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서 가능한 날들이었다.
느낌 좋은 책이 있다. 그리고 제목이 좋은 책이 있다. 내겐 <당신이라서 가능한 날들이었다>그런 책이다. 하지만 정작 페이지를 열어보니 쉽게 읽히진 않는다. 그는 사랑꾼이다. 원래 자기 존재와 같은 느낌의 상대는 바라보기 힘든 법.
한 남자의 진솔한 연서이다. 사 년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사랑해온, 단 한 사람만을 위해 꾹꾹 눌러 담은 마음이다. 이 연서의 저자 정기린은, 평범한 한 남자이다. 그에게도, 모든 것을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한순간이 있었다. 바로 '당신'을 처음 본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 저자는 '당신'이 궁금해진다. 그런 '당신'은 그의 마음을 가져가서 오래도록 그에게 돌려주지 않았다. '당신이 없으면 온전히 설명이 불가능한 존재가 되'어버리도록 그를 제자리에 놓아주지 않았다. 당신이라는 존재에 매일을 휘청거리며 살았다.
하여, 저자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과 가장 잘 사랑할 수 있는 법, 자신으로부터 상대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에 대한 깊은 고뇌와 번민을 이 연서에 녹여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밤낮으로 편지를 쓰는 일 말고는 살아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 편지들을 묶어놓은 이 책은, 그에게 비단 '편지'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 진솔한 연서는 '봄:비밀의 정원' '여름:청춘靑春' '가을:인간 영혼의 지도' '겨울:황홀한 사랑의 폐허'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일 년의 기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당신'의 이름을 붙여놓고 그는 계절을 난다. 여러 계절을 보냈으나 그 긴긴 날씨들 모두, 그에겐 '당신'이라는 계절이었다.
-출판사제공 책소개
나 또한 사랑꾼이다. 언젠가 가수 양양의 북토크에서 양양이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사랑없이는 살 수 없어요 늘 사랑하는 대상이 있었던 것 같아요..오래 되어 정확하게 옮기진 못했지만 그 말을 들으면서 나란 인간이 좀 이해가 되었다. 나야말로 그런 유형이었던 것, 사랑이 없인 살 수 없는 사람. 대상이 자연이 되었건 팝가수가 되었건 늘 몰입할 대상이 있었던 것이다. 몰입은 할 수 있으되 지속은 어려워서 늘 이 상대 저 상대로 바꿔 타기 일쑤였기에, 한 마음으로 사랑하기에 사 년이란 세월이 얼마나 길고 소중한 시간인지 조금은 안다. 나는 비록 너무나 나 같은 글을 잘 읽어 낼 수는 없었지만 순정한 마음이 오롯이 담긴 이런 글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 청춘들은 좋아할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마음을 지켜 낸 작가에게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길고 힘들었던 연휴를 끝내고 이제서야 알라딘에 접속해서 보니, 이런 책 제목에 또 눈이 번쩍 띄였다.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강과 바다가 인접한 곳에서 태어난 덕분에 자연스레 비린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좋아하기에 왠만큼 비려도 비리다는 느낌을 가지지 못한다고 해얄까.
그래서 시어머니께서 당신은 잔치국수의 멸치육수도 비려서 싫다고 하셨을 때 충격이었다.
구수한 멸치육수가 비리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구나!
그 이후로 주변인들을 관찰한 결과 대체로 충청도분들이 지리적 환경 탓에 비린 것들과 친하지 않으신 듯 했고 아니나 다를까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인 남편도 생선구이(흰살생선)나 먹지
생선조림엔 그닥 젓가락이 가지 않는 다는 것도 알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먹어오던(실제로 어릴 때는 아버지께서 드시는 것만 열심히 봤지, 한 두점 먹었을까, 그 때 마다 했던 것들도 이제 철이 오면 찾아 먹게 되었다) 이름 모를 온갖 생선 외에 안 먹어보던 생선도 경험해보고픈 욕구 때문에 비린 것이 땡긴다. 오늘 같이 빗방울이 듣는 날이면 나물 반찬에 고등어 구워서 막걸리 한 잔 생각이 난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회에 소주 한 잔을 해야 살 맛이 난다. 요즘은 돔과 갑오징어가 제철이고, 목포에서 그것들과 벗했음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생명의 시원에서 민중의 밥상까지
해양생물학자가 우리 바다에서 길어 올린 풍미 가득한 인문학 성찬
호주 카카두국립공원에 있는 고대 동굴 벽화에는 고고학자들을 놀라게 한 물고기 벽화가 있다. 생김새며 뼈, 내장까지 정교하게 묘사된 물고기는 금방이라도 튀어오를 듯 생동감 넘친다. 인류의 역사는 수렵과 함께 시작되었고 물고기를 비롯한 조개, 게 등 바다 생물은 본격적으로 농경문화를 일구기 전, 인류를 먹여 살린 고마운 생물종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 역시 다양한 바다 생물이 잡혔다. 해산물 없는 우리네 밥상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우리와 함께 오랜 시간 살아온 바닷속 생물들, 그러나 정작 우리는 그들에 대해 무지할 때가 많다. 30년간 우리 바다를 누비며 바닷물고기를 연구해온 ‘물고기 박사’ 황선도는 맛은 알지만 정체는 묘연했던 바닷속 생물들, 특히 무지와 오해 속에서 잘못 알려진 해산물의 비밀을 특유의 감칠맛 나는 글로 소개한다.
