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의 신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5
아룬다티 로이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그는 우연히 마주친 벌거벗은 타인이었다. 그녀의 '삶'이 시작되기 전부터 알았던 사람이었다. 한때 그녀를 이끌고(헤엄치며) 어여쁜 어머니의 음부를 통과했다.

 낯선 사람과 삶의 시작 전부터 알던 사람이라는 두 가지 경우 모두 그 양극성은 견디기 어려웠다. 해소할 수 없을 정도로 멀리 떨어진 극단의 그 거리. 132쪽

 

차코는 자신의 방에 있었다. 진수성찬을 즐기다 들켰다. 로스트치킨,감자튀김,스위트콘과 닭고기 수프, 파라타빵 두 개와 초콜릿 소르를 곁들인 바닐라 아이스크림, 배 모양의 소스 그릇에 담긴 소스, 차코는 종종 자신의 야망은 과식하다 죽는 것이라 말하곤 했다. 맘마치는 그것이 억압된 불행을 보여주는 확실한 징후라고 말했다. 차코는 그런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저 '식탐이 많을 뿐'이라고. 162쪽

 

마거릿은 차고에게 더 이상 함께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치 차코가 그녀의 선반에 그의 오슬 놓기라도 했던 것처럼. 그런데 그라면 아마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이혼을 요구했다. 166쪽

 

"차코? 사람들이 자기 자식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야 하는' 게 꼭 필수적인 가요?"

"규칙은 없어." 차코가 말했다. "하지만 대개 그렇지."

"차코, 예를 들어서요." 라헬이 말했다. "그냥 예를 드는 건데요, 암무가 나와 에스타보다 소피 몰을 더 사랑할 수도 있나요? 아니면 차코가 소피 몰보다 날 더 사랑한다던가요. 예를 들면 말이에요."

"' 인간 본성'에선 무엇이든 가능하단다." 차코가 예의 '낭독조'로 말했다. 갑자기 분수 머리를 한 어린 조카딸은 의식하지 않고서 이제 어둠에 대고 이야기했다. "사랑.광기.희망.무한한 기쁨."

 그 '인간 본성에서 가능한' 네 가지 중에서 무하아한 기쁨이 가장 슬프게 들린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차코의 말투 때문일지도 몰랐다.

 무하아한 기쁨. 거기엔 교회의 어감이 묻어 있었다. 온몸에 지느러미가 난 슬픈 물고기처럼.

차가운 나바이 차가운 다리를 들어올렸다.

담배 연기가 구불구불 밤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뚱뚱한 남자와 어린 소녀는 잠들지 못하고 침묵 속에서 누워 있었다. 168쪽

 

사랑이라는 지독한 끈이 거의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그의 가슴을 조였다. 그는 잠들지 못하고 누워서 공항으로 떠날 시간을 헤아려 보았다. 172쪽

 

무언가 땅 밑에 묻혀 있다. 풀밭 아래. 23년간 내린 6월의 비 아래.

잊힌 작은 것.

세상이 전혀 그리워하지 않을 것.

시곗바늘이 그려진 어린아이의 플라스틱 손목시계.

두시 십 분 전.

어린아이들 한 무리가 걷고 있는 라헬을 뒤따랐다.

"안녕, 히피" 하며 아이들이 25년이나 늦어버린 질문을 던졌다. "이름이 뭐예요?"

그때 누군가 라헬에게 작은 돌을 던졌고, 그녀의 어린 시절은 그 가느다란 팔을 마구 흔들면서 달아났다. 179쪽

 

암무는 알레피에 위치한 바라트 여인숙의 어느 지저분한 방에서 죽었는데, 누군가의 비서 일자리 면접을 보러 갔던 곳이었다. 그녀는 홀로 죽었다. 천장 선풍기의 소음을 벗삼아, 등뒤에 누워 그녀에게 이야기할 에스타도 없이. 서른 한 살이었다. 늙지도 않은 젊지도 않은, 하지만 살아도 죽어도 이상할 것 없는 나이. 2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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