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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방
알렉스 존슨 지음, 제임스 오시스 그림, 이현주 옮김 / 부키 / 2022년 10월
평점 :
책은 우리가 오래도록 사랑한 작가와 작품이 탄생한 순간을 바로 곁에서 목격한 증인, 작가의 ‘공간’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작가들은 근사하게 꾸민 서재든, 익명의 호텔 방이든, 카페 구석 자리든, 저마다의 공간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창작의 고통과 씨름한다. 작가의 공간은 곧, 그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일과 같다.
<작가의 방>은 우리가 사랑한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이 탄생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들이 어떤 장소에서 영감을 얻는지, 어떤 습관과 루틴으로 자신을 단련하고 독려하는지에 대해 담백하게 담겨있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일과를 시작한다. 그리고 바로 그의 작업실에서 글이 잘 써지든 안 써지든 작업을 하고 잠시 후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한다. 그리고 다시 오전 10시 30분까지 작업을 한다. 그는 매일 5~6시간을 작업실에서 보낸다. 보통 하루에 200자 원고지 20장 분량을 규칙적으로 작업하는데, 이를 수치로 환산하면 한 달에 600장, 반년이면 3,600장을 작업하게 된다.
작가 본인의 루틴을 보면 그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나 성격이 보인다. 자신의 삶과 함께하는 글쓰기에 가장 최적화된 공간, 방은 더 이상 그저 작업을 하는 공간이 아니다.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온전한 장소이자 새로운 삶, 새로운 세계, 새로운 미래를 위한 의미 있는 경험을 쌓는 곳이다.
<작가의 방>의 책장을 하나둘 넘기다 보면 어느새 나 또한 작가들의 인생과 숨결이 담긴 그 공간에 함께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길고 험난한 삶을 살아가면서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당장 답이 떠오르지 않더라도, 내 이야기들을 나만의 공간에 담아놓고 있다 보면 분명 언젠가 그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