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1년 3월에 마젤란 함대는 처음으로 이 미크로네시아 해역에 진입했고, 그로부터 3백여 년 뒤에 피츠로이 선장의 비글호는 이 해역의 남쪽을 멀리 돌아나갔다. 나는 비행기를 타고 미크로네시아에 다녀왔다.
돌아와서 책상 앞에 앉았다. 연필을 들면 열대의 숲과 바다가 마음속에 펼쳐진다. 숲을 향하여 할 말이 쌓인 것 같아도 말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들끓는 말들은 내 마음의 변방으로 몰려가서 저문다.
숲속으로 들어가면 숲을 향하여 말을 걸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태어나지 못한 말들은 여전히 내 속에서 우글거린다. 열대의 숲은 '사납고 강력하다'고 써봐도 숲과는 사소한 관련도 없다. 열대의 숲은 사납거나 강력하지 않고 본래 스스로 그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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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를 읽는데 마음이 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