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스님이 볶아 오신 에티오피아 코사를 내려 보온병에 담아서 법문을 들으러 간다.

(밤낮이 살짝 바뀌었더니 늦잠을 잘 수 있어서 좋군)

 

낮은 여름 밤은 가을이 며칠 연이어지고 있는데, 일교차만큼이나 육신도 쑤시는 것 같다.

잠을 못 이루어 커피를 멀리한 탓도 있겠다. 영육을 잠재우려면 일깨우기도 해야하는데 커피를 안마시니 정신이 차려지지가 않는다. 어떻게 하다 보니 커피장인들과 인연이 닿아서 커피 세계 입문의 언저리 정도에는 있게 되었다. 가을에 읽을만한 커피책은 단연 커피집을 하시겠습니까, 이고 커피를 마시며 읽을 만한 책으로는 울기좋은 방이다. ㅎㅎ

 

 

 

 

 

 

 

 

 

 

 

 

 

 

 

 

어제 법문은 집중하지 못했다. 몸과 마음에 욕심이 가득차서 어떤 말도 은혜롭게 들리지가 않은 탓.  어제 말씀 중에 "행복이 찾아서 되는 것이 아니고, 자기 본 모습 그대로가 온전한 것을 알고 타인에 대해서도 존중하면 그 자리가 평등의 자리이고 행복이다"라는 말씀만 겨우 건졌다. 말소리가 어찌나 산산히 귓가에서 부서지기만 하는지. ㅠㅠ 어제 알라딘을 여니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에게가 떴다. 스님이 말씀하신 '자기 본 모습 그대로가 온전한 것을 아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첫걸음이자 마지막 걸음이 아닐까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 인정하기.

 

그런데 오늘 나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기가 싫다. 인정할 때도 인정하지 않을 때도 있는 것이고, 내가 꼭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생각하는 것, 사랑할 수도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행복하게 인생을 사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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