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 보는 바보 진경문고 6
안소영 지음 / 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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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책을 읽고 자존감이 높아져 보기는 처음 인 것 같다. 나는 늘 내가 못나고 형편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늘 내게로 되뇌는 말이 있었는데, 그 말은 바보..천치..였다. 이 책의 책장을 덮고 나니 나는 내가 바보인 것이 자랑스러워졌다. 참 못났다고 생각하고 사는 나 자신에게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읽기가 주는 기쁨이 참으로 크다는 것도 절실히 깨달았다.

이 책, <책만 보는 바보>의 바보라는 말에는 아주 많은 뜻이 담겨 있다. 아무리 책을 열심히 읽어도 뜻을 펼칠 수 없는 시대에 그래도 우직하게 묵묵하게 책을 읽은 사람들. 다정하고 성실한 그 마음새 사이로 드리워진 그늘을 내칠 수 없는 적막한 자리에서도 끝까지 꾸준히 인내하고 열심이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것은 비단 책읽기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친구를 사랑하고 스승을 존경하는지에 대한 마음자리가 훤히 드러나 있어 정말 보고 배울 것이 많았다.

나누어서 이야기하자면, 이 책에는 대단히 많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해야겠다. 역사, 철학, 인문, 사회, 과학, 그리고 사람이 살면서 하나 부둥켜 안는 열정과 우정 쓸쓸함과 희열이 녹아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이 글을 쓴 지은이에 대해 감탄하는 마음이 가시지 않았는데, 책의 말미에 참고문헌을 보니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말에서 표현한 대로 '문살에 얇은 창호지 한 장을 입히기 위해' 넘기었을 그 수 많은 책장들의 무게가 이 책에는 고스란히 실려 있다. 그런데 그것이 무겁지가 않다. 너무 유려해서 날아 갈 것 같다. 어쩜..어쩜..

책을 읽고 나니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이 내 벗이 된 것 같아 우쭐하다. 내 조선시대의 실학자들을 교과서 문구로만 기억하는 이 비천한 지식의 얇음을 깨닫게 해주고, 그 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열어주었으니 참으로 기쁘고 반갑다. 옛날이 과거로만 그치지 않고, 현재와의 교류 속에서 는 살아 숨쉬며 미래를 비출 수 있는 거울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인물들이 다 살아 있다. 마음자리가 다 읽힌다. 그 시대상과 그 저서들이 어떻게 세상에 나왔는지 가 다 보이고 느껴진다. 마치 책 속으로 푹 빠졌다 나온 것 같다. 시간과 공간을 함께 느낀 인간체험 역사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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