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때 음식장만을 안한 여파인가. 아침에 언니가 부처준 호박전을 먹어서인가. 자꾸 누름적을 꿰어 부치고 싶다.

우리 고향에서는 작은 산적을 부치지 않고 통통한 고사리와 낙지다리, 김치, 당근, 쇠고기고기, 쪽파를 꿰어 크게 전을 부쳤다.
꼬지에 재료를 순서대로 두 번을 꿰어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물을 입혀서 프라이팬에 올리면 프라이팬 하나가 꽉찼다. 김치를 길게 찢어서 꿰고 쪽파도 하나를 통째로 꿰는 긴- 산적. 정명이 누름적인지는 모르겠고 우리끼린 누름적이라고 불렀다.

은근한 불에 오래 지지듯이 부쳐서 뜨거울 때 자르지 않고 하나를 들고 통째로 베어먹거나 재료별로 하나씩 빼 먹으면 정말 맛있다. 어릴 때라 재료별로 호불호가 있었는데 엄마는 빼놓지 않고 다 먹게 하셨다. 정말 싫은 재료는 눈치껏 옆에 있던 언니나 동생이 먹어주기도 하던 우애가 발휘되던 순간이기도 했다. 그 때 싫던 당근이 지금은 제일 좋아하는 재료가 된 것도 추억을 떠올릴 때 웃음짓게 하는 대목이다.

찬바람이 돌면 생각나는 음식 중의 또 하나가 장어탕인데 나는 해마다 장어탕을 끓이는 엄마 옆을 지켰다. 식재료를 갈무리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었다.

어릴 때 기분으로 어른 팔뚝만 해 보이는 살아있는 민물장어를 들기름을 두른 솥에다 넣고 뚜껑을 꽉 붙잡고 있는다. 그렇게 팔딱거리던 장어가 조용해지면 물을 더 넣고 푹 고은다. 오래 오래 끓인 장어 국물은 베보자기에 받쳐서 그래도 남은 살과 뼈를 손으로 일일이 발라내어 다시 국물에 넣는다.

고사리, 숙주, 얼갈이배추, 토란대, 콩나물, 대파, 부추등 갖은 야채를 일일히 데쳐서 갈무리를 해놓았다가 국물에 넣고 다시 푹 끓인다. 이 과정에서는 일절 간을 하지 않고 다대기를 따로 만드는데, 홍고추와 풋고추, 마늘, 양파를 좀 굵게 다져넣고 진간장과 국간장을 적당히 섞는다. 다대기의 포인트는 마당에 풍성하게 자라던 방아잎을 한움큼 뜯어다 넣는것인데 좀 많다 싶게 넣어야 제 맛이 난다.

그렇게 폭폭 끓은 장어탕을 어찌 저걸 다 먹누 싶게 큰 그릇에 가득 담아 식구들이 모여앉아 먹었다. 그 많은 양을 먹고 대개는 한 번 더 먹는다. 살아있는 장어로 끓였으니 비릴리도 없고 갖은 야채건더기를 건져 먹는 맛 또한 어디에 비할 바가 아니다. 거기에 곁들인 방아향과 아삭하고 씹혔던 다대기 속의 양파.

일정이 없는 날에는 약속을 잡지 않고 무조건 집에서 뒹굴거리는데, 문득 장어탕이 생각난 것은 몸이 삐끗거리는 계절이 오기전에 보양식을 먹었던거구나하는 깨달음에서다.
방아잎이 아직은 무성하던 시절이었으니 이맘 때가 하한선이다. 마당에 솥을 걸고 장어탕을 큰 솥으로 끓여 좋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방아잎이야 호오가 갈릴 테니 다대기는 두 버전으로 만들어 놓겠다. 이 글을 쓰고 있으니 해마다 같은 이야기를 하는 기시감이 든다. 장어탕은 안끓이고 장어탕 얘기만 하고 또 하는 듯.

바게트에 아보카도만 얹어 점심으로 먹었더니 니글니글해서 고향음식이 생각났나 보다.
으...

아, 어제 소주 없이 순대국을 먹어 그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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