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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 - 노동인권 변호사가 함께한 노동자들의 법정투쟁 이야기
윤지영 지음 / 클 / 2025년 3월
평점 :
한 사회의 얼굴을 비추는 거울이 있다면 과연 거울에는 어떤 모습이 비춰질까. 아마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자리를 지키고 스스로의 위치에서 책임을 다하는 노동자들의 삶이 아닐까. 우리 주변의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부터 사람들의 시선이 거의 머무르지 않는 곳까지 모두 그들의 삶이 담겨있다.
<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의 저자는 스스로를 ‘노동 변호사’라고 칭한다. 또한 저자 역시 역시 노동자 집안의 딸로 태어나 평생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노동자라고 소개하며, 15년 넘게 노동 사건만 담당하며 노동자들 편에 섰다. 오직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애쓰는 노동자와 그들의 곁을 지키는 노동 변호사, 그들이 함께했던 수많은 사건을 책 한 권에 담아내기는 부족하다.
'노동자'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들이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버겁기도 하고, 때로는 슬프기도 하다. 아파트 경비원의 고된 밤, 콜센터 상담원의 숨죽인 분노와 울분, 비정규직 방송 PD의 끝없는 불안, 택배 노동자의 타오르는 여름과 살을 에는 겨울까지. 그들의 이야기는 곧 우리의 이야기다.
노동자의 삶은 부당함과 불안함 속에서도 끝내 존엄을 포기하지 않고 지켜내려는 강한 의지를 담은 과정이다. 개개인의 삶은 모두 다르고 품고 있는 사연도 제각각이지만 결국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억압된 사회 구조에서 우리가 외면하고 있던 이야기들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노동이라는 단어를 듣고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든 간에 결국 그것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자, 나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저자는 '노동'이 단순한 생계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삶을 이루는 본질적인 요소임을 강조한다. 우리는 노동을 통해 살아가고, 타인과 사회적인 관계를 맺으며, 자아를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사회를 꿈꿔야 할까. 일하는 사람이 그저 '하나의 사람'으로 존중받는 사회, 노동자의 노동의 가치가 폄하되지 않는 사회, 누구나 일하는 노동자가 되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 우리가 추구하는 사회가 곧 그들이 추구하는 사회와 같다는 걸 깨닫는 순간, 마음속에서 이전과는 다른 울림이 생겨날 것이다.
'노동자'는 더 이상 타인이 아니다. 그들이 처한 현실을 깨닫고, 기억하고, 연대하는 것. 결국 그것이 우리의 삶을 지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