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첩빈도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7시에 눈이 떠졌다. 시계를 보는 순간, 아..참 감사하다. 라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집안은 고요하다. 다시 다음 주 한 주를 일상에서 좀 벗어나 있게 되었다. 친구가 힘들 것 같아, 도와주려고  하는 것이지만, 내심 내가 즐기는 일도 많다. 아이들이 좋고, 아침 산책길이 좋고, 비는 시간엔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이 좋다. 

 

처음엔, 한 시간동안 전철 타고 다니면서, 책 좀 읽어야지 했다. 그런데 요즘 부쩍 전철 안에서 사람들이 내는 소음이 싫어서 계속 차를 가지고 다니고 있다. 혼자의 공간에서 음악의 듣는 맛. 운전하는 사람들이라면 다 알리라. 체증도 싫어서 출근시간보다 40분 일찍 도착해서 친구와 커피 마시고, 비는 시간엔 <잘 표현된 불행>의 '잘 표현 된 불행'을 베껴 썼다. 일주일 동안, 좋은 단락은 너댓번씩 계속 써가면서 천천히 옮겨 적었더니 5일만에 끝났다.

 

비평글 전체에 대해 내가 동의할 수 없다고 해도, 그 글 속에 언급된 시인들이나, 시집을 찾아 읽고 외워서 언제나 입에서 흘러나오게 하고 싶은 마음에 드는 문장을 몇 만난다면, 그런 일처럼 행복한 일은 없는 것 같다. 다음 주엔 손으로 베껴 쓰면서 나를 좀 눌러 봐야지 싶은 생각도 들지만, 힘을 많이 써야 하는 상황이라 체력이 감당해줄지 모르겠다.

 

요즘 아침 마다 산책을 하는 길은 새로 조성된 아파트 단지의 산책길과 그 주변의 약수터이다. 그런데 그 주변이 워낙 산골?이었던 터라, 마냥 대단지 아파트의 분위기와는 다르다. 그래서 야외 활동을 통 안해서 못 보고 있던 풀꽃들을 실컷 보는데다, 산책길을 조성하면서 인공적으로 식재한 꽃과 나무들까지 볼 수 있어 만족감이 더한다. 아이들과 식물 수업을 할 수 있음 정말 좋을 텐데, 요원하다.

 

 지지난 주 도서관에서 빌려 온 <식물노트 작성법>은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책이다. 보태니컬 아트 그림이 크게 들어간 식물학책이다. 표지만 보면 보태니컬 아트에 대한 기법을 설명해주는 책처럼 보이지만, 사진과 그림으로 식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들을 설명하고 있다. 보태니컬 아트는 눈에 보이는 것만을 자세히 그리는 것이 아니다. 보이는 것만을 그리는 것처럼 보여도, 안보이는 부분의 구조나 안 보이는 솜털까지 알고 있어야 그것이 그림에 반영이 된다. 그런 식물학적인 지식을 알고 있어야 더 정확한 그림을 그릴 수 있고, 그것이 보태니컬 아트의 생명이다.

 

지극히 학술적인 책임에도 불구하고, 부분부분 이런 내용은 문화적인 코드라, 흥미로웠다.

 

꽃의 기독교 상징주의로 되돌아가, 시계꽃의 덧꽃부리의 수술대들은 면류관을 닮았다. 5개의 수술들은 예수의 5개의 상처 자국을, 3개의 암술머리는 3개의 못을 나타낸다. 초창기 미국정착민들이 산딸나무를 사용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선교사들이 지역민들에게 갈보리 동산에 대해 가르칠 때 이 상징주의를 사용하였다. 68

 

오랫만에 서울숲에서 식물그림 모임 사람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다시 새로이 마음을 정리. 그림을 그리겠다는 것은 아니다. 아직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림 책을 보고 싶은 마음 정도는 열렸다. 씻고 나서야지. 주말이 이렇게 시작된다.

