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100년 전 나쓰메 소세키는 <산시로>의 주인공으로 하여금 "가장 놀란 것은 아무리 가도 도쿄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는 경탄의 소리를 지르게 했는데, 한없이 증식하고 팽창하는 도쿄는 여기서 절정에 달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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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담긴 도쿄는 3.11 대지진 이전의 도쿄입니다. 그 장면 어디에도 불안에 떠는 도쿄의 모습은 없습니다. 대지진의 참상과 방사능의 위협을 목전에 둔 도쿄는 이제 3월 11일 이전으로 되돌아 갈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3월 11일 이전의 도쿄는 옛날이야기처럼 먼 과거가 되어 버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런 도쿄를 꼬옥 부둥켜안고 싶습니다.

서문에서

 

여러분 중에도 아마 '자기 찾기'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진정한 자기'같은 건 없습니다. 있는 것은 지금 거기에 있는 자신뿐입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우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깨닫는 일입니다. 그리고 자기 안의 모순을 그대로 껴안고 모든 거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자기 찾기'의 여행에 필요한 것은 바로 그 각오와 담력입니다. 21

 

그렇게 생각하면 국립신미술관이 롯폰기에 생겼다는 것도 무척 의미있는 일로 여겨집니다. 이곳은 글로벌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거리, 보편적 이념이 없는 포스트모던을 상징하는 거리입니다. 그러므로 그 지역에 현대의 성지로서 미술관이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그렇게까지 예술에서 가치를 찾아내려 하는 걸까요. 그것은 결국 예술이 교환 분가능한 것, 유일무이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43

 

여행은 흔히 인생의 전기가 되기도 하고,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것은 여행이 순수하게 '보는 사람'으로 만들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의 일상은 늘 뭔가를 위해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것으로 채워져 있는데, 여행을 떠나면 그것이 텅비게 됩니다. '뭔가에 도움이 되니까'라는 생각과도, 공리적인 목적과도 전혀 상관없이 그저 '보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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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산책자를 읽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산책하듯 어떤 지점들을 서너페이지의 단상으로 소개하고 있다. 재일지식인 특유의 공손한 화법과 깊이 있는 사유와 폭넓은 지식들이 풍경과 함께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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