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도매시장에서 구이용 전어를 샀다. 만원 어치가 대략 서른 마리쯤 되었다. 너무 많아 대략 난감이었지만 일단 가열차게 열마리 남짓을 구워서 맛있게 먹었다.
딱 거기까지. 온 집안에 냄새가 얼마나 진동을 하는지 다시는 생선을 집에서 굽지 않으리라 다짐에 결심을 거듭해놓고 남은 생선을 처리하기 나빠서 이틀사이에 결국 두 번을 더 구웠다. 결론은 처음 질색을 했던 것도 잠시, 세 번을 다 맛있게 먹었다는 것. 만원의 행복.
혼자 마트에 간 남편이 세일한다고 사 온 장어와 전복도 각각 만원. 장어는 양파를 채썰어 깻잎에 싸먹고 전복은 전어 비린내 제거용으로 칼칼하게 물회로 먹고 내장은 죽을 끓였다. 외식을 거의 안하다보니 주말 삼시세끼가 고역인데 가을철 먹거리로 지루함을 잠깐 탈출했지만 다이어트도 물건너 갔다는 얘기다.
찬바람 도니 식재료가 다양해지고 입맛도 돈다.
많이 먹으니 책장만 펼치면 졸음이 몰려 온다는 게 함정인데, 마쓰시에 마사시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를 졸다가 읽다가 하고 있다. 출간 당시 요란한 홍보문구가 거슬려 읽고 싶지 않던 책인데 어쩌다보니 소재가 건축가 이야기란 걸 알고 손에 들었다. 이런 책인줄 알았으면 정작 읽을걸. 진도가 술술 나간다.
선생님은 홋카이도 도립대학교의 새 캠퍼스 실시 설계를 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광활한 부지 내에 있는 부속도서관에 심혈을 기울였다. 엄동설한에 학생들을 어떻게 도서관에 오게 할 것인가,라는 과제에 종래의 열람실과는 별도로 마루 형태의 큰 방을 준비하고 방 중심에 사방개방형 원통 난로를 설치했다. 그리고 마룻바닥을 한 단계 낮춘 뒤 난로를 빙 둘러 싼 공간에서 불을 쪼이면서 책을 읽을 수 있게 했다. 아동용 코너말고는 신발을 벗고 올라가는 타입의 열람실은 유래가 없는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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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학생의 도서관 이용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문학부 지망생이 점차 줄어가는 시기에 도립대 문학부 지망생이 는 것은 난로가 있는 도서관 덕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 얘기를 들은 선생님은 ˝대학도서관에 난로가 있는 곳은 도립대학뿐이거든˝이라고 여느 때와 달리 만족스러워했다고 한다.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