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필요하지만 사표를 냈어
단노 미유키 지음, 박제이 옮김 / 지식여행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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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생활 7개월째. 나름 규칙적인 하루 계획표가 있다.
최대 9시까지 충분한 취침을 하고 점심시간까지 책을 읽는다.

일찍 일어났거나 보고 싶은 영화가 개봉했을 때는 조조영화 보는 것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점심때가 되면 엄마와 함께 점심을 먹고서는 엄마는 다시 사무실로 복귀하고
나는 간단한 집안일을 한 후에 다이어리와 노트북을 펴고선 나름대로의 계획과 일정을 정리한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외출 없이 이 생활을 지속하는데, 어느 날 엄마가 심심하지 않느냐며 걱정스러운 말투로 내게 물었다.
전혀, 하루 일정이 꽉 차 있다고!라며 웃으며 엄마에게 말했다.
심심하다고 느낀 건 회사 다닐 때 수다를 떨 수 있는 타이밍이 상대방과 맞지 않아 자리에 앉아 하릴없이 모니터만 바라봤을 때였다.

궁금했다. 백수생활을 하고 있는 누군가의 일상이.
이미 백수생활을 하고 있는 동지도 있고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내뱉는 지인은 더 많지만

짧은 대화로만 안부를 주고받을 뿐, 일상까지 나누진 않는다.
사진 또는 글로 일상의 편린을 드러내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이 있지만

내가 안 하니까 카톡의 대화가 아니면 각자 잘 살고 있다며 넘겨짚을 뿐이다.
그래서 소소한 일상을 주고받으며 공감하고 내 생활에 끼워 넣을 수 있는 대화가 그리웠는지도.

'돈은 필요하지만 사표를 냈어'는 작가의 경험과 일상을 적은 일기이다.
백수생활이 처음은 아니겠지만 서른아홉의 백수 일기,

1년 1개월간의 직장생활, 그리고 다시 찾아온 마흔하나의 백수 일기가 적혀있다.
특히 1년 1개월간의 직장생활과 백수가 되기 시작하는 무렵의 이야기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절로 옛 기억이 떠올랐다.
돈은 필요하지만 사표를 냈어!라고 말하는 부분은 없었지만 퇴

사 이후 가족과 지인에게 돈을 빌렸기에 돈에 대한 아쉬움이 꽤 크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그래서 돈보다 더 중요한 이유로 사표를 낸 거라며 말하고 있는 듯.

친구가 많고 술 얘기가 많아 작가와 어울리기엔 어렵겠지만

백수 생활과 직장생활의 고단함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돈은 필요하지만 사표를 냈어'였다.
이로써 당연히 알고 있는 내용이 확실시되었다. 남의 일기를 보는 건 꿀 잼이라는 것을.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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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머더 레이코 형사 시리즈 6
혼다 데쓰야 지음, 이로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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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코 형사 시리즈 여섯 번째 이야기 '블루 머더'.
다섯 번째 이야기 '감염 유희'까지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었기에

여섯 번째 이야기 '블루 머더'는 영상으로 제작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후속 이야기이다.
네 번째 이야기인 '인비저블 레인'을 다룬 영화를 마지막으로 봤었는데,
'블루 머더'가 '인비저블 레인' 이후의 내용인지라 영화를 보고 느꼈던 감정을 끌어안고 '블루 머더'를 읽었다.

주인공인 히메카와 레이코는 내유외강한 인물이다. 남자 동료보다 행동력이 앞서고 사건 해결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들지만
17살에 겪었던 성폭행이 떠오르는 밤이면 어김없이 몸서리를 치며 끊임없이 울부짖는 나약한 존재가 되고 만다.
그럴 때마다 히메카와는 자기 마음속에서 그날의 그 범인을 향해 칼날을 켜누고 총을 쐈다.
살의를 품고 사는 히메카와. 점차 범인의 사고 회로와 비슷해지기 시작하면서

내가 범인이라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라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점차 범인의 행동과 수법에 대해 '감'이 발달하여 사건을 해결하게 되고 빠른 속도로 승진을 하고 있다.

