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뒤로 묶은 모습으로 싱크대 앞에서 파, 마늘, 생강, 당근, 무 등속을 다듬는 윤정을 보면서 나는 그녀가 살아온 삼십팔년의 세월을 가늠해보았다. 채소를 다듬는 일이 끝나자 윤정은 생선은 다룰 줄 모른다며 행주를 꺼내 손을 닦았다. 저녁 메뉴는 도다리쑥국, 대구뽈찜, 민물새우를 듬뿍 집어넣은 무조림, 말린 옥돔과 가자미 구이, 홍어무침, 황복 맑은 탕이었다. 174
배가 고픈 것도 아닌데, 이런 부분은 어째 가만히 넘어가지지가 않는다. 굳이 컴 다시 켜서 옮겨 적는. 조만간 윤대녕님도 음식에세이를 내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