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넘쳐나는 광고는 온 세상 사람들에게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건물들 담벼락이나 신문, 심지어 극장의 커튼에서까지도 그 이름을 만날 수 있었다. 무레는 여성은 본래 광고에 약한 존재이므로, 필연적으로 소문의 진원지로 향하게 되어 있다고 공언했다. 게다가 이제 그는 인간의 본성을 세심하게 분석하는 학자처럼, 여성에게 좀 더 높은 차원의 덫을 놓았다. 여성이 값싼 물건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그것이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고 스스로를 설득시키면서 필요 없는 상품을 구매한다는 사실을 간파해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러한 관찰에 근거해 가격 인하 시스템을 도입했다. 상품을 신속하게 회전시킨다는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팔리지 않는 물건들의 가격을 점차 낮추다가 손해를 보고서라도 팔아치우는 쪽을 택했던 것이다. 그는 여성의 심리를 한층 더 깊숙이 꿰뚫어 봄으로써, 위선적인 유혹의 최고봉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한 '반품'조치를 고안해냈다. "망설이지 말고 가져가세요, 부인. 그랬다가 혹시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우리에게 다시 돌려주시면 된답니다." 그러자, 그때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던 여성은 거기서 마지막 변명거리를 발견했다. 자신의 미친 짓을 번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셈이었다. 따라서 이젠 아무런 거리낌 없이 물건을 구매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반품 제도와 가격 인하 시스템은 새로운 상업이 추구하는 판매 방식의 전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무엇보다 백화점 내부 배치에 관한 무레의 안목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는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의 어느 한 구석도 한가하게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천명했다. 어느 한군데도 빠짐없이 모든 곳에서, 북적거림과 몰려드는 사람들, 그리고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만 했다. 삶은 또 다른 삶을 끌어당기고, 새로운 욕구를 잉태하며, 그 욕구를 빠르게 전파시키기 때문이다. 무레는 그러한 법칙에 근거해 온갖 종류의 아이디어를 이끌어냈다. 우선, 사람들이 서로 떼밀듯이 힘들게 백화점 안으로 들어오게 해야 했다. 밖에서 보면 마치 무슨 소요라도 난 것처럼 뵈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그는 정문 바로 아래에 세일 상품과 값싼 물건들로 넘쳐나는 상자와 바구니를 배치했다. 그리하여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이 한데 몰려 입구를 가로막음으로써 백화점이 인산인해를 이룬 것처럼 보이게 했다. 실상은 기껏해야 반 정도밖에 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다음, 갤러리를 따라 위치한 매장 중에서 한산한 매장을 눈에 잘 띄지 않게 하는 방법도 생각해냈다. 여름엔 숄 매장, 겨울엔 날염 사라사 매장이 대표적이었다. 그런 곳들을 붐비는 매장들 안쪽으로 배치해 언제나 시끌벅적해 보이게 했던 것이다. 또한 카펫이나 가구를 파는 매장처럼 고객이 비교적 드문 곳들을 3층으로 올려 보낸 것도 무레 단독으로 생각해낸 것이었다.그런 매장들을 1층에 두었더라면 텅 비고 썰렁한 공간이 되었을 터였다. 할 수만 있다면, 그는 도로를 자신의 백화점 한가운데로 통과하게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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