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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사춘기 엄마를 이기는 아이가 세상을 이긴다
김선호 지음 / 길벗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초등사춘기 엄마를 이기는 아이가 세상을 이긴다>
평소 ‘인성교육’, ‘상담’, ‘치유’ 등의 목적을 갖고 쓰여진 글이나 동영상 등을 챙겨보고, 아이들 지도에 활용하거나 반영할 수 있는 부분들을 신속하게 챙기는 편이다. 나름 실속파다. 이 책을 펼치면서 그런 일상적인 기대를 품었다. 초반부터 쉽게 읽혀지는 글이라 꽤 빨리 훑어볼 있는 책이라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책장이 쉬이 넘겨지지 않았다. 차근차근 읽으며 곱씹고, 되새기다 보니 다 읽기까지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글을 잘 쓰시는 분이다. 오래 전 저자의 다른 글을 읽어본 기억이 있다. 이 분이 아이들을 가르치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이 분이 참 좋은 선생님으로 살고 계시다는 것을 알겠고, 자신의 깨달음을 주변과 나누려는 의지가 존경스럽다.
저자는 교육대학을 다니기 이전 신학과 철학을 공부한 수사였다. 책을 읽으면서도 알 수 있지만 저자는 그의 특이할만한 삶의 경험, 폭넓은 독서와 성찰, 그리고 아이들을 향한 사랑을 통해 그 아이들을 세심하게 바라보고 따뜻하게 다가가는 사려깊은 선생님이 되었다.
초등학교 3-4학년에 속하는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면 그 이전 학년일 때의 모습에서 급변했음을 강하게 인지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바로 학부모 상담 기간이다. 보통 아이들과 처음 만날 때는 아이들에 대한 사전 정보가 어느 정도 있더라도 최대한 선입견, 편견을 배제하고 아이가 나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을 때 이전과는 다를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장착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아이들의 부모를 만나 대화를 나누다보면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변했다’고 한다. 착한 아이, 천사같던 아이였는데 언젠가부터 부모 말을 안듣는단다. 부모들은 그 변화가 당황스럽고, 어쩐지 아이들로부터 배신당한 심정이란다. 이른바 초등사춘기다.
초등학교 담임 교사를 여러 해 하다보면 다양한 아이, 다양한 사례에 따라 다양한 제안을 제시하는 요령 같은 게 생긴다. 물론 내 경험치로만 가능한 일이 아니기에, 다른 훌륭한 선생님들, 교육자들의 책과 조언들을 끊임없이 적용해보고 취사선택하는 과정 중 최선을 골라내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해마다 업데이트되는 육아 경험을 통한 시행착오 속에서도 큰 배움이 일어난다.) 그래도 한계는 있다. 내가 살짝 밀어 준 대안이란 건 결국 아이와 부모가 성장해가는 데 있어 반짝 효과를 보거나 또는 언제 그 효능이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지극히 사소하고 임시적인 방책 중 하나일 뿐이니까.
<초등사춘기, 엄마를 이기는 아이가 세상을 이긴다>는 자기를 감싸고 있는 알을 톡톡 깨고 스스로 힘차게 자신의 길을 가려는, 사춘기가 막 시작된 초등학생 아이를 둔 학부모에게 유익한 길잡이다. 내게도 이 책은 이전에 도움을 받았던 어느 책, 어떤 충고 못지 않게 내 마음을 바로 잡아주고 내가 잠시 잊고 있거나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상기시켰다. 아이들을 바라보고 알아차리고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상황들과 깨달음을 공유하는 저자의 직접 경험과 성찰이 부러웠다. 이 책 덕분에 이전에 시도해보지 않았던 몇 가지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그리고 조금은 두려웠던 사춘기 아이들과의 만남에 설렘이 더해진다. 모든 부모와 교사가 아이들의 행복을 희망한다. 아이들이 진짜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충분히 많다. 그저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아이들이 세상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용기를 내기까지 어른들이 해줄 수 있는 그 일들을 해야 한다. 사춘기 아이들이 스스로에게 품는 불안과 두려움만큼 사춘기 아이들을 만나는 어른들도 마주하게 될 상황들이 두렵다. 그래서 저자의 조언이 더욱 단비처럼 여겨진다. ‘인성’은 배우는 것이 아니다. 나와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꽃피는 것이다. 어린 시절, 그 누구보다 특별한 관계, 부모와 아이 사이. 그리고 교사와 학생 사이. 행복한 관계 속에서 아이는 더욱 행복하게 성장할 것이다. 사춘기 아이들과 어려움이 있었다면, 더 나은 내일을 함께 꿈꾸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관계를 다시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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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인상깊은 부분들 중 일부를 옮긴 것
- 아이들을 똑같이 사랑한다는 말은 한계가 있으니 하나 하나 더 많이 충분히 사랑하기.
- 아이들은 모두 똑같은 단계로 성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그들이 자연스럽게 마음껏 성장할 수 있도록 세심한 ‘관찰’과 ‘알아차림’으로 공감해주고, 적당한 거리에서 아이들이 점점 더 넓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잡고 있는 줄을 풀어주기.
- 타인의 욕망 속에 아이를 가두지 않고, 엄마의 눈물로 아이를 옭아매지 않도록 주의하기. 아이가 자기주도적으로 도덕적 품격을 배워나갈 수 있도록 부모는 최소한의 개입을 유지하기.
