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뭘 사다줄까? 모친과 이모들과 오키나와여행을 가는 친구가 물었다. 보통은 술잔을 한 개씩 사다주는 게 우리 마담세계의 불문률이었는데 이번엔 두 번째 여행이라 따로 물어 본 것 같았다. 나는 오래 생각할 것도 없이 우미부도! 라고 외쳤다.

몇년전에 오키나와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건 열대림을 연상케하는 나무들과 오키나와산 바다풀들이었다. 리조트 조식뷔페에서 각종 바다풀들을 얼마나 먹었던지 두고두고 생각이 났다. 물론 참치인 줄 알고 맛있게 먹었던 닭사시미가 가장 충격이긴 했는데 돌아와서 검색해보니 우리나라도 지리산 인근에 닭사시미를 파는 식당들이 있었다. 알고 또 먹으라면 먹을 수 있을 듯.

우미부도는 말그대로 바다포도인데 생김새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다. 특별한 맛이 있는 건 아니고 평범한 해조류 맛인데 아삭한 식감이 별미이다. 친구가 사다 준 건 염장 우미부도였는데 물에 헹구어 초고추장에 찍어 치즈와 함께 맥주 안주로 먹었다.

오늘 무알콜로 착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려했으나 우미부도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냉장고에 있던 필스너 우르켈을 땄고 술이 들어갈 때의 증상인 술이 싱겁게 느껴져서 간만에 두 캔. 같은 체코 맥주인 스트라호프라멘까지 땄다. 최강 쓴 맛인 필스너 우르켈이 부담스러울 때 중간 쓴 맛인 스트라호프라멘을 마시는데 시중에서 구하기 어렵고 가끔 *마트에 보일 때 왕창 사다놓는다.

필스너 우르켈이 압축된 쓴맛을 자랑한다면 스트라호프라멘은 첫맛은 부러드러워 입안에 고루 퍼지는데 끝맛이 쌉쓰름하게 남는 부담스럽지 않은 맥주이다. 필스너 우르켈이 개성이 강해서 호불호가 갈린다면 스트라호프라멘은 대중성을 확보한 적당한 쓴 맛이라 할 수 있겠다. 도쿄책읽기 일환으로 목록에 넣어둔 도쿄 일인 생활:맥주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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