내 말이). 무시하게. 응. 너무 고지식하게 읽지 마. 누가 강제로 시킨 일도 아니잖아. 이렇게 생각해 봐. 저자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내용은 본문에 쓰겠지.

자네, 일반인과 독서 중독자의 가장 큰 차이가 뭔지 아나? 독서 중독자들은 완독에 대한 집착이 없어.(전혀 미련 없이?)

꼬마야. 난 반평생 살았다. 물론 네가 나보다 먼저 죽을 수도 있지만, 확률상 내가 살 날이 덜 남았지. 그래서 더더욱 쓸데없는 일에 시간일 소비할 수 없다. 좋은 일에 집중해야 해. 네놈들과는 서 있는 조건 자체가 다르다고.

이 챕터군. 원하는 부분을 읽고... 그대로 반납합니다. (완독하지 않고) 남는 시간에 다른 책을 더 읽을 수 있죠. 바쁘거든요. 독서 말고도... 손봐 줄 놈은 줄을 섰고...

사자가 위장에 탈이 나면 풀을 먹듯이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 <강유원, 책과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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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허벅지 다나베 세이코 에세이 선집 1
다나베 세이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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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에는 그냥 표지가 예뻐서, 제목이 뭔가 매력적이어서 빌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 작가여서. 하지만 고백하자면, 반 정도 읽고 그만뒀다.*다른 분 후기를 보니 후반이 오히려 더 괜찮다고는 합니다. 


여성에 대한 생각과 표현이 (특히나 페미니즘이 한창인) 현재 사회와는 너무 다르다는 느낌을 한 문장 한 문장 읽어나갈 때마다 받아서 도무지 공감할 구석이 적었던. 구식인 느낌이 들었달까. 그래서 도대체 언제 나온 책인가 봤더니, 1971년부터 1977년까지 작가가 칼럼에 연재한 글들을 모아 찍어낸 책. 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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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적나라하다'라고 할 것까지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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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조금 신선했던 부분 : "여자에게 성욕이란 침대 속뿐만 아니라 온갖 것에 넓게 퍼져 끝없이 이어져 있다. 성인 여자가 성적 굶주림 때문에 고민한다고 해도 그것은 '처리'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닌, 더 큰 마음의 결핍을 해소해야 채워지는 것이다. 여자는 태어나면서부터 마음속에 큰 동굴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여자를 이유 없이 욕구불만으로 만들고 우울하게 만들고 불평하게 만든다. 여자의 성적 만족은 단순히 톱니가 맞물리느냐 아니냐로 결정되는 유치한, 혹은 간단하고 천박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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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풀제월 : 비가 갠 뒤 맑게 부는 바람과 밝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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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참, 시끄럽네. 남자는 그저 저기 저 순무나 껴안고 가만히 계세요. 여자가 시키는 대로만 하시면 됩니다.

남자가 일을 끝낸 다음이요. 남자도 그러고 싶어지면 눈앞이 깜깜해지고 머릿속이 위윙거리며 다른 생각이 전혀 나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순갅거으로 으악 하고 몰아치는 에너지 같은 거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발산하기만 하면 곧바로 마음이 후련해지고 평정심을 되찾습니다.

남자가 여자를 봤을 때 그녀가 마음에 드는지 아닌지를 정하는 포인트는 딱 한가지라고 한다. 안고 싶은 마음이 드는가, 아닌가.

남자를 보면 밤에 어떤 얼굴을 할지 상상하신다는 말씀이잖아요?

남자를 너무 믿으면 결국 이렇게 된다. 남자는 정작 일, 명예, 체면 앞에서 다급해지면 여자와의 약속 같은 것은 헌신짝 버리듯 던져 버리고 쳐다도 보지 않는 부도덕한 동물인 것이다. 누누이 말하지만 남자는 믿을 게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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