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에 있는 사람
이병률 지음 / 달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네가 왔다

 

오래 삭아 가벼워진 종이같은 느낌으로

낯설지 말으라고 묵은 빛바램으로 왔다

 

이전 너의 글들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머리 맡에 너의 책이 있으면 마냥 마음이 푸근해지곤 했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이 하나 곁에 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딱히 열심히 읽지도 않았다

너의 글들은 열심히 읽는 글이 아니라

언뜻 보고 못 본 체 하고 싶은 글들이었다.

 

너의 책들은

오랫만에 만난 친구에게 문득 건네기도

여행 가방 안에 대충 던져 넣기도 좋았다

집 안 여기저기 아무데나 굴리기도 하고

카페에서 읽다가 선뜻 두고 오기도 좋았다

 

여행산문집이라 하지만

여행지를 소개하는 글들이 아님은 물론이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은

사람 사이에 길이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이 책은 그 길을 열심히 걸었던 흔적이다

가만 펼쳐 읽노라니

사람 사는 일이, 사람 만나는 일이 참 정스럽다

 

만나고 헤어짐이 어려워

까칠해진 마음을 잠시 내려 놓는다

 

내 옆에 네가 있다

나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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