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로주점을 미친듯이 읽고 나니 이 참에 제르미날까지 읽어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제 오후무렵 다짜고짜 제르미날1을 펼쳐들었고, 오늘 오전에 1을 다 읽었다. 그리고 쪽수를 계산해보니 세 시간 남짓이면 제르미날2를 다 읽겠는거다. 그럼 오늘 <제르미날2>를 다 읽고 <나나>까지 읽어야 겠다고 맘을 먹으니, 다 읽고 정리해두지 않은 <위대한 개츠비>가 걸리는 거다. 해설을 안 읽고 남겨둔 게 찜찜한데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를 안 읽은 것도 찜찜. 그래서 해설을 마저 읽고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도 대충 휘리릭 읽고 반납을 하고 본격적으로 <제르미날2>을 읽어야 겠다고 맘 먹고 도서관엘 갔더니..ㅠㅠㅠㅠ 넘 시끄러운 거다. 미취학 아동들이 뛰어다니고, 질문하고....어떤 날은 그정도의 소음이 아무렇지도 않은데, 오늘은 그만 짜증이 팍 밀려와서 앉아있지 못하겠는거다. 심지어. 얘들아 뛰어다니면 안돼..라고 까지 했는데..아무튼 그냥 나왔다. 그리고 손님은 나뿐인 카페에 와서 앉았다. 크림 프레첼과 진한 커피 한 잔 마시니 속이 좀 편해진다. 욕심은 짜증을 동반한다. 오늘까지 이걸 다 마칠거야 라는 나 같지 않은 이상한 욕심을 부리니 하루종일 마음이 조급했다. 순간이 즐겁지 않았다. 이러지 말자.
-----------------------------------------------
스티븐 킹은 자신의 창작론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농반 진반으로 말했다. 그 두 가지는 "육체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것과 결혼생활을 지속하는 것"이었다. 피츠제럴드는 그 모두와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피츠제럴드는 스티븐 킹의 소설 대군에 거뜬히 홀로 필적할 한 권의 얇은 소설을 세상에 남겼다. 그것이 <위대한 개츠비>이다.
만일 누군가 나에게 이 소설을 단 한 줄로 요약해달라고 한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표적을 빗나간 화살들이 끝내 명중한 자리들"이라고. 개츠비에게는 데이지라는 목표가 있었고, 데이지에게는 낭만적인 사랑이라는 지향이 있었다. 지친 윌슨은 엉뚱한 사람에게 복수를 하고, 몸이 뜨거운 그의 아내는 달려오는 자동차를 잘못 보고 제 몸을 던진다. 작가인 피츠제럴드마저도 당대의 성공과 즉각적인 열광을 꿈꾸었다. 그러나 그 표적들을 향해 쏘아올린 화살들은 모두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꽂혔다. 난데없는 곳으로 날아가 비로소 제대로 꽂히는 것, 그것이 바로 문학이다.
김영하 240쪽
나에겐 <위대한 개츠비>가 좀 특별하다. 재작년 <위대한 개츠비>를 시작으로 다시 책을 읽게 되었으니까. 이번에 읽고 다음에 기회가 있음 또 읽음 된다. 뜯어 먹을 듯이 덤벼들지 말자. 릴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