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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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힘이 있지. 시대를 초월한 오래된 책에는 큰 힘이 담겨 있단다. 힘이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읽으면, 넌 마음 든든한 친구를 많이 얻게 될 거야. 


책에는 마음이 있지. 소중히 대한 책에는 마음이 깃들고, 마음을 가진 책은 주인이 위기에 빠졌을 때 반드시 달려가서 힘이 되는 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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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을 그다지 선호하는 편은 아니라 1장까지 읽고 난 뒤 긴가민가했다. 책에 관한 단순한 판타지인가 보다,하며. 하지만 절대 단순하지 않았다. 이 책은 매우 중요한 메세지를 담고 있으며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인 것이 분명하다. 특히나 옮긴이의 말을 읽고 나서 더욱이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옮긴이 이선희의 말 : 셰익스피어, 뒤마, 프루스트... 우리는 지금까지 참 많은 책을 읽어왔고 앞으로도 읽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책을 읽는 걸까우리 안에도 네 가지 유형의 모습이 조금씩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 때로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때로는 줄거리만 읽기도 하고,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베스트셀러에 손을 내밀기도 하고, 때로는 일그러진 마음으로 책을 읽기도 한다. 그러면서 왜 책을 읽는지 생각지도 않고 습관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다음 책에 손을 내민다.  


나 또한 요즈음 책에 임하는 자세가 많이 뒤틀렸던 것 같다. 무의식중 많이 읽는 것이 좋은 것이라 생각하여 1장이라도 더 읽어나가려고 애썼었다. 손에 쥔 책을 다 읽기도 전에 다음으로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했었다. 책 속 좋은 구절들을 기록하기에 바빴지, 한 구절을 두고 오래 묵상해보지 못했다.


나는 왜 책을 읽을까. 중학교 때부터 도서관에 가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일상을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책이 선사해주는 다른 세계와 감정에서부터 힘을 받았으니까. 대학생이 되어서는 전공 서적도 못 읽어나가고 있는데 무슨 독서냐,는 생각에 책에 거의 손을 대지 못했고. 직장인이 되어서야 책을 다시 읽게 된 것은, 사회에 나와보니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깨달아서였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책을 읽는 나는 과연 올바른 방법으로 책을 읽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이 말해주는 네 가지 유형의 사람을 잊지 말자 : 

1. 읽은 책의 수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그래서 읽은 책은 다시는 안 꺼내 보는 사람. 

2. 책의 줄거리만 읽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3. 책을 팔아서 수익만 올리면 되기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책만 파는 사람, 즉 세상에 필요한 책이 아니라 세상이 원하는 책을 만드는 사람. 

4. 마음이 뒤틀린 채로 책을 읽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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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내게 힘과 마음을 준 책과 다시 한번 올바른 관계를 쌓아보자. 


*



소중한 책이 닳을 때까지 몇번이고 읽으며 책의 이야기속에 편안히 몸을 누이면서 만족스럽게 미소를 짓는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이 세상에는 이치가 통하지 않거나 부조리한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지. 고통으로 가득 찬 그런 세계를 살아갈 때 가장 좋은 무기는 이치도 완력도 아니야. 바로 유머지.

다정한 미소와 대조적인 날카로운 시선이 세련된 행동거지와 멋진 조화를 이루었다.

책을 많이 읽는 건 좋은 일이야. 하지만 착각해서는 안되는 게 있어. 책에는 커다란 힘이 있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책의 힘이지 네 힘은 아니야. 무턱대고 책을 많이 읽는다고 눈에 보이는 세계가 넓어지는 건 아니란다. 아무리 지식을 많이 채워도 네가 네 머리로 생각하고 네 발로 걷지 않으면 모든 건 공허한 가짜에 불과해. 책이 네 대신 인생을 걸어가 주지는 않는단다. 네 발로 걷는 걸 잊어버리면 네 머릿속에 쌓인 지식은 낡은 지식으로 가득 찬 백과사전이나 마찬가지야. 누군가가 펼쳐주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 골동품에 불과하게 되지.

책을 읽는 건 참 좋은 일이야. 하지만 다 읽고 나면 자기 발로 걸음을 내디뎌야 하지.

책과 음악은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둘 다 인간의 생활에 지혜와 용기와 치유를 안겨주는 훌륭한 존재지. 인간이 스스로를 위로하고, 스스로를 고무하기 위해 만들어낸 특별한 도구란 말일세.

책을 읽는 건 산을 올라가는 것과 비슷하지.

책을 읽는다고 꼭 기분이 좋아지거나 가슴이 두근거리지는 않아 때로는 한 줄 한 줄 음미하면서 똑같은 문장을 몇 번이나 읽거나 머리를 껴안으면서 천천히 나아가기도 하지.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어느 순간에 갑자기 시야에 탁 펼쳐지는 거란다 . 기나긴 등산길을 다 올라가면 멋진 풍경이 펼쳐지는 것처럼 말이야.

독서에도 힘든 독서라는 게 있지. 물론 유쾌한 독서가 좋단다. 하지만 유쾌하기만 한 등산로는 눈에 보이는 경치에도 한계가 있어. 길이 험하다고 해서 산를 비난해서는 안 돼. 숨을 헐떡이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는 것도 등산의 또 다른 즐거움이란다.

기왕에 올라가려면 높은 산에 올라가거라. 아마 멋진 경치가 보일 게다.

무턱대고 서두른다고 해서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크고 작은 부분들을 놓치는 게 인간이다. 기차를 타면 먼 곳으로 갈 수 있지만 그렇다고 식견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길가에 피어 있는 이름 없는 꽃도, 나뭇가지에서 지저귀는 작은 새들도 자기발로 걸어가는 우직한 산책자를 따르는 법이다.

계속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마음이 먼저 패배해.

서점에 틀어박히는 건 좋은 일이야. 우리가 걱정한 건 네가 ‘네 껍질‘안에 틀어박혔던 거지. 껍질을 깨뜨려.

고독에 지지마. 너는 혼자가 아니야.

괜찮아요. 전부 괜찮치는 않지만 나름대로 괜찮아요.

계속 밑을 향해 틀어박혀 있으면 안 돼. 노력한 만큼 대가가 따르지 않을지 모르지만 네 인생이니까.... 앞으로 보고 힘차게 걸어가.

-난 너무 어려워서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던데.

그거 잘됐네. 책을 읽고 어렵게 느꼈다면 그건 네가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게 쓰여 있기 때문이야. 어려운 책을 만났다면 그거야말로 좋은 기회지.

선택지가 없다는 말은 착각일 뿐만 아니라 변명에 불과했다는 걸 지금 린타로는 똑똑히 알고 있다. 선택하려고 하면 길은 사방팔방에 얼마든지 있다. 자신이 선택하느냐, 누군가에 의해 떠밀리느냐 그것뿐이다.

"당신이 당신 자신을 믿지 않으면 어떡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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