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밀란 쿤데라 전집을 챙겼는데, 나쓰메 소세키 전집을 살 지 말지 엄청 망설여진다.

도서관들에서 속속 소세키 새책들을 구입하는 지라 작년 하반기부터

깨끗한 상태의 책들을 계속 빌려왔는데

어느 것 한 권도 읽은 것이 없다. 어쩌면 나에게 가장 맞는 스타일의 책일 것 같은데

뜬금 없이 미시마 유키오, 다니자키 준이치로 책들은 홈빡 빠져서 읽고

오에 겐자부로 책들은 읽다가 마저 못 읽고 반납하고

계속 빌려오고 반납하고를 반복하고 있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나는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는 척하는

책을 읽을 준비를 하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 아닐까.

 책정리를 하려고 벼르고 있으면서 계속 두 권 세 권씩

정리하는데 책정리가 정말 어렵다.

대체 뭘 버리고 뭘 두어야 할지 도무지 결정을 할 수가 없다.

이런 지경이니 전집 책들을 냉큼 들여놓기가 어찌나 망설여지는지.

예전같으면 뒤도 안돌아보고 구입했을 책들을 수차례 빌려오고 반납하고를 반복하고 있으니...

그렇게 참고 안사고 자제를 했는데도, 올 해 산 책들이 책꽂이 세 칸이 넘는다.

뿌듯하기도 하고 난감하기도 하고 남편 눈치도 보인다.

 

<벌집>을 빌려왔다.

도서관에서 첫 부분을 읽었는데, 역시 익숙한 영미문학과는 다른 어떤 맛이 있다.

밑줄 긋기라도 하려고 서재에 불을 켰는데, 눈꺼풀이 무겁다. 일단 자야겠다.

굿나잇!

......

"미래에 대한 전망은 잊으면 안 됩니다. 이제 이런 말을 하는데 진력이 나긴 했지만, 이 세상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느니 어쩌겠소."

도냐 로사는 끔찍하게 큰 엉덩이로 손님들을 툭툭 건들며 카페 탁자 사이를 오갔다. 그녀의 입에서는 "젠장" "정말 짜증 나네!"와 같은 험한 단어가 쏟아졌다. 도냐 로사는 일종의 자기 세상인 카페와 카페 주변과 그 나머지 부분으로 세상을 나누었다. 봄이 와서 아가씨들이 반소매 차림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그녀의 두 눈동자가 반짝인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녀의 두 눈동자가 반짝인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따위 이야기는 말 많은 인간들의 헛소리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도냐 로사는 세상사 쓸데없는 일로 귀중한 돈을 낭비할 그런 부류는 아니었다. 봄이 오든지 말든지 말이다.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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