- 선택교육으로 해결하는 왕따 문제.(의도적으로 일부러 피해를 입히는 것은 왕따지만 성격이 맞지 않거나 자기주장만 강하게 하는 아이와 놀기 싫어하는 것은 선택이니 내가 선택되지 않았다고 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하찮게 여기지 않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함. 단 선택에는 책임이 따름. 상대에게 양해를 구하는 책임있는 모습을 갖도록 가르쳐야 함. 그리고 선택 이전에 깊은 자기 성찰이 있어야 함.)
- 아이에게 일상적으로 자존감이라는 선물 주기
- 경제교육을 통한 인성교육(초등경제교육은 대인관계의 주고받음이라는 사소한 부분에서 시작하여 어떻게 자기 이익을 공정하게 획득하고 또 상대방에게 이익을 적절히 분배할 것인가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 사교육은 창의력 死교육 : 초등 사교육은 제도를 통해 통제되기 어렵다. 학부모의 교육철학에 의해 결정된다. 학생 개인의 주도적 선택에 의하지 않은 사교육은 철저하게 초등학생을 지겹게 만드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 직관은 융합 사고의 최고 무기 : 초등학생은 천성적으로 융합을 잘한다. 직관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직관을 대다수 학생이 무한반복되는 문제집과 일정한 패턴의 논리력만 강요당하는 학습으로 점차 잃어버린다. 초등학생의 직관력을 유지시키는 최상의 방법은 ‘놀게 하는 것’과 잠시 ‘멈추게 하는 것’ / 보드게임 만들어 보기, 다섯 명 이상의 학생이 공책 한 권으로 책 쓰기. 매일 3-5분 명상(자기 내면을 바라볼 시간), 천천히 숨쉬기에 몰두하기.
- 애도능력 키우기 : 일정한 주기를 갖고 자기 물건 정리하게 하기. 반려동물, 애완곤충이 죽으면 함께 의식을 치러주기. 절친에게 배신당했다고 우는 아이에게 위로의 말 삼가기.
- 3단계 융합법 : 멈추기-버리기-단순화
p.66
자녀와 싸우는 엄마는 매우 인격적인 부모입니다. 적어도 아이가 부모에게 대들 수 있도록 지위를 높여준 것입니다. 자녀가 대들 때 계속 그럴 수 있도록 아이의 사기를 높여주기 바랍니다. 힘으로 누르고 싶은 충동을 잘 이겨내야 합니다. 감히 부모에게 어떻게 대들 수 있느냐는 권위적 설교는 잊어주시기 바랍니다. 부모와 싸우고 논쟁하고 자기 생각을 거리낌 없이 표현할 기회를 주기 바랍니다. 아이가 대들지도 못하고 찍소리도 못하게 미리 온갖 압박으로 혹은 회유로 막아높고 싶은 유혹을 꼭 이겨내야 합니다.
엄마를 이긴 아이만이 세상을 이길 수 있습니다.
p.137
글로벌 인재 육성이 우리 교육철학의 모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창의.인성교육은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한 방편이 아니라 자기 삶의 철학을 세운 행복한 아이를 목적으로 해야 한다. 이런 아이가 세계 무대에서 자존감을 가지고 제 역할을 해나갈 수 있다. 그저 외국어에 능통하고, 성공한 몇 가지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몇 년간 우려먹는 인재 육성은 진정한 창의.인성교육이 아니다.
p.161
깊이가 있어야 흔들리지 않는다.
작은 행복, 미소 짓는 웃음, 단순함의 미학이 초등교육에 있어 아이의 정신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식했다고 해서 흔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변수와 환경이 영향 아래 그러한 초등 교육철학의 기초를 쉽게 저버리게 된다. 그래서 깊은 뿌리를 내려야 하는데, 이는 교육자와 학부모로 하여금 끊임없이 바라봄을 요구한다. 앞에서 언급한 ‘알아차림’은 아이에 대한 대상적 알아차림뿐 아니라 교육자 자신에 대한 알아차림이 멈추지 않고 진행되어야 함을 뜻한다. 자신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알아차림만으로도 그 흔들림을 스스로 제어할 힘이 생긴다. 초등 교육 철학의 시작은 교육자, 학부모 자신에 대한 솔직한 바라보기, 알아차림에서 출발하며, 그러한 성찰을 통해 아이들에 대한 ‘바라봄’으로 완성된다. 이 과정을 지닌 통찰의 깊이는 잠시 흔들린다 하여 없어질 것이 아니다.
정신분석가 이승욱은 이렇게 말했다. “나를 보는 것은 타인을 보는 것입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를 먼저 보지 않고서는 우리 아이들을 감히 볼 수 없습니다.”
p.192
독서공책 대신 아이 스스로 의문을 가진 것에 대한 ‘질문’ 공책을 만들게 해야 한다. 그리고 관련 내용을 어디에서 어떻게 찾았는지 과정을 적게 하는 것이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시대에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사 ‘왜?’라는 질문이 생기도록 유도하는 공부습관이 중요하다. 해답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이용하고, 직접 방문도 해보고, 만들고, 실험하고, 책을 뒤적이는 것을 허용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p.269
아이의 자존감은 도전과 함께 성장한다. 도전은 또한 창의적 발상에 폭발적으로 불을 붙이는 도화선이다. 도전을 통한 실패는 아이를 좌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음을 알게 해주는 살아 있는 교육이 된다.
2017.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