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에 좀 진입하기가 힘들었던 <파수꾼>. 재미 내어 읽기 시작한 시점에서 마저 다 못 읽고 북토크에 가게 되었다. 이번 북톡은 명동역 cgv 라이브러리에서 번역자 공진호님과 로쟈님의 대담형식으로 이루어졌다.
<파수꾼>은 현재 알라딘 전체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해 있다. 새삼 화제의 소설인 줄...그러나 그런 화제성과는 달리 북톡은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되었다. 번역자 공진호님이 번역하는 과정의 애환과 비화, 소설 주변의 상황들에 대해 들려주셨고, 로쟈님은 <앵무새죽이기>와 <파수꾼>을 아울러 조망하면서 적절한 질문과 스마트하고 간략한 진행 솜씨를 보여주었다.
<파수꾼>은 아무 내용이 없는 듯한 일상적인 지루한 이야기같은 도입부를 지나니, 담박한 서술이 사람을 끄는 은근한 매력이 느껴졌다. 이 글을 끄적 거리는 중간에 문득 카아슨 맥컬러즈의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을 떠올랐다. 당시에는 감명 깊게 읽었지만 잊고 지냈던 오래 전 독서 경험이 이런 식으로도 떠올려 지는구나 싶다. <파수꾼>은 이미 사회적인 맥락에서는 누누히 얘기 되는 바가 많으니, 차치하고. 나는 이 선머슴아 같은 여주인공의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와 닿았다.
내 앞에 앉은 소년은 초등학생처럼 보였는데 <파수꾼>이 아니라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동구랑 동무해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앵무새 죽이기>가 성장 소설로서 한국의 청소년들에게도 많이 읽히고 있는 것 같은데, 이왕이면 <새의 선물>의 `진희`나 <중국인 거리>의 `나`와 견주어 읽혀보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소년의 뒷통수를 보며 했다. 까까머리 남중딩들이라면 <그 때 나는 열한 살 이었다>의 세찬이를 불러 오는 것도 의미 있겠다.
오랫만의 북톡 참여 <앵무새 죽이기>와 <파수꾼>을 한 자리에서 다 읽은 듯한 뿌듯함과 '읽고 생각하고 나눈다'는 느낌이 참 좋았다. 특히나 벽돌과 철제와 나무로 이루어진 크고 넓고 아름다운 공간에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