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후밀 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의 1장을 다시 읽었다. 독서등을 켜고 읽는. <너무 시끄러운 고독>의 1장은 가능하다면 다 외워서 수시로 읇조리고 싶은 문장들로 채워져 있다. 존재가 있고 사유가 있고 활자가 있다고 해야 할까..찰지고 마뎌서 한 줄 한 줄이 폐부 깊숙히 담배 연기처럼 스며들어 온다. 모든 독서는 재독을 위한 포석이다. 라는 말은 방금 지어낸 말이고, 이 비슷한 이야기를 선생님은 늘 하셨지.

 

모든 여행은 다시 오기 위한 사전답사이다. 땅만 보고 걷는 사람처럼 아무 것도 모르고 들리는 것 없이 보이는 것 없이 종종걸음으로 냉기 속을 통과한다.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차가운 공기...

지금 여기 있으면서 다시 올 날을 꿈꾼다.

 

너무 많은 소음과 늘 곁에 있는 고독 속, 지금 여기에서 한 걸음.

 

삼십 오년 째 수리터들이 맥주를 마셔 온 것도 사실이다. 마시려고 마시는 게 아니라(난 술꾼이라면  질색이니까)사고의 흐름을 돕고 텍스트의 심부까지 더 잘 파고들기 위해서였다. 나에게 독서는 기분전환이나 소일거리가 아님은 물론, 쉽게 잠들기 위한 방편은 더더욱 아니다. 십오대에 걸쳐 글을 읽고 써 온 나라에 사는 내가 술을 마시는 건, 독서로 인해 영원히 내 잠을 방해 받고 독서로 인해 섬망증에 걸리기 위해서다.고상한 정신의 소유자가 반드시 신사일 필요도, 그렇다고 살인자일 필요도 없다는 헤겔의 생각에 나 역시 동의하니까. 나라면, 내가 글을 쓸 줄 안다면 사람들의 지극한 불행과 지극한 행복에 대한 책을 쓰겠다.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는 것을 나는 책을 통해, 책에서 배워 안다. 사고하는 인간 역시 인간적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라는 것도, 그러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고라는 행위 자체가 상식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내 손 밑에서 내 압축기 안에서 희귀한 책들이 죽어가지만 그 흐름을 막을 길이 없다. 나는 상냥한 도살자에 불과하다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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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6 14: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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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0 22: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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