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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도롱뇽 그리고 뱀 일기
문광연 지음 / 지성사 / 2017년 8월
평점 :
개구리, 도롱뇽 그리고 뱀과 친해지는 법
1. 찾아가기
2. 바라보기
3. 지켜주기
일단 나는 위 세 가지를 다 한 사람의 책을 읽어보기.
개인적으로 동물보다는 식물을 좋아한다. 더 솔직하게 표현하면 움직이는 동물에 가깝게 다가가거나 만지는 것이 두렵다. 특히 털이 없는 동물의 대표격인 양서류, 파충류는 어쩐지 무섭기까지 하다. 어린 시절 얕은 물가에 놀러갔다가 꼬물꼬물 귀여운 올챙이를 양손을 오므려 잠시 가둬보고 놓아주며 두근두근 조금 즐거웠던 경험을 빼면 나는 정말 ‘개구리, 도롱뇽, 뱀’에게 호감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던 이유는 호기심 때문이다. 독서는 이전에 흥미를 갖고 있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좀 더 알게 됨으로써 그것과 새롭게 관계를 맺으려는 의지를 충족시켜주지 않던가.
저자는 현직 생물교사다. 본인도 꾸준히 연구하고 있지만, 양서류, 파충류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 지역 시민들과도 함께 양서.파충류 관찰, 보호, 연구 활동을 계속 한다. 이 점이 매우 인상깊고 마음에 자극을 주었다. 저자의 삶이 배어있는 이 책을 보며 열정과 연대, 선한 의지의 공유 등을 떠올리게 되었고 나 역시 뭔가에 몰입하고 나누며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책은 저자가 우리 나라 여러 지역을 다니며 발견한 개구리, 도롱뇽, 뱀의 생태를 기록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중하고 세심하게 살피는 관찰자의 따뜻한 시선이 녹아있는 글, 그 동물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자연환경 이야기, 사람들이 평소 구별하기 어려웠던 여러 종류의 개구리, 도롱뇽, 뱀의 차이점이나 성장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들. 책을 다 보고 나면 보통의 동물도감이나 백과사전류를 훑어보는 것과 달리 에세이집 한 권을 읽은 듯 마음에 잔잔한 일렁임이 남는다. 평소 양서류나 파충류에 혐오에 가까운 감정을 가졌더라면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생태를 이해하게 됨으로써 그 동물들을 더욱 너그럽게 또는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책에 언급된 지역들을 방문하게 된다면 저자가 소개해 준 개구리, 도롱뇽, 뱀들의 안부가 궁금해질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양서.파충류 자연관찰장’을 만들고 싶다는 저자의 바람이 실현된다면 그 곳에도 꼭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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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고 알게 된 것들...
산개구리류(북방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한국산개구리)의 알 모양, 생김새, 두꺼비의 산란 과정(서식지로 이동할 때의 위험함이 안타깝다. 안전한 생태 통로가 간절함.), 소금쟁이가 참개구리알을 먹는다는 것, 우리나라에 사는 두 종류의 청개구리(청개구리, 수원청개구리/겨울잠을 잘 때 청개구리의 등 색깔의 변화), 오돌토돌 독특한 생김새인 무당개구리, 행운을 상징한다는 멸종위기의 금개구리, ‘옴’오른 피부 같은 모습의 옴개구리, 생태계의 무법자가 된 황소개구리, 땅 속을 파고들고 흙을 몸 위에 덮고 자는 맹꽁이.
제주도롱뇽의 생태, 도롱뇽의 산란 과정, 새롭게 등장한 종인 고리도롱뇽(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건설하는 과정 중 발견, 우리나라 고유종), 대전 장태산의 이끼도롱뇽 관찰실험, 석회암 동굴 속 꼬리치레도롱뇽 알들.
월악산 구렁이, 능구렁이, 까치살모사, 쇠살모사, 민물에 사는 거북류인 남생이, 부산, 마산, 창원 등지가 서식지면서 건물 벽이나 주택지 등에 사는 도마뱀부치(우리나라 도마뱀은 세 종, 도마뱀, 북도마뱀, 도마뱀부치) , 금강의 무자치(물뱀), 유혈목니, 줄장지뱀(머리부터 뒷다리까지 흰 줄이 있고 꼬리가 길다. 다리는 가늘고 길게 생김), 선명한 표범무늬 표범장지뱀, 아무르장지뱀(북한-긴꼬리도마뱀), 누룩뱀(누룩 모양의 붉은 색 반점), 비바리뱀(제주도 서식), 실뱀(머리부터 꼬리까지 흰색줄무늬)
*얼마 전 동네의 건물 주변에서 본 게 ‘도마뱀’이 아니라 ‘도마뱀부치’라는 걸 깨달았다. ^^
2017.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