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 자신을 속인다. 그 이상이다, 훨씬 나쁘다. 그는 결코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 한때는 목가적이었던 것이 오빠와 여동생, 부인과 딸과 첩이 임종 시의 가래 끓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침대 주위에서 어슬렁대고 으르렁거리거나, 대대로 내려온 집의 침침한 통로에서 서로의 뒤를 밟는 숨 막히는 이야기들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그것은 공정치 않다! 시간의 진공 속으로 태어난 나는 변화하는 형태들에 대한 이해력이 없다. 나의 재능은 모두 내재성을 위한 것이고, 사물의 핵심에 있는 정체성의 불이나 얼음을 위한 것이다. 연대기가 아니라 서정시가 나의 수단이다. 나는 이 방에 서서, 침대에서 죽어가는 아버지이자 주인을 쳐다보는 게 아니라 땀방울이 흐르는 이마에서 성스럽지 못하게 반짝이는 햇빛을 쳐다본다. 돌과 기름, 쇠 냄새와 비슷한 피 냄새, 공간과 시간 속을 여행하며 검은 것과 텅 빈 것과 영원 한 것을 들이쉬고 내뿜는 사람들이 명황성과 해왕성 같은 죽은 행성과 너무 작고 너무 멀어 아직 발견되지 않은 행성들의 궤도를 통과할 때 맡는 냄새, 너무 오래되어 잠을 자고 싶을 때 물질이 발산하는 냄새, 나는 그런 냄새들을 맡는다. 아, 아버지, 아버지! 내가 당신의 비밀들을 알 수만 있다면, 당신의 뼛속으로 기어 들어가 골수의 소란스러운 소리와 신경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피의 조류 위를 떠다니다, 마침내 셀 수 없이 많은 내 형제자매가 꼬리를 치고 웃으면서 다가올 삶에 대해 나한테 속삭여주며 헤엄을 치는 조용한 바다에 이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는 다시 한 번 기회를 갖고 싶어요! 나 자신을 당신 안에서 소멸시키고 다시 한번 깨끗하고 새롭게 태어나, 친절한 이웃과 매트 위에서 잠자는 고양이가 있고, 제라늄 화분이 창턱에 놓여 있고, 따사로운 햇볕이 비추는 시골에서 시작과 끝이 있는 이야기에 나오는 것처럼 다시 한번 즐거운 물고기, 예쁜 갓난애, 깔깔거리는 어린애, 행복한 이이, 즐거운 소녀, 얼굴을 붉히며 수줍어하는 신부, 사랑하는 아내, 인자한 어머니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는 온통 오류였어요! 흰 물고기들 사이에 있는 한 마리의 검은 물고기, 바로 그 검은 물고기가 되도록 선택된 것이었어요. 나는 그들 누구의 누이도 아니었어요. 나는 불운 그 자체였어요.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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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끊어야 할 지를 모르겠다. 서정시 맞네...여자 화자이긴 하지만 남자 작가가 이렇게 여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데.. 늘 탄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