 

(아침엔 문득, 침대에 누운 상태로 보고 싶은 영화 제목들을 떠올리곤, 이런 게 우울증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는데,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위아영,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스틸 앨리스, 반짝이는 박수소리..이런 영화들이 보고 싶은데. 그냥 머릿 속으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보고싶다'라고 생각만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그냥 흘러가는대로 두는 것.  머리 속으로만 '보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보고 싶'은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면서, 누군가, 몇 시에 어디로 나와 하면 나가서 볼 것은 같은데, 자주적으로는 아무 것도 하려 하지 않는 상태. 우울증은 누군가 나오라고 해도 안나가는 상태가 우울증이겠지? 겉으로 보면 나는 분명히 무지 활기차 보이겠지. 그렇지만 내면이 너무 무겁다. 무거운 정도가 아니라 '그랑부르'에서 한 없이 심연을 향해 내려 가는 그 느낌인데, 친구들아. 이 글을 읽고 있는 아무개야. 다음 주엔 적어도 2회이상 음주를 하자. 결론.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레국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찔레는 피고
조개는 맛있고

단어들을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실체가 없었다.

 
한단어 한단어를 생생하게 알아진것같은 효과가
이 책에는 있다

 
찔레꽂
사랑하느라
더 깊어지는 오월

 

 

 

 

 

 

 

 

 

 

 

 

 

바다를 좋아하는 당신에게.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의 서문을 베껴쓴다.

 

저는 당신이 바다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늘 바다를 동경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다 찾아가더라도 회 사먹고 바닷가 조금 걷다가 돌아오고 말지 않나요? 그렇다면 당신에게 바다란 늘 그곳에 있는 파랗고 거대한 덩어리일 뿐입니다.

좋아하는 것과 잘 아는 것은 다르다고들 합니다. 제가 이 책을 쓴 이유입니다. 깊숙이 친해지게 되는 것, 어린아이처럼 깔깔대게 하는 것, 이윽고 뒤엉킨 매듭을 하나하나 매만지게 되는 것, 머물다보면 스스로 그러하게 되는 것, 말입니다. 산은 풀어진 것을 맺게 하지만 바다는 맺힌 것을 풀어내게 하거든요.

 

이 책에는 30종의 해산물(한 종은 예외입니다만)이 등장합니다. 낚시와 채취, 요리법,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사람살이가 나오죠. 섬사람 생활이 그렇듯이, 소박하면서 구체적이고 보편적이면서도 각자 뚜렷한 것들입니다.

 낚시꾼이 대어를 들고 있는 사진을 보고 있자면 커다란 코끼리를 발로 밟고 있던 백인 사냥꾼이 떠오릅니다. 그는 자기보다 수백 배 큰 짐승을 죽였다는 것은 기억하겠지만, 아프리카 불타는 노을과 나뭇짐  이고 총총 걸어가는 줄루족 여인의 뒷모습과 강을 건너는 누우 떼와 소나기 뒤에 돋아나는 여린 꽃잎은 기억하지 못할 것입니다.

 큰 물고기를 낚았다, 또는 놓치고 말았거나 입질도 못 받았다, 만 기억한다면 우리 마음속의 바다는 인공낚시터 물칸처럼 초라해지고 맙니다. 우리가 아주 기가 막힌 하루를 위해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자산어보>는 1814년 손암 정약전 선생이 쓰신 어류학서입니다. 흑산도 바다 동식물에 대한 사전 같은 것이죠. 가치가 매우 높은 책이지만 사람들이 재미없어 합니다. 그래서 저는 200년 전 흑산도 바다와 지금의 바다를 연결해보았습니다.(매 편 도입부는 <자산어보>에서 부분 인용한 것입니다.) 그러자 그 긴 시간이 무화되면서 귀양살이의 고독을 탐구와 기록으로 바꾸었던 선생의 실천과 바다를 배경으로 한 사람들의 사연 사연이 함께 뒤엉키며 휘돌았습니다. 그것을 책으로 엮어놓으니, 바다에서 실컷 뛰놀고 난 기분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찔레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