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기 좋은 방>을 읽다가 선물하고 다시 사야지 사야지 생각만 하고 정작 사진 못했다. 오늘 종로를 지나가다 우연히 알라딘 중고서점엘 들어갔다. 그냥 이런 저런 키워드, 쓸데없이 한강, 뭐 이런..로 검색을 하다 깨끗한 상태의 <울기 좋은 방>을 발견했다. 언제부턴가 나는 <울기 좋은 방>이 좋았다는 사람과 그렇지 않았다는 사람으로 성향을 판단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을 읽었어야 한다는 전제이니까 그만큼 책을 읽는 사람 중에서의 편가르기 같은 것이다.

 

엊그제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를 읽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다른 책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가 있어서 냉큼 담았다. 위화, 열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라는 부제가 붙었는데, 그 열 개의 단어는 이러했다. 인민, 영수領袖, 독수, 글쓰기, 루쉰, 차이, 혁명, 풀뿌리, 산채山寨, 홀유 忽悠. 목차만 보아도 읽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제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를 사서 나란히 꽂아 둘 일만 남았다.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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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잤는데, 일찍 일어나졌다. 어제 자기 전에 졸며 쓴 글을 아침에 일어나 읽으면 황당할 때가 많은데, 사서 나란히 읽을 일만 남았다,가 아니라, 꽂아 둘 일만 남았다라니. 으이구. 속이 이렇게 들여다 보이다니.

 

아침에 일어나서 일단 '글쓰기'챕터를 읽다가 위화가 몇년생인지 책날개를 살펴 보았다. 1960년생. 나와 동시대 것두 10년이 차이나지 않는 작가인데, 글쓰기 속의 내용들이 넘 생경하다. 그만큼 내가 역사에 무지하다는 이야기도 되겠지만, 무지에 더한 어떤 종류의 낯섦.

청소년 소설을 읽던 시기에 중국 청소년 소설들도 재밌게 읽은 게 많았다. 언제 한 번 정리해두고 싶다는 생각이 있기에 본격적인 중국사는 부담스럽고 위화의 글들이 나에겐 딱 맞춤한 중국공부가 되겠다.

 

문화대혁명 시기 나의 이런 글쓰기는 고등학교 때까지 계속됐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대자보 쓰기에 흥미가 싹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연극 대본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이것이 바로 나의 첫번째 문학작품일 것이다. 나는 거의 한 학기를 들여서야 4천여 자에 달하는 단막극 원고를 완성했고, 여러 차례 수정을 한 다음 진지하게 원고지에 옮길 수 있었다. 연극의 내용은 당시 유행하던 이야기로 어떤 지주가 전국이 해방된 뒤에 재산을 전부 잃고 가슴속 불만을 해소할 수 없어 농촌의 사회주의 건설을 파괴하려다가 결국 가난하지만 지혜로운 농민들에게 산 채로 붙잡힌다는 것이었다. 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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