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작가님의 강연을 들었다. 연전에 대학로에서 했던 김영하 이병률 대담식의 북토크는 읽다 출간이후였는데 너무 대규모 행사여서 그저 말씀 잘하신다. 재밌다.정도의 느낌만 남아있고 김영하 소설이나 에세이 읽기로 이어지진 못했다. 거기서 놀란 건 김영하소설이 이렇게 많았구나!와 나는 거의 안읽었네 였다.
오늘은 비교적 오붓한 장소였고 독서가 주제여서 공감하며 웃으며 즐겁게 강연을 들었다. 작가님의 중학교시절 독서경험으로 시작해서 돈키호테 마담 보봐리 안나 까레니나 등 고전과 현대문학을 적절히 예를 들어가며 물흐르듯이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솜씨는 가히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테드강연에서 보여준 그 맛깔나고 조직화된 말솜씨를 한 번 더 경험해보고 싶어 신청을 한 거 였는데 전체적으로 강의를 장악하고 조직하는 기술이 타고 난듯 했다.
시간을 착각해서 일찍 가는 바람에 우연히 앞시간의 강의까지 들었는데 주제가 노영덕작가님의 미학으로 그림읽기-인상주의회화 였다. 인상주의 뭐 새로울게 있나 싶었는데, 새로웠다.
미술사 강의는 반복적으로 들은 편이었는데 들어도 들어도 들을 게 있는 게 신기했다. 다른 관점에서 다른 어휘로 설명을 듣는 건 역시 삶의 기쁨을 느끼게 해준다. 인상주의와 모더니즘의 연관성에 대해서 얘기를 들을 땐 문학과 비교해서 들어져서 더 재밌었다. 몰랐던 것을 발견했다기 보다 다른 방향에서 보는 차이를 알았다고나 할까. 미술은 특히 같은 주제를 이야기해도 강의하는 사람에 따라서 표현 방식이 다르니까 이해의 깊이가 달라진다. 3차원세계의 재현에서 2차원세계의 표현으로의 이행은 예술 본래의 의미를 찾은 것이고 그 예를 마네의 폴리 베르제즈의 주점을 보며 설명했는데 꿀잼이었다. 회화에서의 모더니즘이 자기가 자기를 이야기하기라고 했는데 칸트철학이 어떤 점에서 모더니즘의 기저가 되는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설명을 듣고 있으니 문학이랑 이렇게 다 연결이 되는구나 싶었다.
김영하의 소설은 아주 오래전에 단편집 한 권 정도 최근에 오직 두 사람의 오직 두 사람을 읽었을 뿐이다. 독서가 계속 이어지지 않았던 것은 나의 독서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강연을 들으며 문득 김영하소설을 세계문학의 맥락에 대입해본다면 어느 지점에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들 하루키에 비교하곤 하는데 문학사적인 측면에서 문학의 본질을 가지고 비교하는 것 같지 않다. 오늘 같이 간 친구는 김영하의 소설이 술술 잘 읽히고 남성적이고 군더더기가 없어서 좋다고 했다. 특히나 빛의 제국을 읽고는 리얼한 현실묘사에 감탄했다고 했다. 오늘의 결론은 시원하고 깔끔하게 정리해서 말하기의 달인 김작가님의 소설을 빛의 제국부터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내가 김작가님의 강연을 들을 때 다른 한 친구는 주기자님의 주기자의 이명박 추격기 북토크현장에 있었는데 마치고 각자 놀다가 뒤늦게 만나져서 기분 좋은 책선물을 받았다. 내가 사서 사인 받아달라고 주문한 거였는데 선물했던 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에 대한 답례라며 굳이 책값을 사양했다. 휴가차 간 앙코르와트에서 너운달 사진까지 찍어 준 고마운 친구다. 친구가 이틀에 걸쳐(다큐와 북토크) 득템한 주기자님 굿즈와 책을 보며 즐거운 책수다를 떨고 나니 이렇게 살면 시간 따위 막 흘러 갈 것 같아서 기분이 좀 좋아졌다. 전어구이에 소주 각1병 탓이 아니고 책읽고 책수다도 아니고, 책 만지며 굿즈수다여서였던 건 안비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