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씨, 안개가 끼고 계절은 가을로 가고 있다. 술은 고요하고 곳곳에 숨은 마을들... 산도 계절을 걷고 있다. 새벽 꿈속에서 중요한 비밀을 듣지 못했다. 그래서 비워지지 않는 안타까움. 꿈도 삶도 원하는 것을 다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늘 남아 있는 허기. 그 허기 때문에 계절 위를 걷는지 모르겠다.

 

떠나오면 혼자가 되어도, 혼자서 걸어도 마냥 행복하다. 새벽녘의 음산한 웃음소리도,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도 두렵지 않다. 세상 그 누구와 공유할 수 없어도 괜찮다. 백 퍼센트의 나를 만나기 위해 걷는다.

 

갈대가 한창이다. 흔들림도, 멈춤도 아픔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밝은 갈대가 웃음 같다. 갈대가 선명한 하늘 같고, 풍성한 수국 같다. 근심이 자리할 곳이 없다. 돌길을 걸으며, 여유를 걸으며 그렇게 길을 묻고 있다. 12

 

사람, 책, 음악 등 무언가를 만나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가게 되는 일이 있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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