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에 무조건 독서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개가식 도서관에서 책을 옆에 쌓아 놓고 미친 듯이. 책만 읽던 시절. 국내외 시와 소설들을 독파해가던 시절 이었는데. 뭘 알고 읽었던 것 같지도 않고, 무조건 읽어 제끼던, 그냥 책들의 더께로만 존재하는 그 시기의 기억 중에도, 지금까지 마음 속에 머릿 속에 맴돌던 어떤 구절들 이미지들이 있다. 막연히 헤세의 '강'이나, '물'이라는 제목의 단편이 있었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알았다. 내가 기억하는 그 부분들이 <싯다르타>의 일부라는 것을.
그 때 처음으로 '책이 나를 읽어 주는 구나' 하는 느낌을 가졌던 것 같다. 그리고 내 마음을 알아주는 책이 있어 위로를 받는 기분, 그리고 책과 독대하는 느낌. 그 때의 도서관 분위기가 아직도 선명하다. 그래서 어쩌면 나의 최초의 독서 체험 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책, <싯다르타>의 강의를 오늘 들었다. 듣는데, 왜 그렇게 해질녘 술 한 잔 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던 건지. 한숨을 참느라. 끅끅.