'인비저블 레인' 사건 이후로 수사 1과 10계 히메카와 반이 해체되고 히메카와는 이케부쿠로 서에 배정받는다.
어느 날, 니와타 조직 두목인 가와무라 조지가 전신을 흠씬 두들겨 맞은 모습으로 죽은 채 발견된다.
조직 간의 항쟁이라 생각했지만 연달아 발생하는 똑같은 수법의 살인 행각.
파란 가면을 쓰고 야쿠자, 폭주족, 마피아 등 암흑세계의 사람들을 무참히 난타 후 현장에 버리는 수법은

이케부쿠로 암흑세계의 활동을 잠잠하게 만든다.
블루 머더는 누구며 왜 이런 범행을 저지르는 것일까?

'블루 머더'에서도 히메카와 특유의 감은 녹슬지 않았다.

살인사건 발생 후 주변 탐문을 통해 느꼈던 이질감과 범인의 범행 동기에 대해 파악하는 남다른 감.
하지만 수사 1과 10계 히메카와 반이 해체되고 이케부쿠로 서에 배정받은 히메카와 옆에는 같이했던 부하도 동료도 없다.
그래서 팀을 이끌며 사건을 해결했던 전작과는 달리 뒤로 물러난 듯한 히메카와의 모습이 아쉬웠다.

그리고 책을 읽기 전부터 내심 기대하면서 읽었던 히메카와와 키쿠타의 재회.
하지만 내 예상과 기대를 빗나간 키쿠타의 현재 모습에 이해는 하면서도 왜 그렇게 아쉬운 건지.
이제까지 히메카와와 키쿠타의 수많은 썸에 설레고 영화에서 보였던 안타까운 모습에 절망감을 느끼기도 했건만
이제는 이 둘의 사이를 이성적으로 봐야 한다는 사실에 섭섭한 마음까지 생겼다.

읽을 때는 익숙하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에 헷갈리고

영상으로 봐왔던 인물들과 달리 느껴지는 책 속의 인물에 괴리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다 읽고 나니 이야기가 끝났다는 것에 더 아쉬움이 생기는 '블루 머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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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퐁당
정예인 지음 / 청어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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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퐁당' 속에는 네 명의 청춘 남녀가 등장한다.
그림 밖에 몰랐던 고3의 끝자락에서 아버지 사업의 부도로 꿈을 저버리고 내일만 걱정하며 사는 하나,
남이 보기엔 자수성가한 청년사업가이지만 첫사랑의 아픔으로 잘 사는 것이 복수라며 살아온 준수,
하나의 동생으로 언니 바라기이자 태일 바라기인 다애, 다애의 전 남자친구이자 준수의 절친한 동생인 태일.
겉보기에는 지극히도 정상인 그들인데, 하나같이 자신은 떳떳하지 못하고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부족한 사람이라고 한다.

시작은 6년 전, 하나의 고3 시절로 돌아간다. 아버지 사업의 부도로 인해 집 앞에 모인 성난 어른들.
이런 상황도 모르고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온 하나는 사람들이 뒤쫓아와서 도망가게 된다.
도망가는 길에 한 청년을 만나 도움받게 되고, 같이 도망치다 도착한 한강 다리 위에서 뜻하지 않게 위로의 말을 건네받게 된다.
세상은 생각보다 공평해요. 그러니까 잘 살아요. 그게 최고의 복수니까.(p.15)
그리고 6년 후, 파티시에로 취직하려는 하나 앞에 6년 전 그 청년이 나타난다. 그런데 그는 나(하나)를 모르는 것 같다.
이왕이면 떳떳한 모습으로 자신을 밝히고 싶은데, 지금의 내 모습은 자신이 없기에 나도 모른체하기로 한다.
들키고 싶지 않은데, 6년 전 그날의 일을 그가 기억해낼까 봐 조마조마하다.

그와 하나는 서로가 생각하는 첫 만남을 기억할 수 있을까?

사랑만 가득한 연애소설이기 전에 다들 청춘이라 그런지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에 다들 상처와 불안을 가지고 살며

결국 이 두 개는 사랑의 장애물로 등장한다.
소설에는 고민과 오해, 갈등이 필요함을 알지만 이 정도면 됐다 싶은 수준을 넘어서니

어느새 드라마 시청자가 되어 소리 내어 말하고 있었다.
"좋은 게 좋은 거지, 그냥 질러!", "그게 뭐라고, 나도 이래 사는데.", "내 내 그럴 줄 알았다."
남은 페이지는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내가 기대하는 로맨스가 나오지 않아 조급한 마음으로 읽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어느새 웃음이 새어 나오는 입을 손으로 가리며 책을 읽고 있었다.
작가님은 이런 상황을 노리셨던 걸까.

