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황금방울새 - 전2권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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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률 98.5%의 압도적 1위!’라는 말에 낚였다!? 이 문구가 아니었으면 지금껏 나의 소설적 취향과 퓰리처상의 궁합이 대부분 맞지 않았던 경험을 떠올리며 읽긴 읽겠지만 언제 읽을 지 모르는 책이었을 것이다.

두 권의 번역본으로 나온 이 책의 페이지수는 무려 1060쪽. 책소개나 추천사는 빠른 속도로 몰입이 가능한 스토리텔링을 기대하게 했다. 페이지수는 문제가 되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초반 미술관 테러 사건 이후 <황금방울새>에 얽힌 사건이 이야기의 전면에 드러나기까지 지난한 시간이 필요했다. 뭐랄까. 유화를 그리는 것처럼. 유화는 재료의 특성상 마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붓질 한 번 하고 그 붓질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서 물감이 마를 때까지 기다리고 또 붓질하고 기다리고…. 이야기도 그렇게 진행되는 느낌이었다. 더디게 느껴지는 데는 묘사가 한몫했다. 세심한 묘사가 정말 많다. 촘촘한 관계 묘사도 많다. 물론 이야기에 필요한 부분이다. 얼마만큼 필요한 지는 작가가 판단할 일이지만. 어쨌든 속도감 있게 이야기가 전개되길 기대한다면 이 책을 읽어내는 데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하다(2권 중반부터는 그런 속도감을 기대해도 좋다). 나의 경우엔 한 가지 더 인내심을 발휘해야 할 부분이 있었는데, 그건 사회적, 문화적 차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야기에는 내내 약물 복용이 나온다. 와~ (주인공 시오가 자주 쓰는 감탄사) 미국은 정말 이정도로 약물 복용이 심각한가? 어린 학생들까지도? 미국의 현대 소설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었지만 볼 때마다 적응이 안 된다. 이 이야기가 유화를 그리듯 진행되는 느낌을 받은 이유에는 약물 복용도 포함된다. 유화의 느린 작업속도 뿐만 아니라 유화물감에 섞어 사용하는 희석제인 테러빈유의 냄새가 진동하는 것처럼. 현기증이 났다. 난독증도 아닌데 중간에 몇 번이고 그만 읽고 싶은 충동도 느꼈다. 그래도 그만두지 않은 건 스티븐 킹의 딱 한 마디 때문이다. ‘중독적이며 삶의 버거운 슬픔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하는 예술’. 이 한 마디를 발견하기 위해 끝까지 읽었다. 그리고 결론은? 와~ 다 읽고 나면 진짜 괜찮은 책이라는 것. 다 읽고 나서야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책이라는 것!

덧칠에 덧칠을 거듭한 결과 마지막에 완성한 그림은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가슴 벅차고 뭉클하기까지 했다. 미술을 감상하는 내 세계관까지도 바꾸었다. 이 책을 다 읽은 내 손엔 벌써 미술서적들이 들려 있었다. 마구 읽고 싶어졌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책을 권할 땐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압도적인 완독률 따위는 가라~ 테레빈유의 지독한 냄새를 맡으면서 유화 물감으로 오랜 시간 그리고 말리며 완성해야 하는 걸작같은 책이 왔다! 이 책은 미술을 사랑하는 삶을 살게 해줄 것이다.”라고. (끝까지 안 읽었으면 어쩔 뻔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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