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나는 늘 일상 그 자체가 행복이라고 느낀다.
이건 넘 심심하니까. 이렇게 대답하기로.
비오는 날
산수국이 핀 숲 속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산수국은 우리 나라 전역에서 자라는 낙엽관목이다. 꽃이 무리 지어 핀 모습을 보고는 꽃이 아름다운 풀 쯤으로 생각하는 이가 많지만, 분명 작은 키의 나무이다. 338
산수국의 가장 큰 특징은 무성화와 유성화를 함께 볼 수 있는 점이다. 산방화서의 가운데 쪽에는 꽃잎은 퇴화되고 암술과 수술이 발달한 작은 유성화가 달리고 가장자리에서 지름 1~3센티 정도 되는 무성화가 달린다. 유성화는 작은 꽃받침잎, 꽃잎, 수술이 모두 5개이다. 산수국 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무성화의 꽃잎처럼 생긴 화피(꽃받침이라고도 한다)의 빛깔과 모양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무성화의 화피는 보통 4장이 기본인데, 종류에 따라 2장에서 많게는 8장까지 달린다. 338
산수국은 한자로 山水菊이라 쓴다. 말 그대로 산에서 피고 물을 좋아하며, 국화처럼 풍성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 붙은 이름이다. 영어로는 Mountain Hydrangea라고 한다. 340
산수국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꽃 색이 아닐까 싶다. 제주도의 아주 큰 산수국 무리에서 꽃 색의 변화를 조사한 일이 있는데, 그 변화무쌍함과 아름다움에 크게 놀란 적이 있다. 마음 같아서는 수십 가지의 품종이 나올 법한데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색의 변화를 고정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흰색으로 피기 시작했던 꽃들이 점차 시원한 청색이 되고, 다시 붉은 기운을 담기 시작해서 나중에는 자색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다. 또 토양의 조건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는데 토양의 알칼리성분이 강해지면 분홍빛이 진해지고, 산성이 강해지면 남색이 더욱 짙어지니 신비스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이런 특성 때문인지 인위적으로 토양에 첨가제를 넣어 꽃 색을 원하는 대로 바꾸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꽃말도 `변하기 쉬운 마음`이다.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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