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폐가 아픈 일도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눈이 작은 일도

눈물이 많은 일도

자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눈에서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땅이 집을 잃어가고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처럼

아득하다

 

나는 이제

철봉에 매달리지 않아도

이를 악물어야 한다

 

이를 악물고

당신을 오래 생각하면

 

비 마중 나오듯

서리서리 모여드는

 

당신 눈동자의 맺음새가

좋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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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던 동생네 식탁위에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가 있었다.

 

산거야? 물었더니

알고 샀니? 물었더니

아니 그냥 인터넷 검색으로. 한다.

 

박준 시인은 북토크 행사에서 볼 기회가 있었다.

젊고 발랄하다고 생각했는데, 시는 80년대 감성 느낌이다.

왠지 알아 들을 수 있어서 반가웠다고나 할까.

 

언니는 오늘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랑  

도리스 레싱의 <풀잎은 노래한다>를

비교해서 읽어 보라고 권해주었다.

 

동생 집에서 내가 읽고 싶었던 시집을 발견 하는 것

언니랑 책이야기 그림 이야기를 실컷 할 수 있는 것

이런 자매들이랑 함께 할 수 있어

이 생이 행복하다고 느낀 하루.

 

2015.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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