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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로 맛보는 후룩후룩 이탈리아 역사 ㅣ 이케가미 슌이치 유럽사 시리즈
이케가미 슌이치 지음, 김경원 옮김, 김중석 그림 / 돌베개 / 2015년 9월
평점 :
첫눈에 반하는 책이라는 것도 있다. 어떤 내용인지 저자가 누구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모양새가 예쁜 책이 그러하다. [파스타로 맛보는 후룩후룩 이탈리아 역사]와 [과자로 맛보는 와삭바삭 프랑스 역사]가 내게는 그런 책이었다. 내용에 묘하게 잘 어울리는 깜찍한 일러스트들과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국기 색깔의 표지가 일단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책부터 갖고 싶게 만들었다. [파스타로 맛보는 후룩후룩 이탈리아 역사]는 감사하게도 서평을 쓰기 위해 책을 제공받았고, [과자로 맛보는 와삭바삭 프랑스 역사]는 내가 구입을 해서 두 권을 갖추었다. 두 권으로 끝나긴 아까운 시리즈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파스타에 대해서 메뉴판을 고를 때 말고는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 파스타와 스파게티와 마카로니의 차이가 뭔지도 몰랐다. 간단히 구분하자면 파스타가 총칭인데, 파스타는 이 책에서 정의내린 바로는 ‘곡물 가루에 물을 섞어 반죽해 모양을 만든 다음 삶거나 쪄서 먹는, 탄력과 점착성이 있는 요리 재료’이다. 그 중에서 길고 가는 면의 형태로 생긴 종류가 스파게티, 작고 모양이 있는 종류가 마카로니(이 책에선 마케로니라고 부름)쯤 된다. (나만 헛갈렸나.. ㅎㅎ;;;)
본문에 나오는 다양한 파스타들 사진. 특히 1번 만두 파스타가 제일 신기했다.
요즘은 흔하게 파스타 전문점을 찾아볼 수 있지만 내가 처음 파스타 전문점을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를 다니던1992~3년이었다. 이 시기에 ‘소렌토’라는 스파게티 전문점이 생겼었고, 인스턴트 혹은 엉성한 분식 스타일의 미트소스 스파게티만 알고 있었던 내가 다양한 스파게티의 종류를 알게 된 것도 그때였다. 그때만 해도 스파게티는 특별한 사람을 만날 때 가끔 먹는 음식이었다. 나는 아직도 파스타가 가끔 먹고 싶지 자주 먹고 싶은 입맛은 아닌데, 세대가 달라질수록 파스타를 먹는 빈도수가 늘고 있음을 느낀다. 아이들을 데리고 외식을 할 때면 아이들의 요구로 파스타 전문점을 빈번히 가게 된다. 갈 때마다 파스타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매번 시키는 파스타만 주문했다. 이 책을 보고서 이제 파스타에 대해 좀 알 때도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관심있게 읽었다.
저자가 일본인이고 번역서라서 책의 글머리에 ‘일본 최초의 파스타’나 ‘일본의 국수 문화와 파스타’와 같은 일본의 파스타 사정을 설명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한국의 파스타 사정도 내용을 추가했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글머리를 읽고 나면 본격적으로 파스타를 통해 배우는 맛있는 미시사가 시작된다. 밀의 역사부터 시작해서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 발명한 건조 파스타의 이야기, 파스타 길드, 처음에는 독성으로 알려진 식물들과 비슷하다고 오해받아 받아들여지지 않은 토마토, 이탈리아 문학에 나오는 파스타 이야기 등. 읽는 재미가 아주 솔솔했다. 특히 조반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 나온 파스타 이야기가 아주 흥미로웠다.
이탈리아의 전형적인 이상향은 조반니 보카치오가 쓴 [데카메론]의 8일째 세 번째 이야기에 등장하는데, 그곳은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에 걸친 바스크 지방에 있다고 합니다. 근처 일대에는 윤이 나는 최상급 포도주가 강이 되어 흐르고, 포도나무에는 소시지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으며, 산 하나가 강판에 간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산 정상에 있는 사람들은 마케로니와 라비올리를 만들어 거세한 수탉 수프에 넣어 삶아 내기만 하면 됩니다. 이렇게 만든 파스타를 산 아래쪽으로 흘려 보내면 산기슭에 있는 사람 누구나 배불리 먹을 수 있습니다. (p129)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있는 [데카메론]에서 내용을 직접 찾아봤다.
중세 시대의 민중 사이에서는 파스타가 단연 최고의 ‘꿈의 음식’이었던 것이다. 민중들은 가끔 파스타를 일품요리로 즐길 수 있었던 반면, 귀족들은 코스 메뉴 중 하나로 파스타를 곁들여 즐겼다고 한다. 중세를 지나 파스타와 이탈리아 역사 사이의 끈끈한 끈기를 느낄 수 있는 내용은 현대까지 이어진다.
저자는 말한다. “파스타는 이제 더 이상 이탈리아인만의 것이 아니라 세계의 음식입니다. 이제부터 세계사의 어떤 전개와 발맞추며 진화해 갈까요? 설레는 가슴으로 파스타의 변신을 지켜보고 싶군요.” 그러고보니 한국식으로 변신한 파스타도 요즘 레시피로 꽤 눈에 띈다. 냉이 된장 파스타, 뚝배기고추장 파스타, 김치삼겹 파스타 등…. 후룩후룩. 오늘 저녁은 파스타를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파스타 이야기를 들려줘볼까? 파스타와 세계사를 함께 좋아하게 만들어주는 깜찍한 책이 아닐 수 없다.
봉골레 냉이 된장 파스타 레시피 :
http://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35070&memberNo=2657101&vType=VERTICAL
<이 글은 서평 이벤트를 통해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