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첫 영화
조금 더 파격적이고 조금 더 광기 어린 불안한 영화를 기대했었나 보다.
전체적으로 담백하고 잔잔해서 놀랐다.
에곤 실레가 28세에 요절한 것은 영화를 통해 처음 알았다.
당시 유행하던 독감에 걸려서 태중의 아이와 아내, 그리고 자신까지 불행한 죽음을 맞이했다.
짧은 생에 비해 남겨진 작품수가 대단하다. 살아 있는 동안은 미친 듯이 그림만 그렸구나
오로지 그리기 위해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는 아동 성추행이나 누이와의 사랑등을 애매모호하게 그렸다. 관객의 판단에 맞기는 정도. 이제와서 그런 것들이 사실이든 아니든 놀랍지도 문제가 된다고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발리의 사랑은 가슴 아팠다.
빈의 벨베데레미술관에 클림트 그림을 보러가서 사실 더 매혹된 것은 에곤 실레의 그림이었다.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숨김 없는 그림..더러운 걸레 같은 그림과 반짝이는 벽지 같은 그림을 두고 어느 쪽에 눈길이 더 가느냐하는 것은 개인의 취향일테지만, 태어날 때 부터 더께더께 먼지가 쌓인 듯한 심지어 그 먼지를 더러운 걸레로 문질러 닦아내려 한 듯한, 누가봐도 한 눈에 슬프고 외롭고 불안한 영혼이 그린 그림 앞에서 할 말을 잃었었다.
그리고 더 마음을 잡아 끈 것은 그가 그린 풍경화들. 28세 이전에 자연을 그런 감수성으로 바라봤었구나 싶으니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짧은 기간이기지만 압축된 삶, 열정적인 삶을 살아냈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그림을 찬찬히 더 보고 전기도 한 편 읽어보고 싶다.
2017년 첫 영화 본 기념으로 몇 자 적었다.
2017년 1월 시작을 에곤 실레와 보후밀 흐라발...철학 카페로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