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분명히 가방에 전화를 넣은 것 같은데, 전화기가 없다.

 

당신은 아마 오래 집 떠나 있다가 오면, 현관 키 번호 몰라서 집 못 들어 올거야. 라고 한 남편의 말이 생각난다. 매일 다니는 현관문 번호도 어떨 땐 더듬 수 놓는다. 숫자를 외우는 게 아니라 손가락이 저절로 방향을 알아서 누르는 것이다.

 

난 숫자에 관해서라면 뇌가 열려 있지 않다. 은행업무도 못 본다. 은행 근처에 가는 것도 싫어한다. 폰뱅킹 이런 것도 안한다. 송금할 일이나 그런 게 있으면 남편과 은행에 다니는 남동생에게 문자를 넣어 해결한다. 그것도 미루고 미루다가...

 

그래서 알라딘에서 책 사는 것 조차도 현금으로 결제하기 누르고 남편에게 송금을 요청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책은 덜 사지더라. 음 얘기가 옆길로. 할 얘기가 원래 없었다.

 

전화번호 떠오르는 게 하나도 없어서 연락할 길이 없다. 끝나고 빨리 집으로 가는 수 밖에. 가족 전화번호 한 두 개 라도 외우고 있어야 한다는 것 알지만, 아님 저절로 외워져야 정상 아닌가. 암튼 이래저래 바부탱이다.  두 달 병가 후 어제 출근하기 시작한 친구 안부도 궁금한데..어제 좀 무리했더니 빨리 집으로 가서 눕고만 싶다.

 

오늘 내가 필요한 사람, 전화해도 나 못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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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6 12: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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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6 12: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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