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으로는 노랑을 싫어하는데, 어디서 산수유가 피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기어이 그렇게 그 곳에 가고 싶다. 산과 들로 트레킹을 다니던 시절 우연히 만나진 양평 산수유마을이 시작이었을 듯 싶은데 기억이 확실하진 않다.

산수유꽃처럼 이끼 낀 돌담과 어울리는 꽃이 있을까 싶은데, 반은 벗겨지다시피 너들너들 얼룩덜룩한 수피와 샛노란 산수유꽃이 오래되어 허물어진 돌담을 끼고 고목으로 자라 있는 그 서정적인 느낌은 언제봐도 푸근하다.

며칠 전 책정리를 하다가 노란책들이 눈에 띄어 한 칸으로 모으다가
사랑이라니 선영아를 들게 되었다. 나로선 김연수의 두번째 책인데
145쪽의 가벼운 사랑의 담론 정도 되는 소설이랄까 생각했는데
읽고, 해설도 읽고 작가 소개도 여기저기 좀 더 찾아보고 했더니
쉬운 소설을 쉽지 않게 썼고 내가 찾아내지 못했을 뿐 사회문화사적인 코드들도 많이 숨겨 놓았구나(내가 몰라서 숨겨진 코드인거겠지만) 싶었다.
간명한 문체와 현학적이고 잡학다식적인 면모가 이 소설에는 실컷 드러나지 않았지만 내겐 김연수가 굿바이 이상의 작가여서 이 책 조차도 처음에 진입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안읽히는 작가.라는 이미지가 내가 가진 김연수의 느낌이다.

어떻게 하다보니 그가 쓴 가장 난해한 소설과 가장 쉬운? 소설을 읽은 셈인가 싶은데 결론은 그의 소설들을 계속 읽고 싶어졌다.

산수유 얘기하다 사랑이라니 선영아가 나온 이유는 이 책의 표지 색깔이 산수유꽃색이어서 그렇다.

최근에 읽은 또 한 권의 책은 5년만에 신혼여행이다. 출간당시 재밌겠다 한 번 읽어봐야지 했는데 인연이 안 닿았고 이제서야 읽었다. 장강명 작가의 책은 한국이 싫어서를 읽었고 한 권은 더 읽은 듯 싶은데 기억이 안난다. 한국이 싫어서는 내게는 소설이라기보다 르포 같아서 그닥 매력적이지 않았지만, 재밌게 읽은 책이다. 주제나 소재 스타일면에서 대중적으로 잘 씌여졌고 그만큼 호응 받았다. 5년만의 신혼여행은 서두부터 넘나 흥미진진, 일단 평소 내 주관?과 같은 점이 많아서 빠져서 읽었다.

골자는 신혼여행이야기로 두고 작가가 평소 생각하던 바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썼다. 남편과 아내의 모습에서 인간 공통의 또는 나와 비슷한 면모들을 발견할 때 소리내어 웃게 되는 지점들이 꽤 있었다.
더해서 5년만의 신혼여행으로 작가는 신혼여행경비 이상의 경비를 뽑았겠구나 생각하니 그 점도 기분이 좋았다.

사진은 리틀 포레스트의 여주 김태리가
산수유꽃길에서 자전거 타는 풍경이고
또 한 장은 산수유꽃이 핀 구례 반곡마을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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