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끔은 큰 꽃시장에 간다.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그냥 꽃구경을 하러 가는 것이다. 들어가는 순간 부터 향기와 색에 홀리고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단 마음이 되곤한다. 하지만 답답하기도 한데, 그 많은 종류의 꽃들을 그냥 '꽃'으로만 봐야하는 아쉬움 때문에 그렇다. 그리고 또 의외다 싶은 것은 야생화들이 꽃꽂이용으로 재배되어 많이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노루오줌은 아스틸베란 이름으로, 꼬리풀은 베로니카란 이름으로, 큰 꿩의 비름은 불로초로...꽃이 피는 시기에 야생에서의 꽃을 놓쳤다면 꽃시장에 가면 다발로 구경을 할 수 있다. 물론 그 느낌과 그 느낌이 다르긴 하지만. 예전엔 산으로 들로 찾아 다니면 보는 꽃만 꽃이려니 여겼는데, 시장에서 보는 절화들에게도 무척 관심이 가는 요즘. 꽃과 이름이 선명한 책을 만났다. 스튜디오 사진들이라 배경 없이 꽃만 볼 수 있어 꽃을 구분하기에 좋다. 야생화 도감 옆에 한 권쯤 꼽아 두고 보고 또 보고 하면 꽃시장 가는 일이 더 즐거울 것 같다. 사진은 길상사 뜰의 꼬리풀과 큰 꿩의 비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