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보내 준 사진 한 장.

 

머물고 있다는 호텔 밖을 찍은 사진이었어.

그 사진엔 알만한 건물들이 보였고,

방향을 어림잡아 나는 네가 뉴욕의 어디쯤에 묵고 있는지 알 수 있었지.

그 때 한참 뉴욕의 건축에 관한 책을 읽으며 지도를 보고 있던 때였거든.

 

뉴욕에 가고 싶다고 열망한 적은 없었어.

록펠러센터 앞의 스케이트장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싶다거나,

모마에 가서 그림들을 좀 보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을

아주 잠깐 한 적은 있었지만.

왠지 지저분할 것 같고 복잡하고 사람은 넘쳐나고.... 

그런데 네가 뉴욕에 가 있다니 뉴욕이 특별해졌고, 뉴욕에 가고 싶어졌어.

그래서 네가 돌아오면 장단 맞춰 재밌게 얘기나 나눠야지 하며

뉴욕에 관한 책들을 읽기 시작했단다.

열 권 쯤 읽을 수 있는 시간만큼 넌 그 곳에 머물다 왔지.

 

너무나 당연하게 음식책, 미술관책은 두 권씩도 읽은 것 같고 모두 재밌고 신기했지만

몇 년이 흐른 지금 나의 뇌리 속에 남아 있는 책은 두 권이야.

하나는 헬로 뉴욕, 하나는 필름 뉴욕.

제목이 이미 다 말해준 것 처럼 한 권은 뉴욕이 배경인 영화의 장면들을 사진과 함께

소개한 책이고 한 권은 뉴욕에서 나고 자란 일러스트레이터가 뉴욕의 구석구석

소품 하나 하나를 그린 일러스트책이었어. 하나는 객관적으로 가장 멋진 배경

그 곳에 사는 사람이든 여행자든 누구가 감탄하고 좋아할 만한 곳을 소개하는 셈이었고

한 권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시선을 담은 책이었지.

얼마전 돌아 온 언니의 뉴욕여행사진을 보고, 어제는 런던 건축이야기를 듣고

오늘 김영하여행자도쿄를 읽었더니 뉴욕 생각이 나네.

뉴욕을 검색하다 읽고 싶은 책 한 권을 더 추가한다.

너를 만나면 네가 좋아할만한 새 책이 나왔다고 이야기해주어야 겠어.

 

"<뉴요커>의 표지 그림으로 많은 팬들을 두고 있는 아티스트 에이드리언 토미네가 뉴욕을 모티프로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의 파편들을 담은 그림들을 모아 묶은 작품집이다.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은 우연한 만남과 엇갈림, 활기 넘치는 분위기 속에 있을 때조차 어쩔 수 없이 찾아드는 고독감 등 도시인의 경험과 감정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뉴욕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새로운 도시에서 적응해야 했던 작가 자신의 경험이 녹아 있는 그림들이다.

뿐만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책이라는 매체를 향한 애정이 듬뿍 담긴 그림들도 만나볼 수 있다. 많은 사랑을 받은 <뉴요커> 표지 그림들도 원본 상태 그대로 수록돼 있다. <뉴요커>와 그 외 매체에 발표한 그림들이 발표 순서대로 수록돼 있으며 책 말미에는 그림이 그려진 배경이나 그림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소개한 글이 실려 있다." <뉴욕드로잉>

 

오늘 하루도 시간은 너무 더디 흘러서 어제가 그제 같아. 하루를 손해 본 느낌.

시간을 버티느라 몸은 피곤하고 머리가 아프고 잠은 안 온다.

뉴욕은 거기 잘 있겠지? 너는 어디에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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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6 00: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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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6 00: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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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6 00: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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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6 00: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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