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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잭 캔필드.마크 빅터 한센 지음, 에이미 뉴마크 엮음, 최선경.김병식 옮김 / 지식프레임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일주일 전 <선생님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를 배송받고, 짬짬이 읽어보자 다짐하고 출퇴근할 때 들고 다니는 가방에 넣었다. 이 책은 그 후 일주일 내내 가방 속에서 나오지 못했다.
지난 나의 일주일을 네 글자로 요약하면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이 또 있을까.
다사다난(多事多難).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 담임 교사다. 선입견과 편견을 최대한 배제한 상태로 만난 아이들은 그저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다. 그리고 각자가 온전히 다른 개성을 갖고 있는 매력 가득한 유일한 존재들이다. 그런데 이 생기 넘치는 아이들을(보통 스무명 이상 서른 명 내외) 운동장보다 한참 좁은 교실이라는 밀폐되고 답답한 공간에 몰아넣으면 오래지 않아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구나’라는 좌절을 맛보기 십상이다. 현재진행형인 이야기들이라 지금은 고백할 수도 ‘그 땐 그랬지’라며 해탈한 듯한 미소를지으며 담담하게 말하긴 어렵지만, 매일 여러명의 아이들이 ‘누가 이기나 보자’며 내게 결투를 청하는 심정이랄까. 내가 얼마나 좋은 교사로 거듭날 것인지 두고 보자는 듯 가혹한 시험 속으로 밀어 넣는 것 같은 참담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이번 주도 가슴 울컥하는 사연이 마음에 가득 쌓여 주말 내내 손에 아무 일도 잡히지 않아 마음 다독일만한 거리를 찾아야 했다. 그제야 가방 속에 넣어 둔 이 책이 생각났다.
지쳐 있었다. 이 책이 내게 위로가 될까?
담담하게 책장을 넘기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진저 브레드’ 편부터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니 눈물이 주룩 흘러내렸다. 울기도 하고, 마음 추스르고 다시 읽다가 또 울며 순식간에 끝까지 다 읽고 나니... 나를 절망케 했던 아이들에겐 내가 필요해라는 마음이 다시 차오르기 시작했다.
교사들의 이야기, 학생들의 이야기, 학생이었던 교사들의 이야기. 함께 견디고 성장한 순간들. 공감하고 동경하지만 분명 쉽지 않았을 인내와 사랑의 노력을 한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한 편 한 편 읽으며 내가 갖고 있는 힘, 내가 만나고 있는 아이들의 미래, 상호 변화를 이끄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작은 결정들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리고 위로를 받았다. 넘어질 때 나를 일으킬 수 있는 이야기들을 선물받았다.
가끔 학생들에게 내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아이들이 내 마음을 전혀 몰라주는 것 같아 너무 지치고 더 이상 의욕을 내기 힘든 날이 있다. 교육은 사람을 아주 오래 바라보고 믿어주는 일이라, 당장 내가 노력한 성과를 기대할 수도, 내가 이만큼 애써왔다고 소리높여 외칠 수도 없는 고되고 외로운 일이로구나 체념하기도 하고, 내 한계를 인정하고 여기까지만 하자며 ‘포기’라는 단어를 살짝 써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 다시 기대하고, 좀 더 힘을 낼 수 있는 건 ‘선생님은 헛수고하지 않으셨어요’라고 말하듯 내게 말을 거는 아이들, 내 말 한마디에 어깨선이 올라가는 아이들, ‘선생님이 좋아요’라고 수줍게 고백해오는 아이들, 도움이 필요하다고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슬픈 표정의 아이들 때문이다. 내가 집에서 기르는 내 아이들처럼 이 아이들도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아이가 없다. 엄마만큼 오랜 시간을 함께 하고, 그 아이들의 삶에 어떻게든 흔적이 될 나는 매 순간 허투루 그 아이들을 만나면 안된다는 깨달음을 마음 깊숙한 곳에 심어두고 꼬박꼬박 물을 준다. 학교, 교육, 아이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잔뜩 담고 있는 책을 읽는 것도 나의 물주기 방법이다.
잭 캔필드의 닭고기 수프 시리즈를 오래전에 읽어본 적이 있다. 다른 책도 유익하다 여겼지만 <선생님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이 책은 지금 이 순간 내게 탁월한 처방이 되었다.
신규 교사 뿐만 아니라 모든 교사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선물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모인 책,
교사로 산다는 것에 다시 한 번 자부심과 사명감, 기대와 설렘을 갖고 아이들을 만날 용기를 주는 책.
누구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기꺼이 추천하고 싶다.
2018.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