공감의 한계를 벗어난 고민과 마뜩잖은 상황에 꽤나 속을 애태웠지만

달콤한 디저트를 내놓으며 그동안 수고했다며 토닥여주는 로맨스 소설, 그대에게 퐁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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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인 - 여기는 복지과 보호계
센자키 소이치 지음, 이수영 옮김 / 출판미디어 율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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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기 전, 책 소개에 적혀있던 '신입 공무원의 성장기'라는 문구를 보고

복지과에 일하는 순박한 청년의 성장스토리라고 생각했다.
책 제목에도 적혀있는 복지란 단어에 따스함이 머물 거라고 생각했고,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책 표지에 그림도 간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 덤이다.
나는 그렇게 책의 무게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책을 펼쳐서 몇 장을 읽은 다음에 나는 오른손에 잡혀있던 읽어야 할 페이지를 왼손으로 빠르게 넘겨봤다.
읽었던 몇 장에는 따스함보다 더러움이 적나라하게 적혀있었으니 따스함이 머물 거라는 생각은 와장창 깨졌고,
혹시나 해서 왼손으로 촤르륵 소리를 내며 넘겼던 페이지에는 그림이라곤 없었다. 나의 오산이었다.
책에 나왔듯이 멀쩡한 허울을 보고 눈을 가린 꼴이 돼버린 게다.

 

책에서 나온 복지과 보호계의 복지란,

사회의 밑바닥에서도 탈락하려는 이들을 정상이라고 불리는 궤도에 가까스로 이끌어주는 손이었다.
그 손을 이 책에서는, 일본에서는 '생활보호'라고 부르는 듯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그 뜻을 같이 할지도.
생활보호를 받고 있다면 배정된 담당자에 따라 관리되는 케이스가 되고,
생활보호를 받으려 한다면 법적으로 기재된 보호자가 없는지,

보호자가 있다면 부양의 의무를 지겠는지 확인한 다음에 그 답변에 따라 생활보호를 받는다.
이 책에서는 모든 상황의 이야기가 나왔고, 이 모든 상황에 주인공은 감정이입하며 휘말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책 속의 글을 읽는 건 쉬웠다. 그래서 그런지 제3자의 눈으로 보는 이야기인데도, 주인공의 생각과 마음에 동화되버리고 말았다.


생활보호를 받는 노인의 꽁꽁 꿍쳐둔 더러움에 같이 눈과 코를 찡그리며 인상을 찌푸렸고,
며칠 전까지 얘기했던 노인의 갑작스러운 병마 그리고 보호자의 버림에 주인공과 같이 놀라고 안타까운 마음이 생겼다.
나쁜 상황만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생활보호의 시작과 끝은 모두 외로움이었기에 책을 덮고 자리에 누울 때면
나도 주인공과 같이 일의 연장선에 있었던 것처럼 쓸쓸하고 허무함이 몰려왔다.

 

책의 무게는 가벼웠지만 그 속에 담긴 생각은 무거웠던 일본소설 '복지인:여기는 복지과 보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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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하나가 자랄 때
김그루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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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이 여섯 개 들어있는 단편소설집이다.
손가락 한 마디의 절반 정도 되는 두께에 담긴 여섯 개의 이야기는 소설이라기보다 누군가의 일상 속 단편을 담은 이야기 같다.
완전한 결말이 없는 이야기에 그다음이 궁금해질 법도 하지만

괜스레 몇 자 더 붙이면 정말 소설이 돼버릴 것만 같아 흘려보내듯 읽고 말았다.

 

여섯 개의 이야기에서 책의 제목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무엇이 먼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야기에서 은우는 노인에게 떨어져 산다는 게 무슨 뜻인지 묻는다.

그 질문에 노인은 나무에서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거라며 대답한다.
노인의 대답에 은우는 다시 만나지 못하는 거냐며 다시 질문을 하고, 노인은 나뭇잎은 모두 어디에서 왔을까 하며 되묻는다.
"나뭇잎이 다시 나무에 찾아오는 거죠? 작년에도 그랬으니까!"
그리고 겨울이 다가올 무렵에 은우와 노인은 떨어졌다.

 

나무에 있을 때는 나뭇잎이지만 떨어지면 낙엽이 되고 만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 때문인지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책이 내게 낙엽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나도 은우가 된 것처럼 이 책에 대고 말하고 싶다.
"다시 찾아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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