그는 지난 2013년 대한민국 바닷물고기에 대한 첫 보고서 격인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로 잔잔한 바다에 범고래처럼 등장한 과학 저술가다. 전작에서 보여주었듯 황선도 박사는 자신의 경험을 날것 그대로의 언어로 유쾌하게 풀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의 표현대로 “그의 이야기에서는 소리가 들릴 뿐 아니라 장면이 그려지고 심지어 냄새까지 배어나”며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의 표현대로 “봄 도미처럼 차지다”.
바닷물고기부터 패류까지 해산물의 유래와 생태는 물론 바다 생태계의 역동성과 그 앞에서 마주한 누군가의 생활과 추억, 밥상 풍경까지 우리 삶과 깊숙이 연결된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연탄불에 노릿노릿 구워지는 고등어 한 점처럼 우리의 눈과 입, 오감을 자극한다.
무시받던 해산물의 귀환부터 바다를 호령하는 풍운아들 내력까지
맛은 알아도 정체는 묘연했던 바닷속 생물들의 비밀이 벗겨진다!
얼마 전, 대기 중 미세먼지가 문제가 되자 환경부는 엉뚱하게 고등어구이가 주범이라는 웃지 못할 발표를 했다. 미세먼지 발생 원흉을 고등어에게 돌린 것이다. 이로 인해 생선구이 식당들은 타격을 입었고 고등어 가격 역시 폭락해 어업인들도 울상을 지었다. 사실 고등어를 비롯한 생선구이는 실내 공기의 질을 떨어뜨릴 뿐 대기 중 미세먼지의 직접 원인이 아니다. 애꿎은 물고기들에게 불똥이 튄 것이다. 물고기들이 말을 할 줄 몰라 망정이지 사람 말을 할 줄 알았다면 억울하다며 땅을 치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 뿐일까? 우리의 회 차림을 봐도 광어와 우럭 등 메인에 오르며 대접 받는 해산물이 있는 반면 해삼, 멍게, 개불처럼 일명 ‘스키다시’로 불리며 곁들이 신세를 면치 못하는 해산물도 있다.
이처럼 인간들은 편견과 호불호에 따라 자연생태계에 간섭은 물론 계급 매김을 했는데, 저자는 해양생물학자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바닷속... 생명의 시원에서 민중의 밥상까지
해양생물학자가 우리 바다에서 길어 올린 풍미 가득한 인문학 성찬 호주 카카두국립공원에 있는 고대 동굴 벽화에는 고고학자들을 놀라게 한 물고기 벽화가 있다. 생김새며 뼈, 내장까지 정교하게 묘사된 물고기는 금방이라도 튀어오를 듯 생동감 넘친다. 인류의 역사는 수렵과 함께 시작되었고 물고기를 비롯한 조개, 게 등 바다 생물은 본격적으로 농경문화를 일구기 전, 인류를 먹여 살린 고마운 생물종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 역시 다양한 바다 생물이 잡혔다. 해산물 없는 우리네 밥상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우리와 함께 오랜 시간 살아온 바닷속 생물들, 그러나 정작 우리는 그들에 대해 무지할 때가 많다. 30년간 우리 바다를 누비며 바닷물고기를 연구해온 ‘물고기 박사’ 황선도는 맛은 알지만 정체는 묘연했던 바닷속 생물들, 특히 무지와 오해 속에서 잘못 알려진 해산물의 비밀을 특유의 감칠맛 나는 글로 소개한다.
그는 지난 2013년 대한민국 바닷물고기에 대한 첫 보고서 격인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로 잔잔한 바다에 범고래처럼 등장한 과학 저술가다. 전작에서 보여주었듯 황선도 박사는 자신의 경험을 날것 그대로의 언어로 유쾌하게 풀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의 표현대로 “그의 이야기에서는 소리가 들릴 뿐 아니라 장면이 그려지고 심지어 냄새까지 배어나”며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의 표현대로 “봄 도미처럼 차지다”.
바닷물고기부터 패류까지 해산물의 유래와 생태는 물론 바다 생태계의 역동성과 그 앞에서 마주한 누군가의 생활과 추억, 밥상 풍경까지 우리 삶과 깊숙이 연결된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연탄불에 노릿노릿 구워지는 고등어 한 점처럼 우리의 눈과 입, 오감을 자극한다
- 출판사제공 책소개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라니..볼 때마다 웃기는 제목이다. 술꾼들을 강렬히 유혹하는 제목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제목은 물론 책소개만 읽어도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한창훈의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와 나란히 꽂아 두고 '술을 부르는 책'칸을 따로 만들어야 겠다. 개표방송은 비린내를 싫어하는 친구들과 치킨집에서 보게 될 것 같다.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