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을 걷는 게 좋아.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
런던을 걷는 게 좋아,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
런던을 걷는 게 좋아, 런던을 걷는 게 좋아, 런던을 걷는 게 좋아,
아무 것도 아닌 이 말이 주는 담담하면서 서정적인 정서가 너무 좋다. 런던이 좋아가 아니라 런던을 걷는 게 좋아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진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 때문에 책제목이 더 근사해졌다. 책과 상관없이(읭?) 책제목이 좋은 책을 말하라면 이 책이 단연 1등을 먹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제목이 마음에 든다. 그런데 심지어 100쪽. 호감지수 100상승이다.
런던이 좋아는 1931년12월부터 1932년 12월까지 <굿하우스키핑>에 격월로 연재된 여섯 변의 에세이(런던부두, 옥스퍼드 거리의 물결, 위인들의 집, 수도원과 대성당, 하원의사당, 어느 런던 사람의 초상)를 엮은 책이다. 책의 첫장은 1903년의 런던 지도가 그 다음 장은 2017년의 런던지도가
있어 런던 산책자의 세게도 독자를 안내한다. 고즈넉히 천천히 산보를 하는 기분으로.
바다가 불어주는 소금기에 코를 벌름대며 템스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애들을 지켜보기한 더없이 흥분되는 일이다. 대형 선박부터 작은 배, 낡은 배부터 화려한 배, 인도에서 러시아에서 남아메리카에서 오는 배,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오는 배, 치묵과 고독과 위험을 건너온 배들이 눈앞을 지나 항구로 귀향한다. 13
옥스퍼드 거리는 흥정과 할인이 난무해서 불과 한 주전까지 가격이 2파운드 6실링이던 물건이 1파운드 11실링 3페니까지 내려가는 일이 허다하다. 사고파는 행위도 소란하고 노골적이다. 그러나 해 질 무렵, 인공조명과 실크 더미와 버스 불빛 탓에 마치 지지 않는 저녁노을이 마블 아치를 품은 듯 보이는 시각에 느긋한 걸음으로 걷노라면 거대한 리본 다발처럼 펼쳐지는 옥스퍼드 거리의 현란한 번쩍임이 나름대로 매력적이다. 반짝이는 물줄기가 끝없이 자갈을 씻어 내리는 강바닥처럼 모든 것이 영롱하게 빛난다.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