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삶이 기적의 삶이라는 진실을 깨닫기 위해 고통과 절망이라는 포장지로 쌓여 있던 특별한 선물을 받았을 뿐, 나 자신이 기적이었고 늘 나와 함께한 일상이 기적이었다. (219p 인용)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 차 설레는 날보다 온 세상이 캄캄해 보일 정도로 희망이 사라진 날이 더 많았고, 우울감에 지속된 날들이 요란하게 나를 흔들었다. 마치 처음부터 우울에게 선택받은 사람이 된 것 같았다.내가 원하지 않는데도 우울과 무기력은 끊임없이 나를 찾아왔다. 그럴 때면 죽음이 이 지겨운 삶의 유일한 출구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수면제를 끊었습니다>를 읽고 나서 절대로 이 우울을 닮아가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 내 우울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지 않을 것이다.오직 우울한 것만 세상에 존재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 조금 더 노력하기로 했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지만 실패해야 이루고 싶은 것을 이룰 수 있다. 우울할 때는 깊숙하게 속으로 들어가서 우울해해도 된다. 나 자신이 구원자이자 동아줄이 되어 줄 것이다. 앞으로 내가 살아갈 찬란한 날들이 많이 남았다. 남은 날들은 나 자신을 사랑하고 빛나는 순간을 위해 사라지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사랑은 우울을 이긴다.
정원아, 나에게 사랑하느냐고 물었지? 사랑해. 여전히. 한순간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어. 그리고 은하도. 우리 셋이 함께였을 때 세상은 완전했어. 나는 너와 은하를 온전히 사랑했어. (319p 인용)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의 상실감은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감정 중 가장 견디기 힘든 감정 중 하나일 것이다. 갑작스러운 이별의 상실감은 시간이 지난 후에도 계속된다. <저 먼 미래의 유크로니아>의 하나는 따뜻하고 찬란한 봄과 같던 날들이 점차 멀어져 가고 은하를 잃은 상실감을 극복하지 못한 채 춥고 외로운 겨울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결국 정원을 떠나 무한한 우주의 미래로 향한다.살다 보면 언젠가 슬픔과 상실이 사랑의 한 기능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 시간을 인내하는 건 잔혹하지만 참고 기다리는 인내의 과정은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사랑일 때도 있기에 여태 오지 않은 것들은 결국 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주보다 큰 마음으로 사랑의 흔적을 따라간다면 같은 시간을 함께하지 않아도 삶의 궤적을 함께 살아낸 게 아닐까. 그렇게 그들은 또 다른 그들만의 우주에서 영원히 함께할 것이다.
자기 자신을 위한 가장 궁극적인 사랑의 행동은 이 독이 가득한 관계에서 언제 걸어 나와야 하는지 알고 행동하는 것이다. 매우 힘들겠지만, 이게 바로 자신을 돌보고 보호하며 자존감을 높이는 연습이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을 선택하는 것도 당신이며, 유해한 사람들 사이에 매번 스스로를 끼워 넣는 것도 당신이다. (159p 인용)남자와 사회를 미워하는 건 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었다. 코르셋과 가스라이팅, 자기검열, 내 안의 여성 혐오를 깨부수면서 내가 아닌 세상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동안 여자들이 얼마나 자신을 버리고 삶을 갈아 넣으며 남자들을 사랑해왔는가.태어나서부터 꾸밈 노동을 지속해 온 행위는 여성의 취향이 아니라 학습된 것이다. 다른 길을 택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다. 여성들은 더 나은 삶을 가질 권리가 있고, 꾸미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 여성을 규정하는 이미지가 왜 만들어졌는지,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알아야 한다. 결국 그로 인한 이점은 남성에게 가며 여성 스스로에게는 사실 굉장한 속박이 된다는 것이 이 사회의 현실이다. 과거 여성 운동가들이 목숨 바쳐 일궈낸 수많은 기회들을 아무런 감사 없이 누리면서, 동시대의 여성 운동가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시대의 변화 또한 노력 없이 누리고 있는 여성들 또한 언젠가는 깨닫기를 바란다. 이로 인해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지 않고, 분열하지 않기를.천천히 나아가면 여성들은 모두 해낼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목적지로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지금 당장 변하는 게 없어도 실망하지 말고 주저앉지 않아야 한다. 계속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 물러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 우리가 진정한 여성으로 발돋움하여 정상에서 만나는 날이 기다려진다.
일상의 별것들이 다 새롭고 감동적으로 다가와서, 자꾸 수첩에 뭐를 적고 사랑에 관한 노래와 영화들에 탐욕스럽게 빠져들었다. 그렇게 온종일 아름답고 좋은 것들, 사랑을 닮은 것들만 찾아다니곤 했다. (160~161p 인용)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낭비라고 생각했다. 내 시간을 쪼개서 쓰지 않아도 될 시간까지 끌어다 쓰는 시간 낭비와 하루에도 수백 번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감정 낭비. 하지만 그런 낭비가 나를 살아가게 만들었다. 결국 사랑을 위해 살아가고, 사랑을 닮은 것들만 찾아다니고 있는 건 나였다. 누군가가 마음에 들어오는 시간은 무척 짧은데 나가는 시간은 너무 오래 걸린다. 그래서 사랑이 찾아왔을 때 망설이지 말고 온 마음을 다해 애정을 표현하고 감정을 기록해야 한다.앞으로도 나는 무언가에 대한 처음 사랑을 잊어가며 살다가, 가끔 사랑을 다시 길어 올려 추억할 것이다. 나에게 다가오는 만큼 나를 행복하게 했지만 그만큼 나를 슬프게 했고, 그 시간 속에 우리가 함께 있었다는 것만으로 나를 오래 웃게 만들었다. 기억 속에서 내 사랑은 살아남았다.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병이다.", "의지를 가지고 극복을 하려고 한다면 좋아질 것이다"라고 이야기를 하면 오히려 환자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우울증 환자 본인이야말로 그 누구보다 자신이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158p 인용)누구한테 털어놓지도 못하고, 나 스스로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힘든 시간이 있다. 자기 비하, 자기 연민, 자기혐오 등 돌이켜보면 나밖에 모르고 살았던 혹독한 시간들. 나를 지독히도 미워하고 욕했으면서 결국은 모든 것이 다 나였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믿고 그 우울함 속에 갇혀있었다.하지만 시간이 흐르는 사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내가 있었다. 시간이 해결해 준 것이 아닌 나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 하는 이 우울한 생각도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덧없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는다.삶의 어둠을 스스로의 빛으로 바꾸는 사람은 어떤 우울도 이겨낼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가졌을 것이다. 애초에 왜 우울한 동굴로 들어갔는지 잊을 만큼 오랜 시간을 동굴에 머물 필요는 없다. 미움은 우연이 아니고 필연이다. 그렇기에 세상 모든 것들이 나를 원망하고 비난해도 내 편은 나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너무 애쓰지 않아도 우리는 그럼에도 살아있고 살아갈 테니까. 낮 동안의 여러 가지 고민과 걱정들이 나의 밤까지 괴롭히지 않기를 바라며. 우울함은 잊고 부디 안온한 밤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