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를 가지고 책을 읽을 때의 나쁜 점은 '죽자고 달려들어' 읽으려 한다는 것이다. 나는 독서모임 때문에 이 책을 읽었고,(아니면 역사소설은 읽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읽기를 즐기지 못하고 줄거리 파악을 하려고 기를 썼다. 결론은 읽기가 무지무지 재미가 없었다.

 

모임이 끝나고 다시 읽으려 펼쳐드니 마음이 푸근하고 문맥 사이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표현들을, 주제나 작가의 의도냐 역사냐 허구냐를 따지지 않고 그만 이 책을 즐겨보려 한다.

 

이 책의 1장은 아우구스투스_ 옥타비우스와 아우구스투스를 혼용해서 몹시 나를 당황케 한 이 인물의 친구들의 회고록, 서간문, 메모등의 형식으로 하나의 또는 여러 정황들을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나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웃었네. 다들 웃었지. 우리는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네...우리는 그 순간부터 계속 친하게 지냈네. 멍청하게 웃던 그 순간이야말로, 그 후 어떤 사건보다 강한 유대였어. 승리와 패배, 충성과 배신, 슬픔과 기쁨, 그 무엇보다도. 하지만 어느덧 젊음은 떠나고 친구들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군. 22

 

자신과 미래에 대해 무지하고, 이제부터 어떤 세상을 헤쳐 나가게 될지도 모르는 풋내기들. 마르쿠스 아그리파는 키가 크고 근육질이야. 코가 크고 얼굴은 농부에 가깝지. 체격은 통뼈에 피부는 완전히 가죽이라네. 갈색의 푸석푸석한 머리카락, 짧고 거친 턱수염.., 아 겨우 열아홉살이야. 수송아지처럼 걸음도 우직하지만 어디가 묘하게 기품이 묻어나지. 말은 수수하고 느리고 차분하나 느낌을 그대로 드러낸다네. 턱수염이 아니라면 어리다는 생각은 아무도 못할 걸세.

 

살비디에누스 루푸스, 아그리파가 강하고 건장한 반면 마르고 기민한 인상이라네. 아그리파는 느리고 신중한 반면 루푸스는 빠르고 다혈질이야. 웃기도 잘해서 분위기가 조금이나마 이상해지면 금세 가볍게 만들어주지. 나이가 제일 많기는 하지만 사실 우린 막냇동생처럼 예뻐한다네.

 

마에케나스 나, 그후로도 한동안 나를 바보 같다고 생각할 거네. 그때는 다소 화려하게 차려입었는데 시인은 그래야 한다고 착각을 한 탓이지. 옷도 사치스럽고 태도는 가식적이고. 그러고 보니 아레조에서 하인도 하나 데려왔군.

 

가이우스 옥타비우스. 그저 성격 좋은 애송이 정도였지. 얼굴은 너무 섬세해 혹독하 운명을 이겨낼 것 같지도 않고 성격은 내성적이라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고, 목소리도 감미로워 지도자의 거친 언어를 담아낼 것 같지 않았네. 그저 한가로운 학자나 문인이라면 또 모르지. 가문과 부가 있으니 자격이야 충분하지만 솔직히 저렇게 빈약해서는 원로도 어려울 듯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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