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나는 직감적으로 느끼고 이해하고자 느끼는 비단뱀이 되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사람은 온전히 자기 입장이 될수는 없다. 이미 자기 입장에 있을 뿐더러, 곧 불안과 마추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감이라는 방법을 통해 다른 이의 입장이 될 수는 있다. 98
하기야 내 주된 문제는 내 집보다는 다른 장소에 있다. 길거리 말이다. 이 글에서 끊임없이 지적했듯 파리 지역에는 천만 명의 중고 인구가 있으며, 이곳에 없는 사람들의 존재도 잘 느껴진다. 나는 때때로 이곳에 없는 사람들의 존재도 잘 느껴진다. 나는 때때로 이곳에 없는 사람들이 일억 명이나 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그렇게 부재는 끔찍하다. 그래서 존재하지 않는 땀을 흘리는 병에 걸렸지만, 의사는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며 공백에 대한 공포는 다수에 속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소수에 익숙해지려 하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현대 수학이라고 했다. 102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 물론 나는 항상 무언가를 공유하고 싶어한다. 여러 해 동안 익숙해진 결핍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에서는 그런 도를 넘지 않도록 잘 억누른다. 거대 도시에서 편하게 살려면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론 때로는 도를 넘고 만다. 115
그러고는 그로칼랭이 어깨에 태우고 우리가 함께 있다는 것을 느끼며 한동안 그대로 있었다. 많은 사람이 자기 껍질 속에서도 불편해하는 것은 그 껍질이 자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118
나는 누구의 지지도 받지 못할 때 완전히 자유로운 기분이 든다. 어디에도 종속되지 않고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는 자유 말이다. 기댈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은 당신의 손발을 묶어 가두고 그 자리에 없는 모든 것에 의존하게 만들고 출생 전으로 되돌려 당신 자신을 예상하도록 만든다. 120
적어도 경찰국가에서는 국민이 자유롭지 않고 이유를 알고 있으며 아무 책임이 없다. 그런데 프랑스는 그런 핑계조차 주지 않기 때문에 불쾌하다. 국민이 행복해지는 데 필요한 것을 모두 갖춘 나라만큼 고약하고 타산적이고 음흉한 것은 없다. 이곳에 아프리카의 기근과 만성 영양실조와 군부독재가 있다면 핑계가 생기도 우리가 그걸 책임지지 않아도 될 것이다. 121
각자 자기 문제를 이야기하고 털어버리고 의견을 나누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이 아니라, 문제와 더불어 살아가고 문제를 받아들이고-교류가 있어야만 해요-말하자면 문제를 향해 웃어주는 법을 배우는 거예요. 초월하는 법을 배우는 거죠129
"자, 나한테 맡기세요. 육 주 뒤에는 선생의 뱀이 말하게 만든다고 보장합니다."
"비단뱀입니다." 내가 고쳐주었다.
"비단뱀은 뱀 아닙니까?"
나는 그로칼랭을 뱀 취급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뭐든 뭉뚱그리는 데 반대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했다.
자기가 자신인 것에 분노하고 불쾌해하며 어쩔 수 없이 그 부당함의 대가를 치른다는 식으로 구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아무에게도 빚지지 않으며 세금도 내지 않는 내 내면의 요새 안에서 그를 영원한 브로카르라 불렀다. 162
생각난 김에 길을 잃었을 때 방향을 찾기 위해 가지고 다니는 지도에서 러시아의 사랑 강이 흐르는 정확한 장소를 잊지 말고 찾아봐야 겠다. 사람들은 땅을 비옥하게 만들기 위해, 진정한 다산을 위해 강의 흐름을 바꾸어 흘러야 할 곳으로 흐르도록 만드는데 큰 성공을 거두었다. 물론 나 하나만을 휘해 사랑 강의 흐름을 바꾸는 것은 조금도 바라지 않지만, 그래도 강물이 불었을 때 스치기라도 했으면 한다. 결핍이 있기 때문이다. 결핍 상태로 평생 엘리베이터 고장만 꿈꾸며 보낼 수는 없다. 180
그러던 어느 날 밤, 그렇게 우리 셋이 다 마음 놓고 본성에 대항한 진정한 승리가 열어주는 전망과 지평과 불가능의 끝을 품고 잠들어 있을 때 무서운 참사가 일어났으나, 나는 잠에 취해 무력하게 지켜보기만 했다. 내가 손을 폈는지 블롱딘이 사방에 노출되었고, 그로칼랭은 곧 정글의 법칙에 따랐다. 괴물의 쩍 벌린 입과 직면했을 때, 어둠 때문에 보이지는 않아도 본능적으로 무서운 존재가 있음을 직감한 블롱딘이 어떤 심정이었을지는 그러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상상에 맡긴다. 방어할 방법이 없다. 잠시 극심한 공포에 사로자벼 내가 태어나려 한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때로는 공포의 영향으로 출생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필수 불가결한 나약함이 결여된 사람은 알 수 없는 내적 갈등이 있었다.다행히 내가 깼을 때 그로칼랭과 블롱딘은 각자의 자리에서 평화롭게 잠들어 있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나만이 문제였다. 그래도 일어나서 생쥐를 상자에 가져다 넣었지만, 그 상태로는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