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인문학 노트 - 스페인에서 인도까지,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이현석 지음 / 한티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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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슨,

스페인의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은..으로 시작 되는 윌슨 편. 윌슨은 어릴 적 읽었던 소년생활 칼라북스 셜록 홈즈 시리즈의 친구 왓슨을 닮았다. 그 시리즈 일러스트가 뇌리에 남아 있는데 여행자의 인문학 노트의 일러스트와 느낌이 비슷해 특별히 정감이 갔다.

 

스페인의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이라..이쯤 되면 지도책을 펼져주는 센스~ 스페인에서 인도까지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이란 부제를 달고 있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쯤에서 기대하는 기대치가 있기에, 첫 장을 읽는 순간 책장을 덮을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왠~가벼운 여행기가 아닌가벼..저자는 사람 이전에 지역의 지리와 역사를 더듬고 있다.

 

뒷면에 있는 소개글 첫 문장이, 여행하며 공부하는 바보들이 있습니다. 이다. 달리 말하면 공부하지 않고 여행하면 재미가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겠지. 그냥 다니기만 하는 여행은 밍숭맹숭하다. 그래서 과거를 오늘에 비추어 보며 사유를 확장하는 이런 글.. 읽으며 지도를 보고 싶게 하고 생각하게 하는 글을 읽는 것이 몸을 움직이는 여행이 낫다는 생각도 든다. 삶을 돌이켜 보게 하는 찜찜함은 있지만, 이런 다소의 불편함을 일깨우는 것이 책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을 이야기하며 이런 사유들이 따라 나온다는 것이 작가의 내공이고 공부의 흔적, 작가의 용어대로 따르자면 살아 온 인생사 삽질의 총체라하겠다. 역사와 건축에 관심이 많지만 지구력이 딸려서 역사책은 못 읽는 나. 여행이야기 틈새에 끼워 넣은 역사적 사실로 여행서를 읽으며 공부가 되는 이런 스타일의 책이 감사할 따름이다.

 

"마주치고 싶지 않은 과거가 기억날 때가 있다. 그리고 그런 기억은 의도적으로 지우려고 애쓸수록 다시금 생각하게 되고, 생각할수록 기억은 또렷해진다. 사랑에 대한 기억은 이러한 아이러니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모두 한두 번쯤 지옥 같았던 시간이 있었고, 그때 분명 그것을 지옥 같다 생각했음에도 생각할수록 또렷해지는 것은 고통과 함께 했던, 혹은 그 이전을 장식했던 아름다운 기억이다. 그러다 보면 우습게도 지옥이 천국으로 환원되고 허우적거렸던 시간이 아름답기만 한 순간이 온다.시야의 바깥은 진창이 되었음을 알면서도 그 시간에 대해 하염없는 감상에 젖게 된다. 부질없이 옛 기억을 또렷하게 만드는 것을 두고 우리는 '전문용어'로 삽질이니, 꼴값이니 부르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이 책 답지 않은 부분을 옮겨 적는 이유는 '삽질'과 '꼴값'이 마음에 훅 들어왔기 때문이다.

 

" '뇌가소성'이란, 같은 생각이나 행위를 반복할수록 대뇌피질에 그것을 기억하는 회로가 생기는 것을 뜻한다. 지우고 싶은 기억을 지우기 위해 끊임없이 그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 역설은 왜 사람들이 사랑을 하고 나면 '삽질'을 했다고 고백하면서 '꼴값'을 떠는가에 대해 설명해준다. 그러나 삽질이니 꼴값이니 업신여기면서도 하게 되는 것, 그것도 사람의 일이다."

 

멋있다. 심지어 삽질이니 꼴값을 없신여기지도 않은 내 마인드. 살면서 얼마나 삽질과 꼴값을 반복할 것인가. 인생아.

 

"이베리아 반도는 프랑스와 접한 부분을 제외하면 사면을 바다가 두르고 있지만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에 붙어 있기에 여름철 무역풍을 타고 불어 오는 바람이 무척 건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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